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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조르나타 giornata는 이탈리아어로 '하루의 일'이라는 뜻이다.
시스티나 예배당의 천장화는 사실 이렇게 작고 불규칙한 모양의 작은 성취들이 경계선이 거의 보이지 않는 모자이크처럼 모여서 만들어진 작품이다. 미켈란젤로가 위대한 것은 수없이 지루해하고 불평하면서도 날마다 그날 해야 할 일을 마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데 더없이 전념했기 때문이다.부모 노릇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수없이 많은 사소한 일을 해결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내가 받았을 충격을 상상해 보라.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처럼 세계적으로 장대한 곳에서 얻는 깨달음치고는 좀 우습긴 하지만, 바로 의미라는 것은 늘 지역적으로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가장 위대한 예술 작품은 자신의 상황에 갇힌 사람들이 아름답고, 유용하고, 진실된 무언가를 창조하기 위해 조각조각 노력을 이어 붙여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교훈까지 말이다
패트릭 브링리 Patrick Bringley의 책 '나는 매트로폴리탄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매트로폴리탄에서 열린 기획전 '미켈란젤로 : 신이 내린 소묘화가이자 디자이너'에서 저자는 시스티나대성당의 천정화를 작업한 미켈란젤로의 고뇌를 접한다.
천정화는 사실은 570개의 조르나타로 이뤄진 작품이다. 엄청난 높이의 비계에 올라가 고개를 90도로 꺾고 조수들이 발라놓은 회반죽이 마르기 전에 작업을 마쳐야했기 때문에 하루의 작업분량은 정해져있었다. 하루 작업할 분량이 '조르나타'이다.
시스티나대성당 천장화 출처: pinterest
신과 아담의 손가락이 맞닿는 천지창조 부분 출처: pinterest
비스듬히 누워있는 아담은 조르나타 4개, 팔을 뻗고 있는 신도 조르나타 4개 이런식이다. 천정화에는 모두 약 430명의 인물이 그려졌고 4년에 걸쳐 완성했다. 완성되기까지 미켈란젤로는 교황에게 수없이 포기하게 해달라 간청했고 "결과도 없이 시간을 낭비하고있다,,,신이시여 도와주소서!"하고 간구했다. 작업과정에서 고통이 너무 컸기 때문에 그는 결과를 향유하지도 않고 다만 "교황이 만족했다"고 말했을뿐이다.
미켈란젤로의 전시가 온 뉴욕의 관심을 끌었다면 '지스 밴드 퀼트 Gee`s Bend Quilt 작품전'은 느닷없이 만난 전시였다. 저자는 지스 밴드라는 지명조차 처음 들어봤다. 넓은 전시장 두개에 작가 8명의 작품 10점이 걸렸다.
대담하게 대비되는 색깔들, 비대칭적인 패턴, 거칠고 헤어진 재료들을 눈에 보이는대로 바느질 자국으로 이어붙인 작품들,,,처음 그 전시실에서 일한 날에는 그렇게밖에 작품들을 묘사할 수 없었지만 맥박이 빨라지건 걸 보니 아름다운 물건들이라는 건 부인할 수 없었다.
