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발탄.
내가 세상에 태어나고보니 엄마 뱃속에 있을때가 6.25가 발발해서
한창 남북이 싸울때 였고,
겨우 걸음마를 떼고 말을 할 줄알게 된 나이 에는
그 전쟁은 끝났지만 그 여파로
사람들이 극도로 궁핍하고 많이죽고 인심이 흉흉 해서
결코 좋은 시기에 살았던건 아니였던것같다.
초등학교에 들어가니 하이고.. .애들이 전교생이 무려 4000명..
(이걸 아직 기억하는건 교가인가 응원가의 맨끝부분에" 4000명이 한맘이되어
붉은피가 다하도록 싸워라.."라는 가사 때문이다.)
보통 1학년이 애들이 제일 많고 보통 한 학년이 12~3반인데
한반에 애들이 60~80명정도..
그래서 6X12X80=5600인데..
이게 학년이 올라 갈 수록 애들이 점점 줄어든다.
보통 방학이 끝나면 한 반에 몇명이 안온다..
그 중에는 엄마를 따라서 이사간 애도 있겠지만
주로 여름에는 멱감다 물에 빠져죽고
겨울에는 감기에 걸려서 페렴으로 죽고
홍역으로 죽고..
스케이트 타다 물에 빠져 죽고..
하여튼 점점 애들이 줄어서 6학년이 되면
한반에 60명정도가 남고 반도 10반 정도인데
그중에서 중학교로 진학하는 애들은 3/2정도?
하여 튼 나머지는 지들이 알아서 일찍부터 생활전선에 뛰어 들거나
아니면 몸이 좀 더 자라서 노동을 감당 할수 있을때 까지는
먹고 놀아야 했는데,
대개가 넉넉지 못한 도시 빈민들의 아이들이라
노는게 주로 인근의 주물공장이나 벽돌공장 같은데서
형들이 누나들을 꼬셔와서 이상한 짓들을 하는걸 보면서
조기 성교육과 취미활동(흡연,격투기.등..)
을 하면서 놀았다.
나중에 초등총 동기회에서 다 늙어서 거의 우리아버지 같아 보이는 동창에게
말을 걸었다가 그가 사실은 나보다도 몇살이 위라는걸
세월이 한참 흘러서 알았다.
6.25 피난을 다니느라 뒤늦게 학교에 입학..
그 때는 입는것도 시원치 않아서 겨울이면 되게 추웠는데
우리는 다행?히 동네에 큰 주물공장이 있어서 거기서 하루 종일 놀면
추위는 걱정이 없었다.
왜냐 하면 주물공장이라는게 지금처럼 철광석을 가져와서 전기로에 녹이는
방식이 아니라 큰 용광로에 코크스(석탄)와 석회석같은걸 사람이 메고 올라가서
넣고 거기다 고철을 집어 넣어서 녹이는 방식인데
일정한 시간이 되면 용광로의 아랫부분에 막아 놓은 흙을 떼어 내면
진짜 용암같은, 쇠를 녹이는 과정에서 가라앉은 불순물들이
벌겋게 흘러나오는데 아저씨가 긴 쇠막대로 이걸 끌어다
한곳에 갖다 놓으면
다음 찌꺼기가 나올떼 까지 아주 뜨끈하게 (뜨겁고.. 1000도 정도의 온도?)
겨울을 보낼수 있었는데
그 용광로 찌꺼기 곁에는 또다른 즐거움이 있었다.
그 찌꺼기가 성분이 주로 돌,석회석 이런게 녹은 겄인데
식을때 그걸발로 밟으면 쉽게 부서 지는데 간혹 은빛 찬란한 (쇠도 금방 녹으면 찬란한 은빛!!)
쇠가 발견된다. 그걸 이모노(鋳物)라고 했고
재수가 좋은날은 몇킬로가 넘는 쇠덩이를 발견해서
그걸 고물상에 팔면 몇놈이서 제법 많은 것을 할 수 있엇다.
그 흘러나온 쇳물을 다시 선별해서 가져가는 전용 인부도 있었지만
조그만 쇠덩어리든지 미처 아저씨가 발견 못한 쇠물 찌꺼기는
우리것이 되었고
우리는 제법 큰 쇠덩어리를 찿는 날은 룩펠러가
부럽지 않았다.
문제는 그 주물 공장 구석에 모아 놓은 고철 더미가운데
인부들이 절대로 자기의 질통?
(등뒤에 메는 네모난 통.고철이나 석탄 모두 이걸로 지고 계단을 올라가서 용광로에 부었다..)
