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독서
<모세는 다른 예언자와 다르다. 너희는 어찌하여 두려움도 없이 그를 비방하느냐?>
▥ 민수기의 말씀입니다.12,1-13
그 무렵 1 모세가 에티오피아 여자를 아내로 맞아들였는데,
미르얌과 아론은 모세가 아내로 맞아들인 그 에티오피아 여자 때문에
모세를 비방하였다.
2 그들은 이렇게 말하였다. “주님께서 모세를 통해서만 말씀하셨느냐?
우리를 통해서도 말씀하시지 않았느냐?”
주님께서 이 말을 들으셨다.
3 그런데 모세라는 사람은 매우 겸손하였다.
땅 위에 사는 어떤 사람보다도 겸손하였다.
4 주님께서 갑자기 모세와 아론과 미르얌에게 말씀하셨다.
“너희 셋은 만남의 천막으로 나오너라.” 그들 셋이 나오자,
5 주님께서 구름 기둥 속에 내려오시어 천막 어귀에 서시고,
아론과 미르얌을 부르셨다.
그 둘이 나와 서자 6 말씀하셨다.
“너희는 내 말을 들어라.
너희 가운데에 예언자가 있으면
나 주님이 환시 속에서 나 자신을 그에게 알리고
꿈속에서 그에게 말할 것이다.
7 나의 종 모세는 다르다. 그는 나의 온 집안을 충실히 맡고 있는 사람이다.
8 나는 입과 입을 마주하여 그와 말하고, 환시나 수수께끼로 말하지 않는다.
그는 주님의 모습까지 볼 수 있다.
그런데 너희는 어찌하여 두려움도 없이 나의 종 모세를 비방하느냐?”
9 주님께서는 그들에게 진노하시며 떠나가셨다.
10 구름이 천막 위에서 물러가자,
미르얌이 악성 피부병에 걸려 눈처럼 하얗게 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아론이 몸을 돌려 미르얌을 보자, 과연 그 여자는 악성 피부병에 걸려 있었다.
11 아론이 모세에게 말하였다.
“아, 나의 주인님,
우리가 어리석게 행동하여 저지른 죄의 값을 우리에게 지우지 마십시오.
12 미르얌을, 살이 반은 뭉그러진 채 모태에서 죽어 나온 아이처럼
저렇게 놓아두지 말아 주십시오.”
13 그러자 모세가 주님께
“하느님, 제발 미르얌을 고쳐 주십시오.” 하고 부르짖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저더러 물 위로 걸어오라고 명령하십시오.>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14,22-36
군중이 배불리 먹은 다음, 22 예수님께서는 곧 제자들을 재촉하시어
배를 타고 건너편으로 먼저 가게 하시고,
그동안에 당신께서는 군중을 돌려보내셨다.
23 군중을 돌려보내신 뒤, 예수님께서는 따로 기도하시려고 산에 오르셨다.
그리고 저녁때가 되었는데도 혼자 거기에 계셨다.
24 배는 이미 뭍에서 여러 스타디온 떨어져 있었는데,
마침 맞바람이 불어 파도에 시달리고 있었다.
25 예수님께서는 새벽에 호수 위를 걸으시어 그들 쪽으로 가셨다.
26 제자들은 예수님께서 호수 위를 걸으시는 것을 보고
겁에 질려 “유령이다!” 하며 두려워 소리를 질러 댔다.
27 예수님께서는 곧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용기를 내어라.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
28 그러자 베드로가 말하였다.
“주님, 주님이시거든 저더러 물 위를 걸어오라고 명령하십시오.”
29 예수님께서 “오너라.” 하시자,
베드로가 배에서 내려 물 위를 걸어 예수님께 갔다.
30 그러나 거센 바람을 보고서는 그만 두려워졌다.
그래서물에빠져들기시작하자, “주님, 저를구해주십시오.” 하고소리를질렀다.
31 예수님께서 곧 손을 내밀어 그를 붙잡으시고,
“이 믿음이 약한 자야, 왜 의심하였느냐?” 하고 말씀하셨다.
32 그러고 나서 그들이 배에 오르자 바람이 그쳤다.
33 그러자 배 안에 있던 사람들이 그분께 엎드려 절하며,
“스승님은 참으로 하느님의 아드님이십니다.” 하고 말하였다.
34 그들은 호수를 건너 겐네사렛 땅에 이르렀다.
35 그러자 그곳 사람들이 그분을 알아보고
그 주변 모든 지방으로 사람들을 보내어, 병든 이들을 모두 그분께 데려왔다.
36 그리고 그 옷자락 술에 그들이 손이라도 대게 해 주십사고 청하였다.
