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좋아하는 취미 중 하나는 시골 5일 장날 구경 가는 것입니다.
사는 곳 경남 함안 가야 장은 5, 10일 장이 열립니다.
350미터에 이르는 큰 재래시장은 그야말로 장관을 이룹니다.
특히나 나이가 드신 분들의 방문이 많은데 가까운 도시에서도 많이 찾는 답니다.
오늘도 사무실에서 일찍 나와 장에 들렀습니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지갑에서 5만 원을 손에 쥡니다.
그리고 한쪽 방향으로 거슬러 갑니다.
항상 있던 그 자리에 같은 물건으로 장사하고 있지만
한켠에는 시골 동네에서 할머니들이 5일 간 장만한 농산물을 가지고 나오는 분들도 많습니다,
재배한 상추를 뜯어 오시는 분, 마늘을 까 오시는 분, 간혹 산에서 영지버섯을 채취해 오시는 분.
아무튼 할머니들이 계신 곳에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물건이 가끔 보이기도 합니다.
오늘도 시장 전체를 한 바퀴 둘러보고 이것저것 사 봅니다.
한 입 고구마 3.000원.
쌈배추 3통 5.000원
즉석 꽈배기, 찹쌀 도나스 5.000원.
흑 수박 15.000원.
햇 양파 3.000원.
배추 겉절이 10.000원.
통태 3마리에 5.000원 하길래 한 마리 2.000원 드릴 테니 파시라고 하니 안 판다 하시네요.
여름이 오기 전 제주 무로 동태탕 끓이면 시원합니다.
동태탕은 동태보다 무가 맛을 좌우하거든요.
여름 무는 맛이 없습니다.
자주 가는 5일 장이 되다 보니
장사하시는 분과 서로 안부를 묻기도 하고 덤으로 하나씩 더 주시기도 합니다.
5일 장은 큰 마트와 달리 치열한 삶과 풍요가 있어서 좋습니다.
겨울 장날 연세 많으신 할머니가 옷을 두텁게 입고 다 팔아도 만 원도 안되어 보이는 물건을 앞에 놓고
해가 늬엿해질 때까지 귀가하지 않는 걸 보면 마음이 아픕니다.
어린 시절 시골에서 밤늦도록 일하시는 부모님 모습을 보며 자란 탓이겠지요.
시퍼런 콧물을 닦아 돕바(나이론으로 만든 잠바)의 소매가 번들거리던 어린 시절 시골장날 팔던 국화빵.
요즘 5일 장에도 둥근 빵틀에 주전자로 밀가루 반죽을 붓고 끝을 구부린 송곳으로 뒤집어 가며 팔고 있습니다.
옛 생각이나 사 먹어 보면 예전 그 맛이 아닙니다.
풀빵 맛은 그대로인데 제 입맛이 바뀐 것이지요.
넉넉한 마음으로 입가에 미소 머금으고 눈 호강하며 감흥에 젖는 시골 장.
동태전과 부추전에 막걸리 한잔할 수 있는 곳도 있습니다.
도토리 묵과 메밀묵, 촌두부 만들어 와 파는 곳도 있습니다.
순대, 족발, 튀김, 즉석 어묵(어린 시절 말로 덴뿌라), 꽈배기 심지어 뼈해장 국도 포장으로 판매합니다.
생선은 물론이고 소 부속 고기, 곡물, 과일 등 없는 것이 없어요.
시간이 허락하면 편안한 마음으로 시골 5일장 구경 추천합니다.
한결 여유로움과 편안함을 느끼고 즐길 수 있습니다.
첫댓글 5일장의 풍경을 그림 한장없이 글로 이렇게 선명하게 그려낼 수 있는 문어력에 우선 감탄부터 하개 됩니다. 이 글을 일고 있노라면 마치 직접 5일장에 있는 듯한 기분이 들어 벌써 눈이 호강하고 입이 맛에 취해 손에는 여러가지 구매한 까만 봉투가 잔뜩 들려있는 듯합니다. 특히 풀빵 맛은 그대로인데 제 입맛이 바뀐 것이라는 말에는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그런데 동태 세마리에 5천언인데 한마리에 2천원에 안팔겠다는 상인의 말을 들으니 엣날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시골장터에서 닭 한마리에 3천원에 팔고 있어서 3마리를 1만원에 팔라는 요구에도 상인은 안팔겠다고 했다는 말이 생각나는군요.닭 장사꾼은 산수 셈을 잘 못하기 때문이라 못팔겠다고 했다고 해석하지만 동태 상인도 그런 이유였는지도 모른다는 행복한 생각을 해봅니다. 오늘 모처럼 여백님과 동행해서 5일장 구경 잘하고 덕분에 호사까지 누려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오일장이야 말로 시골의 낭만이 아닐까 합니다.
은근히 장날이 기다려지기도 하니까요.
오늘부터 연휴가 시작됩니다.
편안하고 즐거운 날들이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