에 넣지 않는 고철더미가 있었는데,
그건 바로 죽음의 고철 즉,불발탄, 총신, 155mm 곡사포 탄두, 81mm 박격포, 불발탄
20mm 기총탄, 세열수류탄, 인민군의 방방이 수류탄등 ..무시무시한
폭발물 이었는데
그당시 실제로 엿장수 이저씨들이 탄두를 분해하다가 많이들하늘나라로 먼저 가셨고
친구들 집의 대문 빗장이 인민군 딱콩총(딱콩 하면 무조건 아군 한사람이 죽는다는 일본군의 99식 소총)
의 총신이엿으며
엔간한 집의 굴뚝은 미군의 155mm 곡사포 탄의 케이스..
(쇠로 되어 있고 이갈 이으면 굴뚝으로 최고다..)
우리도 금호강에 놀러가서 모래사장을 잘 파면 기관총 탄피가 한 바케스정도 나올때도 있고
실탄도 제법 심심지 않게 줏엇는데 나는 그게 인민군것인지 국군것인지도 구별해 냈다.
완전 구리재질은 인민군, 놋쇠 제질은 미군거..
끝이 뾰족한 M-1 실탄과 끝이 뭉특한 카빈 실탄, 몸둥이가 좀 굵은 45구경 권총 실탄등.
한 걸음 더 나가서 나는 그 실탄들을 분해하는 기술을 터득했다.(미쳤구나..)
실탄을 손으로 잡고 단단한 곳에 좌우로 툭툭치면
탄두가 분리되고
(탄두는 납으로 채워져 있다)
탄피에는 화약이 들어 있는데 연필심 같은 모양, 납작한 연잎모양같은 화약 등이 들어있고
그 새카면 화약을 많이 모아서 돌위다 내 이름을 쓰고 불을 붙이면 무서운 기세로 타오르며
돌에 그슬린 자국을 남긴다..
수류탄은 그래도 좀무서워서 분해를 못해봤고
155MM 탄두는 무겁기도 하거니와 어떤건 가느다랗게
연기같은게 나오는것 같아서 우와 뜨셔라...진흙 연못에 집어 넣은적도..
한번은 제법큰 탄두를 줏엇는데 (알고보니 비행기 기관총탄 )
요걸 며칠 가지고 놀다가
그 뜨거운 용암위에 올려놓고 납이 녹아서 흘러 나오는걸 구경하다가
그만 쾅하고 폭발해서 내 얼굴에 납이 몇방울 튀어서 피가 나고
그 탄환이 같이 불을 쪼이던
동네형의 다리옆을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에
그형 바지를 엄마가 물러 주기도 햇는데
그때 죽지 않은게 다행이고 그때 납이 튀어 눈끝자락에 상꺼풀 수술로도 안되는?
멋진 눈꼬리가
생겻는데 다른 흉터는 자라면서 없어 졌는데
눈꼬리의 흉터는 아직 있다.
몇 mm만 눈동자쪽으로 갔다면 나는 지금 이글을 점자로 치고 있을까??
좌우간 그 일 이후로 나는 그 주물공장의 출입금지 리스트 1호가 되었고
나도 넌더리가 나서 총알을 갖고 노는 일은 그만 두었다.
열심히 공부나 하자...
I am a boy..you are a girl?..~~~~~~~~~~~~~~
문득, 우리의 인생도 어쩌면 불발탄으로 살아온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
60이 넘도록 자기가 좋아해서 한일도 이니지만 죽도록 일만해온
우리 클럽의 아저씨들이 죽자살자
색소폰을 부는걸 보고 내가 한마디 한다..
"진즉 공부를 그렇게 했으면 지금쯤..."
그러면 사람 좋은 그초등학교 교장 선생임은 웃으시면서
"그러게요...ㅎㅎ"한다,
미국 대통령이였던 지미카터는 대통령임기를 마친후
무슨 집짓는 봉사를 다녔는데
그대 목수일이 자기의 천직인걸 대통령을 지내고 나이가
70이 넘어서 알았다고 한다.
비록 본인이 원해서 택한 길은 아니었을지는 모르는
이곳 6~70대 방 회원분들,
당신들은 어쩌면 아직 폭발하지 않은 불발탄일지도 모릅니다.
자신에게 내재된 소질과 열정을 미처 폭발할 곳을 찿지 못해서
평생을 불발로지낸...
지금이라도 자기가 진짜 좋아하는 일을 해 보세요.
돈이들건 , 힘이들건, 공부든 사랑이든뭐든..
그러나.. 핵무기가 꼭 폭발해야만 무서운 무기가 아니듯
페기될때 까지 폭발은 않지만 그 존재 만으로 세계의 평화와
힘의 균형에 이바지 하듯
당신이라는 존재 자체가 이미 그 존재 만으로도 핵무기 이상의 존재감을 가지며
당신의 인생, 가족들,그리고 그 주위에 영향을 주고 있지 않을가요?
그렇다면 이미 당신은 불발탄 그자체 만으로도 그 소임을 다 하신 겁니다.
오늘도 무개를 잡읍시다..흠..
(까불면 니들 다 죽는다..^^)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