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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정교태(交情交態)
사귐의 정과 사귐의 태도라는 뜻으로, 부귀한 때와 빈천한 때의 사람의 행동을 나타내는 말이다.
交 : 사귈 교(亠/4)
情 : 뜻 정(忄/8)
交 : 사귈 교(亠/4)
態 : 모양 태(心/10)
출전 : 사기(史記) 급정열전(汲鄭列傳)
한(漢)나라 때 하규(下邽) 사람 적공(翟公)이 정위(廷尉) 벼슬에 있었다. 빈객이 문 앞을 늘 가득 메웠다. 자리에서 밀려나자, 그 많던 손님의 발길이 뚝 끊겨 대문 앞에 참새 그물을 칠 정도였다.
얼마 후 그가 원직에 복귀했다. 빈객의 발길이 다시 문 앞에 줄을 섰다. 적공은 말없이 대문 앞에 방문을 써 붙였다.
一死一生, 乃知交情.
一貧一富, 乃知交態.
一貴一賤, 交情乃見.
한 번 죽을 뻔하고 한 번 살아나자 사귐의 정을 알겠고, 한 번 가난하다가 한 번 부자가 되매 사귐의 태도를 알겠다. 한 번 귀하게 되고 한 번 천하게 되자, 사귐의 정이 드러났다.
사마천의 사기(史記) 중 급정열전(汲鄭列傳)에 나온다. 찾아온 자들이 뜨끔해서 물러났다.
추사 김정희는 '세한도제발(歲寒圖題跋)'에서 이끗이 다하면 사귐도 멀어지는 염량세태를 통탄하며 적공의 방문(榜文)이 박절하기 짝이 없다고 했다.
전후할 것 없이 방문객의 목적은 자신들의 이끗에 있었지, 적공이 좋아서가 아니었다. 뻔한 이치인데 새삼 방문까지 써 붙여 나무란 것은 피차 민망하지 않으냐는 얘기다.
참 기가 막힐 일이 아닌가? 잘나갈 때는 입속의 혀처럼 비굴하게 굽실대던 자들이 실족하여 미끄러지자 거들떠도 안 본다. 그때 가서 내가 고작 이런 인간이었던가 하고 탄식한들 무슨 소용인가.
적공은 속물들에게 분풀이할 기회라도 가졌지만, 한번 밀려난 권력은 대부분 참새 그물 속에 갇힌 채 끝이 나니 문제다.
가깝게 지내던 집안 서숙(庶叔)이 면앙정(俛仰亭) 송순(宋純)에게 말했다. "지방에서 올라온 재상 중에 죽어 서소문으로 나가는 사람은 봤지만 살아 남대문으로 나가는 사람은 여태 못 보았네."
벼슬길에 한번 발을 들이면 죽기 전에는 권력을 놓지 않으려 들기에 한 말이었다.
뒤에 송순이 개성유수를 지내다가 고향으로 돌아갈 때 서숙이 강가로 배웅을 나왔다. 송순이 말했다. "제가 이제 제 발로 남대문을 나갑니다." 그러고는 뚜벅뚜벅 남대문을 나서며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허균(許筠)의 '성옹지소록(惺翁識小錄)'에 나온다.
권력이란 원래 허망한 것이다. 방문을 써 붙이는 분풀이가 소용없다. 늦어 더 큰 욕을 보기 전에 제 발로 툴툴 털고 걸어나가는 게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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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정교태(交情交態)
사귐의 정과 사귐의 태도라는 말로서 부귀한 때와 빈천한 때의 사람의 행동을 나타낸 말로, 사마천이 사기(史記) 급정열전(汲鄭列傳)의 끝에 말한 것이다.
鄭莊, 汲黯始列為九卿, 廉, 內行脩絜.
정장(鄭莊)과 급암(汲黯)이 처음 구경(九卿; 정승에 버금가는 9명 고관 벼슬)의 서열에 올랐을 때는 청렴하고 평소 행실이 방정했다.
此兩人中廢, 家貧, 賓客益落.
그러나 두 사람은 중간에 파면되어 집이 가난해져 빈객들이 서서히 떨어져 나갔다.
及居郡, 卒後家無餘貲財.
군 태수로 있었지만 죽은 뒤 집에는 남은 재산이 없었다.
莊兄弟子孫以莊故, 至二千石六七人焉.
정장의 형제나 자손 중에서 정장의 공로로 인해 2000석의 벼슬에 오른 자가 예닐곱 명 있었다.
