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엔 해남 마산의 윤영길이 잡아 준 토종닭을 가지고
덕촌에 다녀왔다. 뒤늦게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딴 누님은 일을 하셔
벌교 동생네를 불렀더니 일 중이라며 점심을 먹고 나간다.
기훈이가 충권이를 동네로 불러 한잔 하자더니 충권에게 사정이 생겼다고
다음에 하잔다. 전화기를 보니 창윤 선배가 저녁에 한잔하자고 문자가 와 있다.
버스를 길게 갈아타고 길찾기 앱을 실행해 약속 장소까지 걸어가니 옷이 땀에 젖는다.
난 권력에 관심이 있는걸까? 없는걸까? 권력이란 무엇일까?
서울의 권력기관을 중심으로 볼 때 전남의 작은 학교에 사는 내가 무슨 권력을 논한단 말인가?
교육청이나 교육부에 근무하면 구너력을 누리는 것인가?
나의 진로를 염려해 주는 선배의 고마움을 알면서도 술이 들어가자 난 건방을 떤다.
삼산의 평구 형님과 같이 택시를 탔는데 상무지구에서 기어이 내려 한잔을 더 하잔다.
12시가 넘어 집으로 온 듯한데 다음날 바보에게 들으니 수퍼 맥주를 사 거리에서 한잔 더 했다 한다.
집에 잘 돌아왔으니 다행이다.
한강이는 학원에 간다고 오전 일찍 금당산에 가자고 한다.
무거운 몸을 끌고 나가 저수지 앞에서 기다리는데 소식이 없다.
전화를 하니 밥을 먹고 이제서야 차를 탄댄다.
그럼 원광대병원 앞에서 만나자고 하고 벌써 뜨거워진 거리를 걸어 오른다.
모자를 눌러쓰고 잠간 걸으니 금방 땀에 젖는다.
길 옆의 꽃도 본다.
8시 45분쯤 한강이가 온다. 방학을 했다는데 일찍 일어나 밥을 먹고 나랑 산에 가겠다고 나서주니
기분이 좋다. 몸은 무겁다. 발이 땅에 닿지 않은 듯 허우적거린다.
계단을 오르며 한번 쉰다.
지리산에 가자한 이야기를 하니 친구들과 놀기로 했다한다.
난 고등학교 때 지리산 종주를 못했지만 친구들이 무거운 배낭을 매고 지리산에 다녀 온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고 말한다.
학교에서 종일 앉아 있다가 산에 오르니 좋다고 한다. 다행이다.
세 군데 보이던 장사 아줌마들은 보이지 않는다.
정상에서 챙겨 준 과자를 꺼내는데 별로 먹지 않는다.
무등산은 옅은 안개띠를 두르고 있다.
형제들 이야기 할아버지 할머니의 이야기를 묻는다.
내가 아는 건 무얼까?
나나 죄가 많다.
내려 와 목욕탕에 가고 점심을 먹자는데 시간이 바쁘댄다.
삼흥정에서 중흥아파트 쪽으로 내려와 신암교회 앞에서 47번을 타고 간다.
나도 길을 건너 버스를 탈까하다가 아스팔트를 그냥 걷는다.
바보는 덥다고 버스를 타라는데 난 괜찮다고 한다.
한볕에게 생일축하한다고 사진을 보낸다. 보고싶다고는 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