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행수필/남산길을 걷다 鞍山백원기
짧은 추석 연휴가 아쉬워서인지 아침 강가를 한 바퀴 돌고 왔는데 마음 한구석에서 불현듯 남산 길을 걸어 보고픈 마음이 동했다. 10월 6일 아침나절, 등산복이 아닌 간편복을 입고 전철을 타고 동대입구역에서 내려 캠퍼스를 질러가 남산 산책길에 닿았다. 차량 통행 없이 산책을 할 수 있어 편안했다. 정말 오랜만에 남산 길을 걷는다. 아이들이 초중생일 때 구식 케이블카를 타고 올랐던 기억이 난다. 내가 초등학교 시절에는 이곳에 과학관이 있어 자주 들렸었고 후암동에서 군 생활할 때는 가끔씩 올랐던 기억이 있으며 옛날 중림동에 사셨던 나의 할머니께서는 집안 살림을 돌보지 않던 할아버지 때문에 어린 아버지를 업고 남산 성벽에 올라 같이 죽자고 했을 때 아버지는 할머니의 어깨를 꼭 잡고 나는 죽기 싫다고 몸부림 친적이 있다는 말을 전해 듣기도 했던 애환이 깃든 추억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아기단풍 잎이 아직 파랗지만 조금 있으면 빨간색으로 예쁘게 물들면 더 운치가 있는 길이 될 것이다. 산 중턱을 돌고 돌아 경사진 돌계단을 딛고 성벽 따라 올라선 정상에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하늘을 찌르게 솟아있는 서울타워가 보란 듯이 서있고 많은 사람들 중에는 외국인들도 꽤나 섞여 있었다. 양지바른 남쪽으로 다가가 간이 의자에 앉아 아찔한 난간 너머로 내려다보니 몇 년 전 경북 상주에 있는 갑장산에 올라 깎아지른 절벽 너머로 흘러가던 낙동강 줄기를 보듯이 까마득한 낭떠러지 저편으로 가을 햇빛에 반짝이는 한강수가 유유히 흘러가고 있어 또 다른 서울을 보는 듯했다.
우리가 창조의 세계를 본다는 것은 감동을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새로운 다짐과 신비, 창의, 포부 등을 유발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걸으면 뇌가 즐겁다고 한다. 아니 사실 그렇다. 즐거운 마음이 되려면 걸어보자. 해발 262m의 정상에 올라서니 古都 서울이 360도로 아름답다. 동대입구에서 1시간 50분 만에 올라선 보람이 있었다. 안산이나 인왕산, 북한산, 북악산이 아름답고 남쪽으로 보이는 관악산, 남한산성, 아차산, 대모산 등도 그림처럼 보였다. 특히 북으로 북한산이 우람하게 날개를 펴고 있고 남으로는 한강수가 동에서 서로 흐르고 남산은 그 한가운데 서서 서울을 내려다보고 있다.
남산 길을 걸으면서 고령의 남녀가 40여 명씩 단체성 있는 복장으로 무리 지어 주말 걷기 행사를 갖고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부러운 일이라고 볼 수 있다. 내가 만약 그러한 행사 참가자라면 이런 내용의 깃발을 들고 다니리라 생각해 보았다. "길을 걸으면 뇌가 즐겁고 하나님을 믿으면 영혼이 즐겁다" 고.
다음번에는 6호선을 타고 한강진이나 버티고개에서 내려 오르는 길을 찾아 나서리라 마음먹어본다. 하산은 걷지 않고 05번 마을버스를 타고 남대문 시장에서 내려 먹자골목에서 6000원짜리 뜨끈한 소머리국밥으로 시장기를 때웠는데 다양한 종류의 먹을거리가 있어 적은 돈으로 원하는 것을 먹을 수가 있었으며 많은 사람들과 뒤섞여 아이쇼핑을 하면서 마음에 드는 것이 있으면 사는 재미도 보다가 뉘엿뉘엿 지는 해를 바라보며 귀갓길에 올랐다.(2010년)
첫댓글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읽어주신 이종수시인님,감사합니다. 오늘도 행복한 날 되소서.
감명깊게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