서울둘레돌기 3차
동행: 무조건님
일시: 2010년 4월 11일 0시 30분- 11일 10시 2분(22시간)
구간: 회룡역–사패산-도봉산-북한산-북악산-인왕산-안산 –성산대교 –안양천-석수역
총거리: 61.4 Km (GPS)
금요일 오후
문자가 들어왔다.
“형님 돌기 산행 갈거유?”
그루터기대장님이 시작한 서울둘레산 돌기 산행에서
지난번 놓쳐버린 안산에서 사패산 구간을 꺼꾸로 시계 반대방향으로 돌아볼 예정이였다.
동행자가 있으면 좋겠다 내심 바라던터라 반갑다.
무조건님
J3클럽을 비롯 유명 산악회에 전설적인 인물이다.
닉네임에서 말해주듯이 산행실력과 체력은 인간한계를 넘나든다.
산 하면 무조건이다.
같은 동네에 살면서 끝없이 챙겨주고 배려를 아끼지 않으면서도 더 챙겨 주지못해 늘 미안해하는 마음을 엿본다.
받기만 하는 내가 오히려 부담된다.
“형님 같이 할 테니 몇시에 어디서 만날까?”
뛸 듯이 기쁘다. 그러나 무조건님과 단둘이 산행을 한다는게 부담된다.
그 전설적인 산꾼을 오롯이 독차지한다는 기쁨과 두려움이 교차한다.
저녁 10시경 부평 전철역에서 만났다.
그 명성에 걸 맞게 여기저기 산행 스케줄이 무지 바뿔터인데
일부러 시간을 내준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배낭이 왜 저렇게 빵빵하지?
자정이 넘어 의정부 회룡역에 도착한다.
12시 반경 드디어 들머리 사패산을 향해 첫 발거름이 시작된다.
지난 마창진종주을 비롯 그동안 온갖 산을 누비며 겪어온 생생한 이야기 보따리를
연신 풀어놓으면서도 뒤 따라오는 내 호흡소리를 듣고있다.
큰산을 큰산과 함께 걷고있다.
사패산 정상에서 막걸리를 마셨다.
배낭이 왜 빵빵한지 이제야 이유를 알았다.
라면에다 막걸리며 한짐을 싸온게 본인 자신을 위한게 아니다.
대장급 산꾼의 마음을 읽는다.
자운봉 신선대 꼭대기에 올라섰다.
여러 번 이 능선을 지나다녔지만 신선대에 올라서 본것은 오늘이 처음이다.
시간 없어서 우회했고 무서워서 우회했다.
오늘은 시간 많고 무섭지 않다.
가이드가 확실하고 밤이라 길이 뚤려 편안하다.
신선대를 내려와 아늑한 장소에서 마음 놓고 라면을 끓였다.
산과 라면 이보다 더 잘 맞는 궁합이 있을까?
알프스의 최고봉 융프라우 정상에서도 한국의 컵 라면을 판다.
요즘은 하나 더 늘어 삼합을 이루는게 있으니 막걸리다.
산과 라면과 막걸리
참으로 좋은 밤이다.
도대체 행복의 기준이 뭘까?
값싸고 하찮은 라면과 막걸리로 이 만한 행복을 얻어 낼 수 있는 내가 대견스럽다.
값비싼 호텔에서 저녁이나 도봉산 능선의 라면이나 주어진 삶에서 행복을 찿아내는건
각자의 몫이요 능력이다.
우이암에서 우이동 동네로 떨어지지 말고 소귀천 계곡으로 내려와 우이령길을 건너
상장능선을 타고 육모정을 거처 영봉으로 가보자고 제안했다.
현재 갈 수 없는 통제된 길이다. 그러나 가보고 싶기도하고 개척해보고 싶기도하다.
무조건님이 지도와 나침반으로 길을 찿아 앞에선다.
길이 혼미하니 이리저리 헤메기도 하며 우여곡절 끝에 엉뚱한 장소로 내려와
경찰초소앞에 섰다.
당연 저지당할 수 밖에 없고 다시 빽하여 오크벨리찻집옆 정상등로을 찿아 영봉에 오른다.
결국 목적달성도 못하고 시간만 지체되고 말았다.
백운대를 오를쯤엔 사람들이 들어차기 시작한다.
오늘은 또 얼마나 붐빌까?
산을 찿아 즐길만큼 우리네 삶이 여유로와진 것이다. 즉 그만큼 잘 산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산이 몸살을 앓고있다.
특히 서울 둘레산
아! 불쌍한 서울둘레 산이여!
이것 저것 많은 것을 느끼면서 서울 둘레산을 돌고있다.
드디어 무조건님이 무언가를 보여주기 시작한다.
백운대를 향해 올라가다 말고
갑자기 급경사 인수봉 암릉위를 마치 스파이더맨처럼 저벅저벅 올라가고있지 않는가?
등로를 따라 오르는 사람들 모두 발길을 멈춰지고 스파이더맨에게로 시선이 꽂힌다.
아찔, 감탄, 부러움등 대락 이런 것을 마구 쏱아낸다
북한산을 지나 북악산을 찿아들 때 또 한차례 알바를 했다.
북악산 구간은 과거 북한공작원 김신조루트와 서울 성곽길로 이루어 졌다.
깔끔하게 잘 손질되어 있다.
서울성곽 북악산구간인 숙정문에서 창의문까지는 신분증을 제시해야한다.
북악산 코스
조선초 이성계와 정도전 박통때 김신조등 과거 역사를 음미하고
경복궁, 청와대등 서울중심부와 멋드러진 북한산를 조망하며
한번쯤 걸어 볼만한 코스다. 강추!