알고보니 지스밴드 퀼트의 작가는 예술가들이 아니었다. 앨라배마주 지스밴드는 대규모 목화플랜테이션이 조성됐고 퀼트를 만든 이들은 농장 노예의 후예인 흑인 소작농들이었다. 퀼트는 노예해방 이전부터 있던 오래된 전통이고 물자가 귀하던 시절 천쪼가리 하나도 버릴 수 없어 재활용하기 위해 탄생했다. 예술적 목적이 아니었으며 만든이들 또한 예술가가 아니고 아이들의 이불로 사용하기 위해 틈틈이 천 이어붙이기를 했던 엄마들이다. 이들은 대공황으로 목화값이 폭락했던 1930년대 소작료를 지불할 수 없어 백인 부재지주에게 농기구와 가축, 가재도구를 압수당하는 절대빈곤의 시절에도 퀼트를 만들었다. 그녀들은 다른 일을 하다 짬이 나면 작업을 해야했기 때문에 수 많은 '조르나타'를 이어붙여 결국 하나의 이불을 완성했다. 오늘날 현대인에게 감탄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이지만 정작 퀼트장인들은 바느질을 좋아하지 않았다고 한다. 손가락이 헤어지는 고된 노동이었다,
출처: pinterest
퀼트작업을 하고 있는 2005년 Gee's Bend 여성들. 출처 : wikipedia
이 두 전시에서 저자는 깨닫는다. 의미라는 것은 지역적으로 만들어진다
가장 위대한 예술작품은 자신의 상황에 갇힌 사람들이 아름답고 유용하고 진실된 무언가를 창조하기 위해 조각조각 노력을 이어 붙여 만들어가는 것,,,피렌체와 지스 밴드가 다르지 않다
https://naver.me/xyT0HGli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경이로운 세계 속으로 숨어버린 한 남자의 이야기
저자. 패트릭 브링리
책 소개
“나의 결혼식이 열렸어야 했던 날, 형의 장례식이 거행되었다.
그해 가을, 나는 다니던 《뉴요커》를 그만두고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으로 지원했다.
그렇게 한동안은 고요하게 서 있고 싶었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으로 10년,
인류의 위대한 걸작들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한 남자의
삶과 죽음, 인생과 예술에 대한 우아하고 지적인 회고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경비원으로 근무했던 패트릭 브링리의 독특하면서도 지적인 회고를 담은 에세이다. 가족의 죽음으로 고통 속에 웅크리고 있던 한 남자가 미술관에서 10년이라는 시간을 보내며 상실감을 극복하고 마침내 세상으로 나아갈 힘을 얻는 여정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선망 받는 직장에서 화려한 성공을 꿈꾸며 경력을 쌓아가던 저자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가족의 죽음을 겪게 된다. 이를 계기로 삶의 의욕을 완전히 잃은 끝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간에서, 가장 단순한 일을 하며 스스로를 놓아두기로 결심한다. 그렇게 슬픔에서 도피하듯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이 된 브링리는 매일 다른 전시실에서 최소 여덟 시간씩 조용히 서서 경이로운 예술 작품들을 지켜보는 ‘특권’을 누리게 된다. 거장들의 혼이 담긴 경이로운 회화와 조각부터 고대 이집트 건축물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위대한 걸작들과 오롯이 교감하고, 푸른 제복 아래 저마다의 사연을 지닌 동료 경비원들과 연대하는 동안 서서히 삶과 죽음, 일상과 예술의 의미를 하나씩 발견해가며 멈췄던 인생의 걸음을 다시 내딛기 시작한다.
저자의 첫 번째 저서인 이 책은 영미권 유수 언론으로부터 ‘잊을 수 없을 만큼 눈부시게 아름다운 이야기’, ‘슬픔까지도 포용하는 삶에 대한 빛나는 서사’라는 극찬을 받으며 40주 연속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상실의 아픔 속에서 길어 올린 삶과 예술의 의미, 그리고 다시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들려주는 저자의 내밀한 고백은 예기치 못한 인생의 소용돌이 앞에서 발걸음을 멈춰버린 이들, 소란한 세상에 지쳐 완벽한 고독을 꿈꾸는 이들에게 잔잔하지만 묵직한 사색의 시간을 선사한다.
