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면에 실례지만 네가 찍은 사진 중에 정말 마음에 드는 곳이 있는데 혹시 어디인지 알려 줄 수 있을까?'
내 계정이 요리+여행주제의 공개 계정이라 요리사진 관련 레시피나 여행지 관련 문의 디엠이 가끔 오는데 답 해줬었고 별 문제 없었음. 그리고 공계라 얼굴도 까기 때문에 가끔 플러팅 디엠이 올 때가 있는데 그 땐 그냥 삭제 함.
그래서 별 생각 없이 뿌듯해 하며 답해 줌. (국중박 청자정 사진이었음)
알려줘서 고맙다고 답이 왔고 지난 가을에 일 때문에 서울에 들렸었는데 짧은 일정이라 다 못 봤지만 어디랑 어디가 좋고 친절한 한국인들이 인상적이었다고, 다음 한국 방문 때 가보고 싶은 곳이 많다고 함. 그리고 한국에도 관심이 많아서 한국어 공부를 조금씩 준비중인데 혹시 음식이나 장소를 추천해 줄 수 있냐고 함. 여기서 조금 경계를 하며 바로 계정에 가 봤더니 여행+맛집 올리는 일상 계정으로 보이고 수상한 점은 없어 보였음. 그래도 지가 찾지 이걸 받아먹으려고..하고 고민하다가 오지랖이 태평양에 국뽕에 잘 취하는 나 토리는 나름 방한 외국인 추천 코스+음식등등을 정리해서 보내 줌.(여기서부터 잘 못 됨)
너무너무너무 고맙다고 도움이 많이 됐다며 자긴 대만 사람인데 혹시 대만에 대해 아냐고 함. 지금은 연락 안 하고 인스타로만 근황 확인 하는 대만인 친구가 한 명 있는데 그 친구가 정~~~말 젠틀하고 스윗하고 나이스 한 친구였기 때문에....갑자기 경계지수가 확 낮아지며 'ㅇㅇ 나 ㅈㄴ 착하고 친절한 대만인 친구 있다'고 얘기 함. 그러더니 또 대만여행 가 본 적 있냐고 해서 가 본 적은 없는데 음식 맛있고 사람들 친절하다고 해서 언젠가는 나도 가 보고 싶다고 함. 그런데 영어로 대화를 하니까 나는 파파고+검토까지 해야해서 시간 걸려서 몇 줄 보내는데 얘는 와다다다 보내니까 서터레스 받아서 대화를 끊어야겠다 싶었음. '너 한국어 공부하고 싶다고 했잖아 유튭 잘 되어 있으니까 그거 보고 일단 한국어 교재부터 사서 공부 시작하고 하다가 모르는 거 있으면 아는 선에서 도와줄게 화이팅!' 하고 끝냄... 려고 했으나 못 끝냄
'혹시 우리 친구할래? 넌 영어공부 난 한국어 공부..서로 도움 주자!'고 함. 그런데 딱 그 주에 내가 이직 때문에 영어회화 학원 끊고 영어스터디에 가입을 했었거든. 고민하다가 그래 리딩+라이팅 공부할 겸 연락 주고받자 생각하고 칭귀칭귀 오케이 함.
그러더니 라인 있냐고 하는 거임. 없고 카톡한다고 함. 그러고 나서 그냥 라인 깔까 했다가 그건 에바다 싶어서 인스타 디엠으로 주고 받자고 했더니 자기가 낼 회사 가서 동료한테 카톡 까는 거 물어보고 안 되면 그냥 디엠으로 하자 하더니 다음 날 카톡 깔았다고 해서 서로 친추 함.
그런데 처음 이삼일은 밤에 한 번 연락 왔었는데 아침 밤으로 연락텀이 짧아 짐. 내용은 '친구야 잘 잤어?''나 오늘 어디 간다 너 뭐 했어?''나 오늘 점심 뭐 먹었다 점심 사진 이거 봐' '와 첨 보는 요리다' 등등의 일상 얘기였고 나중엔 계엄령 같은 정치 얘기도 함. 뭔가 대화 내용들이 심화 되면서 심리적인 압박이 있었으나...그래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해야 공부가 되는 거지 하고 계속 카톡을 주고 받음. 그런데 일주일째부턴가 친구라고 하기에는 약간 플러팅 느낌의 뉘앙스로 말을 하는데 대 놓고 찝어 묻기는 애매했음. 그리고 얘가 나한테 플러팅을 해서 무슨 이득이 있겠어라는 마음과 내가 지 스타일인가?보는 눈은 있어가지고(미안.........여기서 개같이 반성)의 마음이 동시에 들었음. 카톡 주고 받은지 열흘 쯤 됐나 서로 가 본 여행지에 대해 얘기하다가 걔가 '아 나 거기 몇년 전에 갔었는 그 때 찍은 내 사진 있는데 보여줄까?'하는 거임. 어?왜 급 지 사진?그냥 씹고 잤다가 아침에 조금 미안해져서 응 보여줘~!했더니 좀 부끄럽다고 하면서 보냈는데.. 무슨 근자감으로 보낸건가 싶을정도로 ㅂㄹ였음...그런데 가오 제외 스타일링 의상 배경은 완전 럭셔리하게 보였음. 나는 '와 예전 생각나네 역시 멋진 곳이야' 하고 외모에 대해서는 돌려 무시 하고 답 함. 그리고 위에 말한 것처럼 '있어 보이는' 사진에서 내가 또 낚이기 시작한 듯 함.