太史公曰; 夫以汲, 鄭之賢, 有勢則賓客十倍, 無勢則否, 況眾人乎.
태사공(사마천)은 말한다. “급암이나 정당시(정장) 같은 현명한 사람도 세력이 있을 때는 빈객이 열 배로 늘었다가 세력을 잃으니 그렇지 못했다. 하물며 보통 사람이야 어떠하랴.
下邽翟公有言, 始翟公為廷尉, 賓客闐門, 及廢, 門外可設雀羅.
하규(下邽)의 적공(翟公)은 이렇게 말했다. "처음 내가 정위(廷尉= 구경 급)가 되었을 때는 빈객이 문 앞에 가득 찼지만, 파면되자 문 밖에 참새 잡는 그물을 쳐도(門外可設雀羅) 될 정도였다.
翟公複為廷尉, 賓客欲往, 翟公乃人署.
내가 다시 정위가 되자 빈객들은 예전처럼 모여들려고 했다.
其門曰; 一死一生, 乃知交情. 一貧一富, 乃知交態. 一貴一賤, 交情乃見.
그래서 나는 문에 '한 번 죽을 뻔하고 한 번 살아나자 사귐의 정을 알고, 한 번 가난하다가 한 번 부자가 되매 사귐의 모습을 알겠다. 한 번 귀하게 되고 한 번 천해짐으로써, 참된 사귐의 정을 알게 되었다.'라고 크게 써 붙였다."
汲, 鄭亦雲, 悲夫!
급암이나 정당시에게도 이러한 말이 해당되니 슬픈 일이로구나!”
(史記/卷120 汲鄭列傳)
▶️ 交(사귈 교)는 ❶상형문자로 䢒(교)는 동자(同字)이다. 사람의 종아리가 교차해 있는 모양을 본뜬 글자이다. 이 글자에서 咬(교; 씹다), 絞(교; 묶다), 校(교; 학교) 등의 글자가 되었다. ❷상형문자로 交자는 ‘사귀다’나 ‘교제하다’, ‘엇갈리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交자는 亠(돼지해머리 두)자가 부수로 지정되어 있지만, 돼지머리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 交자는 다리를 꼬고 있는 사람을 그린 것이기 때문이다. 交자의 갑골문을 보면 양다리를 꼬고 앉은 사람이 그려져 있었다. 交자는 이렇게 다리를 꼬고 앉아있는 사람을 그려 ‘엇갈리다’나 ‘교차하다’라는 뜻을 표현한 글자이다. 그래서 交(교)는 ①사귀다, 교제하다 ②오고 가다 ③주고 받다, 바꾸다 ④인접(隣接)하다, 서로 맞대다 ⑤엇걸리다 ⑥맡기다 7넘기다, 건네다 ⑧내다, 제출하다 ⑨섞이다, 교차하다 ⑩성교하다, 교배하다 ⑪되다, 도래하다 ⑫임무를 마치고 보고하다 ⑬교제(交際), 우정(友情) ⑭벗, 친구(親舊), 동무 ⑮무역(貿易), 거래(去來), 흥정 ⑯서로, 상호(相互) ⑰곤두박질, 공중제비 ⑱옷깃 ⑲일제히, 동시에, 함께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서로 번갈아 드는 사람 또는 그 일을 교대(交代), 통신을 주고 받음을 교신(交信), 2개 이상의 선상의 것이 한 곳에서 마주치는 것을 교차(交叉), 암수 양성의 교접을 교미(交尾), 다른 종류의 암수의 배합을 교배(交配), 벗을 사귐 또는 친구와 교제함을 교우(交友), 섞어 합함을 교합(交合), 서로 맞붙어 싸움을 교전(交戰), 서로 바꿈을 교환(交換), 서로 물건을 사고 팔아 바꿈을 교역(交易), 자리나 역할 따위를 다른 사람 또는 다른 것과 바꿈을 교체(交替), 서로 주고 받음을 교류(交流), 일을 이루기 위하여 서로 의논함을 교섭(交涉), 막힘이 없이 서로 오가는 일을 교통(交通), 서로 사귀어 왕래함을 교유(交遊), 서로서로 어우러져서 뒤섞임을 교잡(交雜), 사귀어 담박하기가 물과 같다는 교담여수(交淡如水), 벗을 사귐에 신의로써 사귐을 교우이신(交友以信), 벗을 사귀는 도리를 교우지도(交友之道), 벗을 사귈 때에는 서로가 분에 맞는 사람끼리 사귀어야 함을 교우투분(交友投分), 사귄 지는 오래지 않으나 서로 심중을 털어놓고 이야기 한다는 교천언심(交淺言深) 등에 쓰인다.