성곽길은 인왕산까지 이어지고
서대문쪽으로 내려오는 인왕산 중턱엔 개나리가 흐드러지게 피어있다.
마지막인 안산을 넘어 홍제동쪽으로 내려왔다.
산을 넘으며 내내 시원한 맥주를 노래했다.
산을 내려오자 마자 맥주집을 찿는다.
후라이드 치킨에 생맥주는 운동의 즐거움을 두배로 만들어주는 비타민이다.
여건이 되면
우리는 오늘 한강을 건너 삼성산 들머리 석수역까지 가기로했다.
호프와 치킨 뽕맛 취한 우리는 석수행 여건이 안될리 없다.
홍제천으로 접어들었다.
뽕은 사람을 졸리게 만든다.
두 사람은 홍제천 다리밑에 쪼그리고 앉아 꿀잠을 잤다.
탁 트인 한강에 나오자 잠이 달아나고 컨디션이 되살아난다.
성산대교를 건너 안양천으로 들어섰다.
어둠이 내리고 조명이 들어오기 시작하는 강변길은 낭만이 있다.
강변둑에 조성된 벗꽃길, 막 터질듯한 꽃 봉우리 그 자태가 보기좋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없는 편안한 아스팔트길을 걷고있다.
한없이 걸을 것 같지만 우습게 볼게 못된다.
한 20여키로를 걸으니 발바닥에 불이난다.
땀에 저린 발은 여러군데 물집으로 쓰리고 따갑다.
마지막엔 지루함을 참아내며 목적지 석수역에 도착했다
저녁 10시다. 끝
붉은색 : 3차
호암사 들머리
첫댓글 60km넘는 거리를 동네 뒷산가듯 다녀 오시니 무서울뿐입니다.대단한 체력이 부럽고 정신력도 부럽구요..언제 시간나면 막걸리산행이나 함해요.
지방에 계시는 제삼리 식구들 수도권산행 오시면 함께하면서 즐거운 시간 보낼 수 있지요. 감사합니다.
나날이 발전하는 누운풀님 실력입니다. 언제 한번에 할적에 같이 합시다. 수고많았습니다.
고맙습니다. 내공길러 구간를 좀더 늘려 보겠습니다.
두분 오븟한 산행 즐기셔셔 행복하시겠네요 ^*^ 늘 안산 즐산하세요 ... ^^**^^
감사합니다. 몸은 고달펐지만 마음과 정신은 아주 즐거웠습니다.
사진모델이 영 아니네요~ㅋㅋㅋ~ 홍제천에서 쪼그리고 앉아 잠깐단잠은 그야말로 꿀맛이였읍니다~다음엔 상장능선도
가보자구요~ 함께해서 좋았읍니다.
고마워요.
라면과 막걸리로 행복을 만들어 내시고...멋진 산행도 하시고...둘레길 3차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산과 라면과 막걸리 정말 잘 어울리는 삼합입니다.
함께하지못해 못내 아쉬웠답니다. 사진으로 위로받고 갑니다.
두 분이서 행복한 하루 보내셨네요~~^^
산행하면서 느낀건데 제가 남자가 아닌게 참으로 후회스럽다는.. 특히 야간산행을 자유로이 못한다는게..ㅋ
야간산행이라 조심스럽고 마음은 있었으나 함께하지 못해 아쉽다고 둘다 같은 마음이였습니다. 앞으로 기회되면 꼭 챙길것입니다.
입맛..쩝쩝..다시고 갑니다.라면맛이 쥑여줫을것 같네요.누운풀님 지도 그동네로 이사 가고픈 맘이 한기득..무조건 부럽고 샘납니다.ㅎ
무조건님 총각시절 쓰시던 골동품 버너 코펠에서 신라면이 끓어 넘칠때 우린 어린아이처럼 기뻤습니다. 거긴 깊은 산속이였고 모두가 잠든 깊은 밤이였습니다. 마치 꿈을 꾸듯 행복의 나라였습니다. 보고접네요.
생생한 산행기 잘 읽고 사진 잘 봤습니다. 두 분 멋지고 대단하십니다. 행복 해 보입니다.^^
감사합니다. 맞습니다. 행복했습니다.
멋지십니다.
감사합니다. 전 그리 멋진 사람이 못되 늘 노력하고 있지요.
수고 많이 하셨소.... 라면 봉다리에다가 라면 먹는게 조금 처량해 보인다... 맛은 죽여줘도...? 우리는 그날 강북5산 했는데...5월달에 32산할때 나도 불러줘....잉 이번에 영남 실크로드는 가는거지.... 그때나 얼굴 봐야겠네.... 화성인 老 松
형님 잘 계시죠? 실크는 엄청 가고 싶은데 여건이 안될것 같습니다. 형님하고 어디든 한 바리해야되는데.... 기회가 잘 오지 않네요.
굿~샤~~~수고 하셨심다이...ㅎ
무조건님과 정말 멋진 산행을 하셨군요. 산행으로 끝낸게 아니고 성산대교~석수역까지 안양천길도 걸으시고.....
수고 많으셨습니다...
둘레길 마무리가 얼마남지 않았네요..장시간 수고하셨습니다..^^
대단들 하십니다..그져 놀라운 체력에 감탄할 뿐입니다..
새로운 삼합의 개념...ㅎㅎㅎ 참 멋있는 표현입니다. 누운풀님 산행기는 언제나 감칠맛나고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도취하게 하네요...누운풀님 표현대로 뽕 맞은 것처럼....ㅎㅎㅎ 두분 멋진 동행 축하드리고, 부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