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소설인 《나뭇잎 사이의 별빛》은 사랑의 치유력에 대한 경이롭고 감동적인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우리의 삶은 한순간의 실수로 돌이킬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 이 소설의 주인공 엘리스는 쌍둥이 아들 리버와 재스퍼, 생후 두 살 된 딸 비올라를 데리고 심란한 일이 있을 때마다 즐겨 찾는 숲으로 간다. 변호사인 남편 조나가 근무하는 로펌을 방문했던 그녀는 남편이 주차장에서 다른 여성과 차에서 키스하는 장면을 목격하는 바람에 마음이 몹시 혼란스러운 상태였다. 엄마의 마음을 알 리 없는 쌍둥이 두 아들은 평소와 다름없이 숲에서 시끄럽게 떠들어대며 올챙이를 잡는다. 마음이 싱숭생숭한 엘리스는 남편에 대한 배신감에 휩싸인 가운데 이혼을 해야 할지 모른 척하며 그냥 넘기고 살아야 할지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고민한다. 쌍둥이인 두 아들은 숲에서 잡은 올챙이들을 유리병에 담아 차에 오른다. 심한 개구쟁이들이라 차에 올라서도 소란스럽게 떠들어대다가 실수로 올챙이를 넣은 유리병을 차 바닥에 엎질러버린다. 엘리스는 차 바닥에 쏟아진 올챙이를 찾아 병에 다시 담으려고 비올라가 앉은 카시트를 떼어 주차장에 내려두고 차 안을 살핀다. 아이들이 올챙이를 꼭 찾아야 한다며 계속 칭얼거리는 바람에 정신이 없다. 겨우 올챙이를 찾아내 유리병에 담고 아이들을 진정시킨 다음 차를 출발시킨다. 그녀는 얼마 못 가 깜박 정신을 놓는 바람에 비올라가 앉아 있는 카시트를 주차장에 내려두고 왔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일 킬로쯤 달렸던 엘리스는 부랴부랴 왔던 길을 되돌아가지만 생후 두 달 된 비올라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다.
언론은 엘리스를 숲의 주차장에 딸을 두고 온 무책임한 엄마로 낙인찍고, 시어머니 역시 심하게 질책한다. 엘리스의 시아버지 바우해머가 국회의원이라 언론과 사람들의 관심이 유난히 높다. 딸을 잃은 엘리스는 술과 약에 찌들어 절망적인 상태가 되었다가 끝내 견디지 못하고 집을 떠난다. 그대로 살아가다가는 술과 약이 자신을 회복할 수 없는 상태로 몰아갈 것이기에 생물학도였던 대학 시절 즐겨 했던 캠핑 생활을 통해 피폐해져가는 심신을 회복시키고자 한다. 그렇게 남편과 쌍둥이 아이들과 이별하고, 혼자 집을 떠나 캠핑을 하며 지내는 동안 벌어지는 에피소드가 이 소설의 한 축을 이룬다.
다른 한 축은 11만 평이나 되는 숲에서 엄마와 단둘이 살아가는 여자아이 레이븐의 이야기다. 엄마의 말에 따르면 레이븐은 땅의 정령이 보내준 딸이다. 엄마의 말을 철석같이 믿은 레이븐은 숲속 생활에 나름 만족한다. TV도 없고, 엄마가 휴대폰도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인터넷도 금지고, 다른 사람들과의 교류도 전혀 할 수 없는 숲속 생활이지만 새들과 나무들과 꽃들과 두루 친한 레이븐은 전혀 불만이 없다. 자연과 교감하는 생활, 아기 새를 데리고 숲에서 먹이를 구해주며 보내는 일상에 잘 적응되어있는 탓이다. 그러다가 레이븐은 숲속 개울물로 물놀이를 하러 온 이웃집 아이들 재키, 헉, 리스를 만나면서 또 다른 세상과 사람들의 생활에 관심을 갖게 된다.
캠핑 생활을 하는 엘리스와 엄마와 단둘이 숲속 생활을 하는 레이븐은 대자연을 가까이하며 살아간다는 공통점이 있다. 대학 시절 생물학을 전공한 엘리스는 자연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동식물에 대한 지식이 풍부할뿐더러 관심이 깊어 숲에서 보내는 시간을 즐긴다. 사랑하는 아이들을 떠나 숲을 전전하며 살아야 했던 엘리스는 딸을 잃은 아픔을 치유하고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다시 찾을 수 있을까? 숲에서 엄마와 사는 동안 다른 세상에 대한 경험이 전혀 없는 레이븐은 그냥 그대로 숲속에서 살아가며 삶의 보람을 찾을 수 있을까?
