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에 온 지 이틀째였나?
보령 안온재 아우 웃는돌의 페북 들췄다가 가을냄새 맡으러 갈까 보다고 댓글 남겼다. 계절 알바하는 언니 일정 맞추어 일요일인 오늘로 날을 잡았다.
아우집에 처음 갔던 초여름에도 엄마랑 셋이었다. 여름손님 누가 반기냐며 가기 꺼리던 엄마가 가서 보고는 어린애마냥 뛸듯이 좋아했더랬다. 고로 이번에도 엄마와 동행은 당연하다.
11시 도착할 예정으로 꼼지락대다가 내 특기가 발휘됐다. 맞아, 보름 전쯤 오랜만에 페북에서 인사 나눈 전주 사는 친구가 불쑥 떠올랐다. 냅다 전화했다. 기다렸다는 듯이 손을 번쩍 들어주더라. 역시 우린 모놀인(모여서 놀자)답다.
찜질방에 불도 피워 놓았고 꽃향유와 구절초 꺽어 꽃병에 담아 우덜을 기다린다는 아우에게 10시 15분에 출발을 알렸다. 찜질방 간식으로 떡과 옥수수 사과대추를 챙겼고 무엇보다 울엄마 맴을 싹다 뺏어간 진돗개 별이 달이 선물도 잊지 않았다.
지난번에 엄마는 침이 마르도록 별이와 달이를 칭찬했다. 칭찬으로 그치지 않고 노래 부르듯 몇 번씩 되새겼다.
"아무리 쥔하고 같이 다닌다고 혀도 얼매나 똑똑허믄 피런허고 단 한번을 짖는 법이 없다냐? 쟈들 먹을 거 하나 안 들고 온 것이 그르케 미안헐 수가 없네. 다음번이 가게 되믄 꼭 돼지고기라도 한근 들고 가야겄다"
아침에 준비할 때 난 돼지고기는 잊어버렸고 97세 엄마 기억력은 빛났다.
아침 기온은 퍽 쌀쌀했다. 금강의 물결도 한적한 시골길 바람도 무거워 보였다. 바람결 실린 하늘빛은 경쾌했다. 아우네 마당에 주차를 마칠 즈음 별이와 달이는 쥔장께 손님 기척을 알렸다.
두 달 전 어머니를 여읜 아우지만 엄마를 맞이하는 손길과 눈길은 차가워진 날씨도 낯을 들지 못하게 뜨거웠다. 별이 달이에게 신고식 마치고 곧장 울안의 식구들하고도 인사 나눴다.
울 너머 감나무랑 달콤한 인사 나눌 즈음 별이 달이 손님맞이 노랫소리 들렸다. 코로나의 방해로 만날 기회 뺏긴 이후 첫만남이니 얼마 만의 해후인겨? 동갑내기 친구 온달과 옆지기 고운 둘 다 모놀인이다. 갸들이 부부이든 말든 우덜의 포옹은 눈살찌푸릴 만큼 뻑적지근하다. ㅎㅎㅎ
상냥하고 붙임성 좋은 고운이 엄마에게 다정하게 인사드리니 엄마 얼굴은 감빛보다 더 밝고 곱게 물들었다. 감 장대를 생전 처음 써보는 나의 미숙함을 친구와 아우가 지워주니 타고난 실력인 양 방방댔다. 하늘에도 바람에도 노랫가락이 너울거렸다.
손님맞이하느라 아침내내 분주했던 쥔장도 갑작스런 번갯불에 달려온 친구네도 아직 오늘 첫끼 구경을 못했더라. 지난번 맛에 뻑갔던 판교 읍내 콩국수 식당으로 달려갔다. 찬 음식을 못 드시는 엄마는 온면 콩국수를, 우덜 다섯은 냉콩국수를 주문했다. 면기를 빵꾸낼 만큼 닥닥 긁어 싹싹 비웠다.
조용한 읍내를 꼼꼼히 한 바퀴 돌아보면 좋으련만 날도 차고 거동 불편한 엄마를 고려하여 훑는 시늉만 냈다. 판교는 도토리국수와 묵이 유명하고 근처에 커피맛 좋은 카페가 있어 구매하여 안온재로 돌아왔다.
엄마와 언니는 찜질방으로 넷은 안채로 들어갔다. 얼마 전 아우는 돌아가신 어머니의 시간을 아우표 앨범으로 담아냈다. 커피랑 <어머니 시간 앨범>의 궁합은 기막혔다. 무궁무진한 화제는 언니가 엄마발 귀가 독촉을 날라 오기 전까지 시간을 잃고 말았다.
엄마의 귀가 독촉은 핑계였다. 달아오른 엄마 체온에 항복 선언하고 싶지도 않고 아까 울안 산책 중에 눈여겨 봐둔 부추랑 단호박을 어둑해지기 전에 챙기려는 엄마 속내의 다른 표현이었다. ㅎㅎㅎ
부추와 단호박을 양껏 챙긴 욕심쟁이 엄마더러 우덜도 찜질방 맛을 봐야 하니 좀만 기다려 주시랬다. 말만 글케 하고 이번엔 마침표를 잊어버렸다. 엄마랑 같이 있던 언니의 출발 독촉 전화를 받았을 때 우린 <모놀 답사>를 이어갈 묘수를 찾아 무릎을 치고 있었다. 나머지 얘기는 카톡에서 나누자며 지지던 몸땡이를 서둘러 일으켰다.
뜻깊은 오늘 <모놀 번개>가 모놀 역사에 길이 남겨질 게 틀림없다고 강력히 주장하련다!
이종원 대장님~
듣고 계시쥬?
모놀 페친들 궁금하고 환영 만땅이쥬?
우덜이 일내겠습니당~!!!~
첫댓글
참으로 반가운 얼굴들
추억이 새록새록
건강하셔서 감사합니다
급작스레 성사된 모놀번개~ 너무 즐겁고 행복하고 아쉬운 시간이었지요.
모놀답사를 어떤 모양으로든 지속했으면 좋겠다는 우리들의 생각과 바램 그리고 첫발 디딤..즐거운 모놀의 시간이 다시 오리라 확신합니다~^^
주춧돌이 쌓이는 중~♡♡♡~
앗 낮 익은 분들이 계시네요 오랜만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