“세상을 살아갈 힘을 잃어버렸을 때
나는 내가 아는 가장 아름다운 곳에 숨기로 했다”
상실의 고통으로 삶이 무너진 순간
가장 경이로운 세계로 숨어버린 한 남자의 이야기
우리는 때때로 인생이 계획한 대로 흘러가고 있다고, 언제까지나 그렇게 원하는 대로 삶의 방향을 이끌어갈 수 있다고 착각하곤 한다. 야심만만한 젊은이였던 패트릭 브링리도 그랬다. 대학 졸업 후 《뉴요커》에 입사해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보이는 고층 사무실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그는 자신의 인생이 그대로 수직 상승해 언젠가는 ‘빅 리그’로 올라가리라 여겼다. 화려한 성공을 꿈꾸며 경력을 쌓아가던 어느 날, 누구보다 똑똑하고 배려심 깊던 형 톰이 젊은 나이에 시한부 암을 진단받고 세상을 떠난다. 의지했던 형의 투병과 죽음을 겪으며 브링리는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애를 쓰고, 꾸역꾸역 긁고, 밀치고, 매달려야 하는” 그 어떠한 일도 할 수 없을 만큼 모든 삶의 의욕을 잃어버린다.
그러던 그는 형의 장례식을 마치고 문득 어머니와 미술관을 방문했던 기억을 떠올린다. 침묵 속에서 아름다운 것들에 둘러싸여 슬픔과 달콤함이 허용되는 미술관. 전시실 한 구석에 조용히 서서 관람객들을 지켜보는 경비원. 마침내 브링리는 앞으로 나아가기만 하는 세상에서 빠져나와 자신이 아는 가장 아름다운 곳에서 가장 단순한 일을 하며 스스로를 그저 놓아두기로 결심한다. 그렇게 2008년 가을,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으로 두 번째 인생을 시작하기에 이른다.
7만 평의 공간, 300만 점의 작품,
연 700만 명이 넘는 관람객들 사이에서 길어 올린
삶과 죽음, 일상과 예술의 진정한 의미
‘세계 3대 미술관’이라 불리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7만 평의 공간, 300만 점의 작품, 연 700만 명의 관람객을 자랑한다. 이 거대한 미술관에서 매일 여덟 내지 열두 시간씩 최소한의 기척으로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는 경비원 일은 저자가 뉴욕 한복판 마천루 숲에서 치열하게 일했던 시절과는 완전히 다른 경험을 선사했다. 브링리는 매일 아침 관람객들이 입장하기 전 고요한 전시실에서 벽에 걸린 작품들을 바라보다가 렘브란트나 보티첼리를 만난 듯 강렬한 몰입을 체험하기도 하고, 고통의 순간을 포착한 베르나르도 다디의 회화를 마주하고는 냉혹하고 가슴 저미는 처연함을 떠올린다. 그런가 하면 미켈란젤로의 특별전에서는 천재 조각가가 여든의 나이에 그린 소묘를 바라보며 부단한 근면함에 대한 무한한 경외감을, 메리 카사트의 다정함이 넘치는 그림에서는 “햇살에 젖은 것 같은” 알 수 없는 따스함을 느끼게 된다.
이처럼 저자는 너무나도 장엄하거나, 아름답거나, 혹은 비통한 순간을 묘사한 거장들의 작품을 누구보다 가까이서 지켜보며 ‘입자 하나하나가 의미를 갖는 순간’을 발견하기 시작한다. 잔잔하면서도 따스한 저자의 사색을 따라가다 보면 “일상은 모순적이고 가끔은 지루하며 가끔은 숨 막히게 아름다운 것”임을, “삶은 군말 없이 살아가며 고군분투하고, 성장하고,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는 과정”임을 깨닫게 된다.
아름답고 거대한 미술관과 그곳을 채우는 작품들,
그리고 그 공간을 이끌어가는 사람들에 대한
위트 있고 공감 가는 연대기
이 책이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받은 것은 삶과 예술에 대한 깊이 있는 사유와 함께 미술관의 다채로운 풍경을 담아냈기 때문일 것이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는 큐레이터, 보존 연구가, 페인트공, 공조 전문가, 운반 전문가 등 2천여 명의 직원들이 상주한다. 그중에서도 스스로를 ‘보안 예술가’라고 부르는 600여 명의 경비원들은 큐레이터나 보존 전문가들보다 더 많은 시간 동안 전시된 작품 곁을 지키는 이들이기도 하다. 브링리가 만났던 경비원 동료들은 대체로 엘리트 사립학교를 나와 비슷비슷한 이력을 지녔던 《뉴요커》의 동료들과 확연히 달랐다. 암살 위협을 겪고 미국으로 망명한 이민자 출신 동료, 보험회사에서 20년간 일하다가 잊었던 꿈을 떠올리고 경비원이 된 동료, 문학가로서 등단을 꿈꾸는 동료, 벵골만에서 구축함을 지휘했던 동료 등 그야말로 각양각색의 배경을 지닌 이들이었다. 저자는 이처럼 짙푸른 제복 아래 저마다의 사연을 품은 동료들과 작은 인사를 건네고, 부탁하고, 격려하는 과정에서 형을 잃고 마음속에 자리 잡은 커다란 구멍이 조금씩 채워지는 것을, 사라졌던 삶의 리듬이 회복되는 것을 느낀다.
