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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남도의 멋과 맛에 취해볼까?
‘남도해양관광열차’를 타고 떠나는 남도이야기
구름 한 점 없는 청명한 늦가을의 하늘을 머리에 이고 섬진강의 철길위로 느릿느릿하게
기차가 들어선다. 덜컹거리는 소리는 여느 기차 못지않지만 속도는 눈에 띄게 느리다.
오죽하면 기차의 애칭이 ‘거북선’일까? 그런데 신기한 일이다.
평소라면 열두 번은 투덜거렸을 기차의 느릿한 속도덕분에 차창 밖 가을풍경이 성큼 시야로
들어온다. 다른 지역에 비해 교통편이 불편해 자주 찾지 못했던 남도의 여행길이 쉬워졌다.
남도의 명소를 고루 거치는 ‘남도해양관광열차(S-Train)’, 일명 ‘거북선 열차’ 덕분이다.
꼬불꼬불 남쪽 바다를 느리게 여행하는 법, ‘S-트레인’
남쪽(South), 바다(Sea), 느림(Slow), 꼬불꼬불한 남해안의 리아스식 해안을 상징하는
‘S라인’등의 의미를 담아 쉽게 S-트레인이라고도 불리는 남도해양관광열차(이하‘S-트레인’)는
문자 그대로 광주에서 부산까지, 남해안을 따라 이어진 경전선을 달리는 관광열차다.
매일 아침 부산역과 광주역에서 출발한 두 대의 열차는 각각 다른 코스로 운행되지만
동서화합을 상징하는 의미로 오전 11시 30분과 오후 7시 5분 하동역에서 서로 교차한다.
덕분에 다른 역보다 하동역에서 정차하는 시간이 길다.
사실 S트레인은 강원도와 경상북도 내륙지방을 지나는 V트레인이나 O트레인처럼 창밖
풍경만으로 눈요기가 충분히 되는 여행길은 아니다. 때때로 빼어난 남도의 풍광이 시선을
사로잡기도 하지만 평범한 농촌 풍경, 그 자체인 구간도 적지 않다.
그러니 시시각각 변화하는 바다나 깎아지른 절벽사이를 통과하는 다른 열차여행과 비교한다면
심심하다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시속 50Km의 느린 속도로 달리는 기차에 앉아 바라보는 일상의
풍경은 지루하기보다 여유롭다. 쪽빛 가을하늘이 얼마나 높은지, 옷을 갈아입은 한국의 산이
얼마나 정겨운지, 굽이굽이 흐르는 남강과 섬진강의 소박한 정경까지 자신도 모르는
새 감탄사를 내뱉게 만든다.
경전선은
경남 밀양시 삼량진역(경부선)과 전남 광주광역시 광주송정역(호남선)을 잇는 총길이 300.6km의
철도로, 우리나라 남해안을 동서방향으로 횡단하며 경상남도와 전라남도를 연결하고 있다.
개통당시 남부지방의 산업발전, 1일 생활권 확대 등 경제·문화적으로 큰 영향을 끼쳤으나,
최근 이용객 감소로 폐쇄된 간이역이 늘어났다.
느림보 기차가 좋은 이유
차창 밖 풍경만 근사한 것은 아니다. 거북선을 형상화한 짙푸른 외관부터 시선을 사로잡는 열차의
객차는 기본석과 전망석을 갖춘 1호차 힐링실을 비롯해 가족석이 마련된 2호 가족실, 남도의
먹거리를 맛볼 수 있는 식당과 카페가 포함된 3호 카페실, 4호차 다례실, 마지막으로 자전거
여행자를 위한 자전거 거치대와 공연 공간으로 구성된 이벤트실까지 총 5량으로 이루어져 있다.
특히 남도의 명품 차를 제대로 음미할 수 있도록 마련된 다례실은 우리나라 열차로는 처음으로
좌식형으로 도입됐다. 차로 유명한 보성군과 하동군이 직접 운영하며 보성녹차, 하동녹차 등
한국의 10대 명차를 판매하는 것은 물론, 기본적인 다도(茶道)까지 배울 수 있다.
무엇보다 흔들리는 기차 속 흘러가는 구름을 벗 삼아 찻잔을 기울이고 있자면 삶의 여유가
무엇인지 새삼 실감하게 된다. 하지만 S트레인의 매력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기차의 진가는 역에서 멈추는 순간 다시 한 번 경험하게 된다.