과연 그것에 손을 댄 사람마다 구원을 받았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교우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제자들이 밤을 새워 고기를 잡으려 했지만 한 마리도 잡지 못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더 깊은 곳으로 그물을 던져보아라.” 제자들은 예수님을 말씀을 믿고 더 깊은 곳으로 그물을 던졌습니다. 결과는 그물이 터질 정도로 많은 고기를 잡았습니다. 복음을 보면 예수님께서는 성공했을 때, 능력이 있을 때, 존경 받을 때보다는 실패 했을 때, 아무 것도 할 수 없었을 때, 비난 받을 때에 함께 하셨습니다. 제자들이 밤을 새워 한 마리도 잡지 못하였을 때, 예수님께서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하셨습니다. 돌에 맞아 죽어야 할 운명에 처해 있던 여인의 죄를 묻지 않고 새로운 삶의 기회를 주셨습니다. 사람들에게 복음 때문에,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서 박해를 받으면 행복하다고 하셨습니다. 하느님의 나라가 그들의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위기의 순간에, 고난의 순간에 함께 해 주는 친구가 정말 고마운 친구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바로 그런 분이십니다.
저도 그런 경험이 있습니다. 1997년 IMF 때입니다. 저도 IMF의 파도를 맞았습니다. 은행 대출이자가 17%였을 때입니다. 저는 부모님이 머물 수 있는 전세금이 필요했고, 은행에서 대출 받았습니다. 저의 이야기를 들었던 동창들이 제게 선뜻 비용을 빌려주었습니다. 저는 1년 뒤에 동창들에게 빚을 갚았고, 식사를 함께 하였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고마운 일입니다. 저도 약간의 도움을 주었던 적이 있습니다. 작년 8월 서품 31주년을 기념하며 타코마에서 모임을 가졌습니다. 안타깝게도 동창 한 명이 코로나에 걸렸습니다. 저는 뉴욕에서 왔기에 별 거리낌 없이 신부님과 가까이 지냈습니다. 저도 코로나 증상이 있었지만 기분은 좋았습니다. 당시만 해도 코로나에 걸리면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 탐승이 불가능했습니다. 저는 신부님을 모시고 뉴욕으로 와서 함께 지냈습니다. 신부님은 코로나에서 회복되고 무사히 한국으로 돌아갔습니다. 신앙은 대상을 중심으로 하면 종교가 됩니다. 신앙은 행동을 중심으로 하면 이정표가 됩니다.
주변을 보면 1인 3역을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런 분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해야 할 일을 미루지 않습니다. 해야 할 일을 사랑합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일과 소중한 일을 식별합니다. 독서를 통해서 삶의 지혜를 얻습니다.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서 건강을 유지합니다. 명상을 통해서 하느님의 뜻을 찾습니다. 이웃을 위해 봉사하고, 가진 것을 기꺼이 나눕니다. 3가지 일을 하면서 더 큰 성과를 얻습니다. 취미로 사진을 찍었는데 사진과 글이 어우러져서 감동을 주는 작품이 되기도 합니다. 저의 주된 업무는 미주가톨릭평화신문입니다. 신문사를 운영하고, 홍보하고, 좋은 지면을 만드는 것입니다. 부르클린 한인성당의 일을 도와주고 있습니다. 매 주일 미사를 봉헌합니다. 부르클린 신자들께서 평화신문을 구독해 주셨습니다. 우드사이드 성당의 장례미사도 도와드렸습니다. 고인의 유족들도 고마워했습니다. 장지에 함께 갔던 봉사자들이 기꺼이 평화신문을 구독해 주셨습니다. 퀸즈 성당의 미사도 도와드립니다. 본당 신부님의 배려로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신문 홍보를 하기로 했습니다.
커다란 댐이 무너지는 것은 태풍으로 물이 넘쳐서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작은 구멍으로도 커다란 댐은 무너질 수 있습니다. 삼국지에서 ‘적벽대전’은 아주 재미있는 대목입니다. 강한 군대를 가졌던 조조가 작은 군대를 지닌 제갈공명에게 패배한 것은 부하를 믿지 못했던 의심 때문이었습니다. 제갈공명은 조조에게 의심이라는 아주 작은 씨앗을 주었습니다. 조조의 마음에 들어온 의심이라는 씨는 조조의 판단력을 흐리게 하였습니다. 전쟁 중에 훌륭한 장수를 죽이고 말았습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아론과 미르얌은 모세를 의심했습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나의 종 모세는 다르다. 그는 나의 온 집안을 충실히 맡고 있는 사람이다.” 모세는 겸손한 사람이었다고 이야기합니다. 모세는 하느님께 미르얌의 병을 고쳐주시기를 청하였습니다. 모세는 자신을 의심했던 사람을 용서하였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물 위를 걷던 베드로는 두려움 때문에 예수님의 말씀을 믿지 못하였습니다. 그리고 물속으로 빠지고 말았습니다. 예수님께서 베드로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이 믿음이 약한 자야, 왜 의심하였느냐?
“하느님, 제 마음을 깨끗이 만드시고, 제 안에 굳건한 영을 새롭게 하소서. 당신 앞에서 저를 내치지 마시고, 당신의 거룩한 영을 제게서 거두지 마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