이밖에 시끌벅적하면서도 활기가 넘치는 휴관일의 풍경, 다양한 유형의 관람객들과 있었던 흥미로운 에피소드, 한 편의 영화 같은 예술품 도난의 역사 등이 저자의 위트 있는 문체로 펼쳐지며 독자로 하여금 슬며시 웃음 짓게 한다.
“삶은 휘청거리고 삐걱거리면서도 천천히 앞으로 나아간다”
지독한 슬픔과 무기력을 내려놓고
다시 일어나 걸어갈 용기에 대하여
언젠가부터 브링리는 자신이 더는 고요하고 정돈된 세계를 원하지 않음을 깨닫는다. 모든 것으로부터 단절하고 도망치고 싶었던 과거와는 달리 여전히 살아나가야 할 삶이 있고, 그 방향키는 스스로가 쥐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한 것이다. 현실의 세상은 예술 작품처럼 마냥 아름답지만은 않고 때때로 인생은 우리에게 폭군처럼 무자비하게 군다. 이에 대해 저자는 “군말 없이 살아가면서 고군분투하고, 성장하고,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는 것이 삶”이라고 말하며, 형의 죽음 이후 처음으로 새로운 꿈을 꾸기 시작한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라는 독특한 공간에서 인생과 예술, 다시 나아갈 용기를 섬세하게 그려낸 이 매력적인 에세이는 깊은 사유와 위로가 필요한 독자들에게 커다란 울림이 되어줄 것이다.
목차
1장. 가장 아름다운 곳에서 가장 단순한 일을 하는 사람
2장. 완벽한 고독이 건네는 위로
3장. 위대한 그림은 거대한 바위처럼 보일 때가 있다
4장. 사치스러운 초연함으로
5장. 입자 하나하나가 의미를 갖는 드문 순간
6장. 예술가들도 메트에서는 길을 잃을 것이다
7장. 우리가 아는 최선을 다해
8장. 푸른색 근무복 아래의 비밀스러운 자아들
9장. 예술이 무엇을 드러내는지 이해하려고 할 때
10장. 애도의 끝을 애도해야 하는 날들
11장. 완벽하지도 않고 완성할 수도 없는 프로젝트
12장. 무지개 모양을 여러 번 그리면서
13장. 삶은 우리를 내버려두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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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그 어떤 우월감을 뽐내고 싶은 충동이 일지라도 억누를 뿐 아니라 그런 충동이 어리석고 터 무니없다고 치부하는 법을 배운다. 우리 중 누구도 이 주제, 그러니까 이 세상과 그 모든 아름다움에 관해 많은 것을 알지는 못한다. _148쪽
그 주변으로는 그녀의 성스러운 아름다움과 지루하고 평범한 세속의 영역을 분리하는 액자가 둘러져 있다. 때때로 우리에게는 멈춰 서서 무언가를 흠모할 명분이 필요하다. 예술 작품은 바로 그것을 허락한다. 152쪽
사람들과의 소통에서 만들어지는 운율을 깨닫는 것은 내가 자라서 어떤 어른이 될 것인지를 깨닫는 것처럼 느껴진다. 내가 삶에서 마주할 대부분의 커다란 도전들은 일상 속에서 맞닥뜨리는 작은 도전들과 다르지 않다. 인내하기 위해 노력하고, 친절 하기 위해 노력하고, 다른 사람들의 특이한 점들을 즐기고 나의 특이한 점을 잘 활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관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상황이 좋지 않더라도 적어도 인간적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_192쪽
나는 우리가 예술이 무엇을 드러내는지 가까이에서 이해하려고 할 때 비로소 예술을 진지하게 받아 들인다고 믿는다._206쪽