남도의 이색적인 역 마다 시티투어, 카 셰어링, 트레인하우스 등 연계 관광수단이 꼼꼼히
마련되어 있어, 단순히 차 창밖 흘러가는 풍경만 보는 것이 아니라 남도의 문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다.
기차, 남도를 품에 안다
오전 7시 55분, 찬 새벽의 공기를 깨우며 출발하는 광주발 열차는 광주 송정, 남평, 보성, 득량,
벌교, 하동, 북천, 진주를 거쳐 마산까지 212.1km의 구간을 5시간 30분에 걸쳐 부지런히 달린다.
그보다 늦은 오전 9시 20분 부산발 열차도 힘찬 기적소리와 함께 출발을 알린다.
부산에서 출발한 열차는 구포와 진영, 창원중앙, 마산, 진주, 북천, 하동, 순천과 여천을 지나
여수엑스포까지 250.7km를 4시간 남짓 달린 후 되돌아온다.
두 열차 모두 운행구간이 길기 때문에 하루에 한 번 왕복 운행한다. 하지만 열차 시간에 쫓겨
모처럼 나선 남도여행길을 눈도장만 찍고 돌아가기 아쉽다면 여행 일정에 맞춘 트레일 패스를
구입하면 된다. 사실 볼거리만큼 먹거리가 넘쳐나는 남도 여행을 당일로 즐기기엔 아쉬움이
많다. 혹자는 S트레인을 ‘먹자여행의 결정판’이라 부를 정도니 말이다.
운행시간 및 구간(2013년 11월 1일 ~ 11월 30일)
*단 11월 1일부터 월요일은 운행하지 않는다.
▲ 송정역 : 1913년 10월 광주송정리역(옛 역명 ‘송정리역’)에 처음으로 철도가 정차했다.
호남선이 완전히 개통하기 전, 목포역을 종점으로 달리는 기차는 송정리역에서 출발해 190km만
운행됐다. 그만큼 광주송정역은 연륜 있는 역이다.
물론 그 이유때문에 송정역을 둘러볼 만한 곳으로 꼽은 것은 아니다.
올 초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무등산과 ‘한국 최고의 정원’으로 손꼽히는 소쇄원을 둘러볼 생각이라면
송정역에서 하차하는 것이 좋다. 시원스레 뻗은 드라이브 코스로 유명한 영광 백수해안도로
드라이브를 즐기고 싶다면 코레일이 제공하는 카 셰어링(Car Sharing) 서비스를 이용하면 된다.
또 입소문 자자한 송정 떡갈비는 돼지고기와 소고기를 7대 3 비율로 섞어 구워내는 것이 특징.
자극적이지 않고 씹는 맛이 좋으며, 떡갈비를 시키면 서비스로 나오는 뼛국은 스산한
가을철 몸을 녹이기에도 제격.(062-942-3376)
카셰어링(Car Sharing)이 뭐지?
차량을 예약하고 자신의 현재 위치와 가장 가까운 주차장에서 차를 빌린 후 반납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자동차 렌트 서비스다. 일 단위가 아니라 시간 단위로, 주택가 등 기존 생활권
가까이에서 대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렌터카와 차이가 있다.
해외에서는 실용적 소비성향이 두드러지면서 2008년부터 크게 확산된 서비스이며, 국내에서는
지난 2011년 민간업체가 처음 서비스하기 시작했다. 코레일은 S트레인 운행시작과 함께 인근
지자체, 민간업체 등과 협력해 관광객의 편의를 위해 일부 정차 역(광주, 광주송정, 보성, 득량,
순천, 하동, 진주, 마산, 창원중앙, 부산 역)에 카 셰어링 서비스를 도입했다. 최소 10분 단위로
차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여행일정에 맞춰 렌트하면 된다.
단 주말 등에는 이용객이 많기 때문에 홈페이지를 통해 미리 예약하는 것이 좋다.
카 셰어링 이용방법
문의 : 1644-0520
홈페이지 : http://www.youcar.co.kr
▲ 남평역 :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될 만큼 역사자체만으로도 가치를 지니고 있는 남평역은 전국에서
가장 예쁜 간이역으로 손꼽히는 곳이다. 일제 강점기에 조성된 소박한 정원과 햇살아래 노곤히 졸고
있는 장독대의 모습이 정겹고 평화롭다. 역 안에는 다기가 마련돼 한적한 ‘티 타임’을 즐길 수 있으며,
역 주변으로는 조선 중기 관사의 모습이 남아있는 나주목사 내아가 있어 둘러볼만 하다.