▶️ 情(뜻 정)은 ❶형성문자로 음(音)을 나타내는 靑(청, 정)과 마음속의(心) 따뜻한 감정이라는 뜻이 합(合)하여 정(情)을 뜻한다. 情(정)은 순수한 타고난 성질대로의 사람의 마음, 靑(청)은 生(생)에서 생겨났다. 情(정)도 본디는 性(성)과 같은 글자였으나, 나중에 타고난 성질쪽을 性(성), 밖으로부터 자극(刺戟)을 받아 일어나는 마음의 움직임이다. 욕심(慾心)에 연결되는 감정(感情)쪽을 情(정)이라 하여 구별(區別)하게 되었다. ❷회의문자로 情자는 '뜻'이나 '사랑', '인정'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情자는 心(마음 심)자와 靑(푸를 청)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靑자는 우물 주위로 푸른 초목이 자라고 있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맑다'나 '푸르다'는 뜻을 갖고 있다. '사랑'이나 '인정'은 사람의 가장 순수한 마음일 것이다. 그래서 情자는 이렇게 순수하고 맑음을 뜻하는 靑자에 心자를 결합해 '순수한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 情자가 워낙 순수함을 뜻하다 보니 '사실'이나 '진상'과 같이 거짓이 없는 사실 그대로라는 뜻으로도 쓰인다. 그래서 情(정)은 (1)느끼어 일어나는 생각이나 마음 (2)사랑을 느끼는 마음 (3)혼탁한 망념, 등의 뜻으로 ①뜻 ②마음의 작용(作用) ③사랑 ④인정 ⑤본성(本性) ⑥정성(情性) ⑦사정 ⑧실상, 사실, 진상 ⑨이치(理致), 진리(眞理) ⑩사정, 형편(形便), 상태 ⑪멋, 정취(情趣) ⑫욕망 ⑬진심(眞心), 성심(誠心; 정성스러운 마음), 참마음 ⑭참으로, 진실로,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뜻 지(志), 뜻 의(意), 뜻 지(旨), 뜻 취(趣)이다. 용례로는 사정이나 정황의 보고를 정보(情報), 어떤 사물 또는 경우에 부딪쳐 일어나는 갖가지 감정이나 상념 또는 그러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기분이나 분위기를 정서(情緖), 사정과 상황으로 인정상 딱한 처지에 있는 상황을 정황(情況), 사정과 형세를 정세(情勢), 사사로운 인정에 얽힌 사실을 정실(情實), 심정이 밖에 드러난 형편을 정형(情形), 마음에 감흥을 불러 일으킬 만한 경치나 장면을 정경(情景), 다정한 이야기나 속에서 우러나는 이야기 또는 남녀가 애정을 주고받는 이야기를 정담(情談), 정이 넘치는 따뜻한 마음을 정분(情分), 정신의 활동에 따라 일어나는 복잡하고 고상한 감정을 정조(情操), 정분이 두텁고 친숙함을 정숙(情熟), 사물에 느끼어 일어나는 심정을 감정(感情), 일의 형편이나 까닭을 사정(事情), 진실하여 애틋한 마음을 진정(眞情), 친구와의 정을 우정(友情), 심중의 감정으로 정서를 외모에 드러내어 나타냄 또는 그 변화를 표정(表情), 따뜻한 정이 없이 매정하고 쌀쌀한 마음을 냉정(冷情), 마음에 품은 생각과 감정을 심정(心情), 사정을 진술함 또는 사정을 아뢰어 부탁함을 진정(陳情), 실제의 사정이나 정세를 실정(實情), 사랑하는 마음으로 남녀 사이에 서로 그리워하는 정을 애정(愛情), 사람이 본디 가지고 있는 성질과 심정을 성정(性情), 사람이 본디 가지고 있는 온갖 욕망을 인정(人情), 객지에서 품게 되는 울적한 느낌을 여정(旅情), 사물을 보고 자기가 느낀 감정을 나타냄을 서정(抒情), 남의 불행을 가엾게 여기어 따뜻한 마음을 씀을 동정(同情), 세상의 이러저러한 실정이나 형편을 물정(物情), 남녀 사이에 서로 그리워하는 정을 연정(戀情), 애정과 원한이 실같이 얼크러짐을 정사원서(情絲怨緖), 마음이 깊게 얽히고 감겨 