지금까지는 사소한 것에 거의 신경 쓰지 않는 삶을 살아왔다. 그 삶에서는 내게 전혀 부담을 주지 않는 세상을 그냥 둘러보기만 하면 됐다. 그러니 부모 노릇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수없이 많은 사소한 일을 해결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내가 받았을 충격을 상상해 보라. _ 261쪽
경탄할 만한 또 다른 대상을 차아 천천히 멀어져 가는 그를 보며 기분이 좋아진다. 아니, 자랑스러운 마음이 든다. 세심하게 신경을 쓰고 실력과 인내심을 발휘해서 무언가를 만들어냈을 때 결국 그것이 넘칠 정도로 좋은 것이 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무엇이 됐든 그것을 정말로 잘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얼마나 열심히 해야 하는지, 수월해 보이는 외양을 지니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이 들어가는지 우리는 잘 안다. 내가 자랑스러웠던 이유는 아마도 인간이 수많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이성적으로 상상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나은 것을 만들어내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 그것도 꽤 자주 그렇게 할 수 있다는 사실 때문인 듯하다. _ 272쪽
매일 마침 미켈란젤로와 그의 조수들은 새로 바른 회반죽이 마르기 전에 그날 완성해야 할 부분에 대한 밑작업을 했다. 이것을 이탈리아어로 '하루의 일'이라는 뜻의 조르나타 giornata라고 하는데 시스티나 예배당의 천장화는 사실 이렇게 작고 불규칙한 모양의 작은 성취들이 경계선이 거의 보이지 않는 모자이크처럼 모여서 만들어진 작품이다 (중략) 미켈란젤로는 자신을 예술사 최고의 거장으로 생각하지 않았던 게 분명하다. 날마다 그날 해야 할 일을 마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데 더없이 전념했기 때문이다. _ 280쪽
세상은 쉽게 그릴 수 있는 모델이 되어주지 않는다. 안전한 길은 다른 사람들이 여러 차례 시도해서 다듬어 놓은 방식을 통해 복잡함을 제한하는 방법이다. 위험한 길은 시각의 한계에 도전하고 그것 을 펜으로 표현할 방법을 스스로 만들어내려고 애쓰는 방법이다. 미켈란젤로는 아마 표현하기 가장 어려운 대상과 사랑에 빠졌던 듯하다._283쪽
그가 대성당의 거대한 돔 지붕을 그린 가로세로 25센티미터가량의 종이를 들여다본다. 로마의 지붕들 위로 높이 솟아오른 돔을 짓는 것은 초인간적인 능력을 필요로 하는 일이었고, 바로 그래서 우리가 미켈란젤로라는 인물이 초인간적인 능력을 지닌 사람이라는 인상을 갖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 소박한 그림에서 그는 그저 무지개 모양을 거듭해 그리면서 마음에 드는 곡선을 찾으려 하고 있다. 아무리 위대하다 칭송을 받는 그일지라도 결국 어린 아이 같은 연습 과정을 건너 떨 수는 없는 사람인 것이다._290쪽
혼자 생각에 잠긴다. 여기서 배울 수 있는 교훈이 있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처럼 세계적으로 장대한 곳에서 얻는 깨달음치고는 좀 우습긴 하지만, 바로 의미라는 것은 늘 지역적으로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가장 위대한 예술 작품은 자신의 상황에 갇힌 사람들이 아름답고, 유용하고, 진실된 무언가를 창조하기 위해 조각조각 노력을 이어 붙여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교훈까지 말이다. _ 30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