또 나주의 명물 나주곰탕 역시 빼놓으면 섭섭하다.(1544-7788)
막 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 / 톱밥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 남평역이 배경으로 알려진 곽재구 시인의 ‘사평역에서’ 中
▲ 득량역 : 득량역의 시계는 1970~1980년대 멈춰있다.
붉은색 공중전화 부스, 옛 소품이 전시되어 있는 상회와 문방구, 계란 동동 띄운 모닝커피를
팔 것 같은 행운다방, 37년 째 운영되고 있는 역전이발관 등. 역 앞을 가로질러 형성되어 있는
‘추억의 거리’는 옛 향수를 불러일으키기 충분하다. 다방과 이발관은 아직도 운영되고 있으니,
잠시 들러 따끈한 다방커피 한 잔을 즐겨도 좋을 것 같다.(061-853-7136)
▲ 보성역 : 보성을 대표하는 것이라면 단연 차밭이다.
사시사철 언제가도 그림 같은 풍광을 자랑하는 곳이지만 일교차가 큰 이 맘 때 발걸음을 하면
이른 아침 운무까지 더해져 잊을 수 없는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또 보성에서 고개 하나를 넘으면
닿는 율포 관광단지에서는 지하 120m에서 끌어올린 해수에 녹차를 넣은 국내 유일의 녹차해수탕이
있어, 여행의 고단함을 풀기에 그만이다.(061-852-7788)
▲ 벌교역 : 정차 역의 안내와 함께 입안으로 침이 고이기 시작한다.
살이 통통하게 오른 제철 꼬막으로 차려낸 푸짐한 ‘꼬막정식’이 절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벌교시장 근처에 가면 꼬막정식 식당이 즐비하니 취향껏 선택하면 된다. 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석교인 벌교홍루와 소설 ‘태백산맥’ 속에 등장하는 보성여관, 문학관 등 둘러볼 곳도 지천이다.
(061-782-7788)
▲ 순천역 : 드넓게 펼쳐진 갯벌과 갈대밭이 어우러진 풍경만으로도 먼 길을 찾아 온 수고를
보상받는 기분이다. 특히 해질녘 전망대에 올라 바라보는 순천만의 낙조는 깊은 울림을 준다.
산책 겸 관람하기에 좋은 자연생태공원, 서울의 달동네를 재현한 순천드라마세트장, 세월의
아름다움과 마주할 수 있는 선암사 등 걸음을 옮길 때마다 새로운 볼거리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특히 관광지로 유명세를 떨치는 지역답게 선암사, 낙안읍성 등 유명 관광명소를 잇는 대중교통이
잘 정비되어 있어, 편하게 둘러볼 수 있다.(061-749-2288)
▲ 여수엑스포역 : 순천에서 낙조에 취했다면 여수에서는 일출의 기운을 얻어 보는 것도 좋다.
돌산대교를 건너 해안 절벽에 위치한 향일암은 소문난 일출 명소다.
또 3,000여 그루의 동백나무사이를 걸어볼 수 있는 한려해상국립공원 오동도도 둘러볼만하다.
하지만 역시 여수의 매력이라면 음식일 것이다. 막걸리 식초로 새콤하게 무쳐낸 서대회무침,
식감이 살아있는 갓김치, 짭짤한 간장게장 등 맛 집만 찾아다녀도 하루 해가 저물 지경이다.
(061-663-7788)
▲ 하동역 : 덜컹거리는 기차가 섬진강을 건너 하동역에 멈춰 선다.
마침 불어온 바람에 너른 악양 평야를 뒤덮은 황금빛 벼들이 한들한들 몸을 흔들어 댄다.
‘아, 가을이다.’ 하동은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의 배경으로 유명한 지역. 소설 속 이미지로 세운
최참판 집과 국내 제일의 노송 숲, 하동송림,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로지른다는 화개장터 등 천천히
걸으며 둘러볼 곳이 많다. 섬진강에서 건져 낸 재첩을 뽀얗게 끓여 낸 재첩국도 하동역에 내리는
보람 중 하나다.(055-882-7788)
▲ 진주역 : 진주의 명소를 떠올리자면 가장 먼저 진주성을 꼽아야 할 것이다.
본래 토성이었던 것을 왜구의 침입에 대비해 돌로 쌓아 만든 진주성에는 우리나라 3대 누각 중 하나로
손꼽히는 촉석루와 논개가 왜장과 함께 남강을 향해 몸을 던졌다고 알려진 바위인 의암, 논개의 영정을
모신 의기사 등이 있다.