이 소설은 엘리스와 레이븐이 펼쳐가는 두 가지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엘리스는 어른, 레이븐은 어린아이지만 숲에 사는 온갖 동식물들이 친구이고, 대자연 속에서 마음의 위안을 찾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삶의 고통과 슬픔을 마음이 넉넉한 사람들과 대자연을 만나며 극복해내는 감동의 여정
《나뭇잎 사이의 별빛》은 독특한 소설이다. 생물학도 출신인 작가 글렌디 밴더라는 실제로 캠핑을 즐기고, 숲에서 사는 동식물들을 깊이 있게 탐구한 경험이 있어서인지 주변 환경에 대한 묘사가 굉장히 구체적이고 아름답다. 이산 저산 떠도는 캠핑 생활은 차츰 엘리스의 건강을 회복시켜주지만 아이들을 버리고 떠나온 엄마의 아픔은 끝내 회복될 수 없는 상처로 남아 있다. 엘리스가 산을 전전하다가 만난 키스와 대학 시절 친구 대니는 상처받은 그녀의 마음을 따스하게 어루만져 준다. 산에서 야영을 하다가 하마터면 이인조 악당에게 성폭행 당할 뻔했던 위기를 가까스로 넘기지만 칼에 찔린 상처가 깊어 키스와 대니의 도움으로 겨우 목숨을 건진다. 숲은 평화와 위안을 주기도 하지만 혼자 캠핑을 하며 지내다 보면 여러 가지 위험 요소가 따르기 마련이다.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했던 엘리스는 이제 더는 캠핑 생활을 지속할 수 없어 플로리다에 정착한다. 농장을 구입해 재래종 식물을 키워 판매하는 사업을 시작한 엘리스는 비로소 마음의 평화를 찾지만 집에 두고 온 쌍둥이 아들들인 리버와 재스퍼, 숲에서 잃어버린 비올라에 대한 죄의식과 아픔은 여전히 가슴을 아프게 한다. 그러나 캠핑 생활을 하는 동안 여러 번 도움을 준 키스가 그녀 가까이 머물면서 위안을 준다.
한편 워싱턴주의 넓은 숲에서 엄마와 단둘이 살아가는 소녀 레이븐은 이웃집 아이들인 재키, 헉, 리스와 그 아이들의 엄마를 만나게 되면서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게 된다. 레이븐도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 다니고 싶다. 엄마가 홈스쿨링으로 가르치는 공부도 좋지만 학교에 가서 아이들과 함께 어우러져 놀고 싶다. 가끔 오두막에 들르는 이모가 엄마를 닦달해 레이븐은 비로소 학교에 다닐 수 있게 된다. 땅의 정령이 보내준 딸 레이븐은 차츰 다른 아이들과 가깝게 지내면서 숲속에서 보내는 일상과 엄마에 대해 조금씩 의문을 갖게 된다.
《나뭇잎 사이의 별빛》은 대자연과의 교감,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화해와 용서를 바탕으로 새로운 인생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소설의 주요 배경이 숲과 농장이라 낯설게 다가올 수도 있겠지만 자연환경에 대한 묘사가 대단히 사실적이고 구체적이어서 색다른 묘미가 있는 소설이다. 엘리스와 레이븐이 걸어가는 길은 전혀 달라 보이지만 공통점이 많다. 자연을 사랑한다는 점, 숲과 나무와 교감하며 위안을 얻는다는 점, 고립된 생활을 하지만 점차 사람들과 접촉하면서 새로운 희망을 찾아간다는 점이 그렇다. 두 사람이 자연과 합일을 이루면서 조금씩 삶의 희망을 찾아가는 모습이 대단히 아름답고 감동적이다. 결국 엘리스와 레이븐이 찾아낸 인생의 행복은 무엇일까? 엘리스는 떠나온 가족들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숲에서 고립된 생활을 하다가 학교에 다니게 된 레이븐에게는 어떤 변화가 찾아올까?
아픔과 상처는 결국 화해와 용서만이 치유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 소설은 매우 설득력 있게 그리고 있다. 이 소설을 쓴 작가 글렌디 밴더라가 ‘괴물 신인작가’라는 별칭을 얻으며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이유가 이 한 권의 소설에 모두 들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