떨어지기 어려움 곧 헤어지기 어려운 남녀의 정을 이르는 말을 정서전면(情緖纏綿), 따뜻한 정과 뜻이 서로 잘 맞음 또는 남녀 사이에 어떤 관계가 이루어짐을 일컫는 말을 정의투합(情意投合), 잘못이 있으면 온정으로 참고 이치에 비추어 용서함을 일컫는 말을 정서이견(情恕理遣), 구름을 바라보며 그리워한다는 뜻으로 타향에서 고향에 계신 부모를 생각함을 일컫는 말을 망운지정(望雲之情), 정이 많고 느낌이 많다는 뜻으로 생각과 느낌이 섬세하고 풍부함을 이르는 말을 다정다감(多情多感), 까마귀가 새끼 적에 어미가 길러 준 은혜를 갚는 사사로운 애정이라는 뜻으로 자식이 부모에게 효성을 다하려는 마음을 이르는 말을 오조사정(烏鳥私情), 어미 소가 송아지를 핥아 주는 정이라는 뜻으로 자기의 자녀에게 대한 사랑이나 부하에게 대한 사랑을 겸손하게 이르는 말을 연독지정(吮犢之情), 옛것을 살피고 생각하여 그리는 정을 온고지정(溫故之情), 고향에 있는 부모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일컫는 말을 척호지정(陟岵之情), 자녀가 돌아오기를 초조하게 기다리는 어머니의 마음을 일컫는 말을 의려지정(倚閭之情),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는 보통의 인정 또는 생각을 일컫는 말을 인지상정(人之常情) 등에 쓰인다.
▶️ 態(모습 태)는 회의문자로 态(태)의 본자(本字), 态(태)는 간자(簡字)이다. 능히 일을 할 수 있는 자신(自信)에 찬 생각(心)이 얼굴에 나타난다는 데서 모양, 태도를 뜻한다. 여러 가지의 일을 잘 할 수 있는 정신적 능력을 뜻한다. 재능(才能), 현능(賢能)의 뜻의 본디 글자로 나중에 음(音)을 빌어 주로 자태(姿態)의 뜻에 쓰였다. 그래서 態(태)는 (1)맵시 (2)짐짓 지어보이는 태도(態度) (3)물체(物體)의 겉에 나타나는 아름다움 (4)동사(動詞)가 나타내는 동작(動作)의 특질, 곧 방향성에 관한 언어적(言語的) 형태(形態). 주어와 동사(動詞) 사이의 주(主), 술(述) 관계를 비롯하여 목적어(目的語)와 동사(動詞)의 관계 및 이들에 관련되는 다른 체언(體言)과의 관계 등을 나타내는 동사(動詞)의 형태. 흔히 능동태(能動態)와 피동태(被動態)로 나뉨 등의 뜻으로 ①모습 ②모양 ③형태 ④상태 ⑤태도(態度) ⑥몸가짐 ⑦몸짓 ⑧생김새,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모양 자(姿), 모양 형(形), 모양 양(樣), 형상 상(狀)이다. 용례로는 속의 뜻이 드러나 보이는 겉모양을 태도(態度), 상태와 형세를 태세(態勢), 일이 되어 가는 형편을 사태(事態), 사물이나 현상이 현재 처하여 있는 형편이나 모양을 상태(狀態), 하는 짓과 몸가짐을 행태(行態), 사물의 생김새를 형태(形態), 있는 그대로의 상태 또는 실제의 형편을 실태(實態), 옛 모습을 구태(舊態), 도덕적이나 윤리적으로 추한 행동이나 태도를 추태(醜態), 모양이나 태도를 자태(姿態), 놓여 있는 모양이나 형편을 양태(樣態), 움직이는 상태를 동태(動態), 세상의 돌아가는 형편을 세태(世態), 보통 때의 모양이나 형편을 상태(常態), 어떤 모양이나 상태를 본떠서 그와 닮도록 꾸미거나 만듦을 의태(擬態), 형태나 형식을 바꿈을 탈태(脫態), 꽃다운 얼굴과 달 같은 자태라는 뜻으로 아름다운 여자의 고운 자태를 이르는 말을 화용월태(花容月態), 뜨거웠다가 차가워지는 세태라는 뜻으로 권세가 있을 때에는 아첨하여 좇고 권세가 떨어지면 푸대접하는 세속의 형편을 이르는 말을 염량세태(炎凉世態), 아무 것도 없거나 모르는 상태를 이르는 말을 백지상태(白紙狀態), 가지각색으로 모양을 바꿈을 이르는 말을 변태백출(變態百出)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