특히 해가 진 후 조명을 받아 빛나는 진주성이 달빛에 반짝이는 남강과 어우러지는 야경이 운치 있다.
또 서부경남 유일의 인공호수 진양호와 고즈넉한 숲을 품고 있는 수목원 등도 둘러볼만하다.
감칠맛이 좋은 진주냉면은 해물육수에 육전과 색색의 화려한 고명을 올려 입맛을 당기고,
일곱 색깔의 꽃 밥이란 뜻에서 ‘칠보화반’이라고도 불리는 진주비빔밥은 육수로 지은 고슬고슬한 밥과
갖가지 나물, 신선한 육회를 한데 섞어 선짓국과 먹으면 그 맛이 또 기가 막힌다.(055-755-7788)
간단 TIP : 지난해 새로 자리를 옮긴 진주역사는 주로 궁궐이나 양반가에서 사용했다던
팔작지붕(지붕형태가 ‘여덟 팔’자와 같다해서 붙여진 이름), 배흘림기둥(중간은 굵고 위,
아래는 가늘게 만든 기둥) 등 전통양식을 활용해 한국적이고 자연친화적인 모습이 인상적이다.
▲ 부산역 : 해운대와 광안리, 국제시장과 태종대, 자갈치시장, 용두산 공원, 벽화마을 등 일일이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볼거리가 많은 부산. 어디 볼거리뿐이겠는가? 갓 잡아 올린 싱싱한 활어 회와
뜨끈한 국물이 일품인 돼지국밥, 새콤달콤한 밀면, 알싸한 맛의 냉채족발, 짭짤한 어묵 등 먹거리도
지천이다. 일 년 내내 관광객이 북적이는 도시답게 교통도 복잡한 편이다.
자가용보다는 대중교통이나 시티투어를 활용하면 시간과 노력을 절약한 알짜배기 여행을 즐길 수 있다.
(1544-7788)
쉿!! S-트레인, 제대로 즐기는 노하우
정차하는 역마다 볼거리가 넘쳐나는 S트레인을 제대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여행계획을
세우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순천에서 내려 순천만과 낙조를 구경하고, 여수에서 일박 후
향일암에 올라 일출을 보고 돌아온다는 식이면 된다. 코레일과 인근 지자체들은 열차시간에
맞춰 여행객들을 위한 시티투어 버스를 운행하거나, 카 셰어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니,
교통편에 대한 걱정 없이 여행일정을 세우면 된다.
또 승차권 역시 정차 역에서 여행스케줄에 맞춰서 구간별로 구입할 수 있다.
최소 1박 이상의 여행을 준비 중이라면 편도보다는 패스를 구입하는 것이 좋다.
패스 유효기간 이내 경전선(삼량진~광주송정), 호남선(익산~목포), 경부선(동대구~부산),
진해선(창원~진해), 전라선(익산~여수엑스포), 동해남부선(부산진~포항)을 운행하는
S트레인, 새마을호, 무궁화호, 누리로 열차를 무제한으로 탑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1일 권 대신 2일 권 이상을 구입하는 것이 저렴하며, 4인 가족석이나 2인 커플 룸을 이용할
생각 이라면 코레일 홈페이지를 이용해서 따로 구입해야 한다. 그 외의 일반티켓은 일반 기차
승차권과 같은 방법(홈페이지, 스마트폰 앱, 역 창구, 자동발매기 등)으로 구입 가능하다.
편도요금
부산 -> 여수엑스포 : 주말 26,900원 / 주중 25,900원
부산 -> 하동 : 주말 20,400원 / 주중 19,600원
광주송정 -> 순천 : 주말 15,000원 / 주중 14,500원
광주송정 -> 진주 : 주말 22,300원 / 주중 21,500원
패스요금
패스 이용시 주의하세요!
1. 일반좌석의 경우 좌석지정은 역 창구에서만 가능하며, 입석도 이용가능하다.
2. 패스권에 기명된 본인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신분증을 휴대해야 한다.
3. 변경 및 반환은 여행 시작일 1일전까지 가능하며, 분실 시 재발매 불가.
4. 패스권으로 연계관광지와 숙박업소 등의 할인혜택도 받을 수 있으니,
여행 중 휴대하는 것이 좋다.
오늘도 즐거운 날 되세요
행운이살아 숨 쉬는곳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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