내 인스타는 기록용이 95%고 인스타 팔로잉도 찐친들+하늬언니(연옌)말고는 안 해서 첨에 얘 인스타를 제대로 안 봤었는데 사진 보고 나니까 갑자기 궁금해지는 거임. 하나하나 보는데 알고 보니(뮐 알아)잘 나가는 영앤리치 비지니스맨인 것임. 플필에 회사 이름이 있는데 그것도 구글링 하니까 나옴.
오 이런 잘 나가는 애랑 친구가 됐다니 나쁘지 않은데?도 있었지만 얘의 늘어나는 플러팅에 거부감이 동시에 들며 마음이 왔다갔다 하며 며칠이 지남.
그런데 얘랑 연락을 끊어야겠다 딱 맘 먹은 날이 찾아 옴. 얘가 자기 오전에 골프 치고 왔는데 혹시 골프 좋아하냐고 해서 ㄴㄴ난 해본적 없고 관심 없다고 함. 그랬더니 기회 생기면 지가 알려준대서 마음만 받겠다고 했더니 '오 노 나한테서 내 마음을 가져가면 너를 향한 내 마음은 어떻게 되냐'고 하는거임. 가만히 있다가 ??싶어서 먹금하고 잘 자라고 함. 근데 또 바로 니가 없는 세상은 상상 할 수도 없고 어쩌구 대 놓고 플러팅을 시전 함. 그 때 결정적으로 뭔가 이상한 걸 느끼고 인터넷을 뒤져 보다가 SNS 보이스피싱인 '로맨스캠' 이라는 걸 알게 됨.
내가 얘랑 이제까지 이런저런 얘길 하면서 별 얘길 다 했는데 나 지금 백수고 모아 둔 돈 1도 없고 한국에선 취업 할 때 나이도 중요해서 나 진짜 심각 한 거지에 미래가 매우 걱정된다고 했었거든. 그래서 얘가 나한테서 뭘 빼가겠어 싶었는데 로맨스캠은 서서히 친분을 쌓고 정서적으로 교감을 쌓으면서 피해자가 상대방에게 매달리고 빚을 져서라도 돈을 주게끔 유도하는 방식이라는 것. 이 ㅅㄲ는 갑자기 급발진을 해서 날려 먹은 건데 보통 짧으면 한달이고 길게는 몇년 단위로도 공을 들여 사기를 친다고 함.
그런데 솔직히 주고받은 내용 중에 얘가 딱히 사기꾼이라고 할 만한 내용이 없었기 때문에 이게 로맨스캠인지 확실하진 않지만... 네가 없는 세상 어쩌구가 나를 매우 짜식하게 만들었기에 그냥 끊어버리기로 함.
'너 혹시 로맨스캠이라고 알아..?맞다면...전략을 좀 잘 짜서 접근 하는게 좋을 것 같고 만약 아니라면 오해해서 정말 정말 미안하지만 난 너랑 생각이 다르고 나는 니가 생각하는 만큼 괜찮은 사람이 아니야. 우리 빠이 하자'하고 대화방 나가기를 함. 그런데 나가기를 누르자마자 '대화 상태가 캄보디아 국적이고 검증되지 않았으니? 조심하라'는 카톡 경고메세지가 뜸...... 아까 검색할 때 로맨스캠 하는 애들 중에 캄보디아쪽 애들이 많다는 얘기를 봤었거든 빼박인 거임... 그래서 개 빡쳐서 다시 들어가서 한국어로 장문의 개쌍욕과 저주를 퍼붓고 차단 함. 인스타 계정도 차단 했는데 나중에 로그아웃하고 그 계정 검색해보니까 안 나옴..
내가 홀라당 넘어간 이유를 생각해 보니
1. 비 오는 날 집에 거의 다 와 가는데 우산 없이 걸어가시는 할머님을 보고 내 우산 드리고 올 정도로 쓸데없이 큰 내 오지랖 2. 딱 그 주에 내가 영어학원+스터디를 시작 해서 영어공부에 연결을 시켰음 3. 위에 적은 내 대만인 친구의 영향으로 경계심이 확 낮아짐
등의 콜라보등 인 것 같음
그리고 로맨스캠 피해 사례등을 보면 남여 불문하다고 함. 다시 말해 나야 얘가 냅다 플러팅을 해서 거부감이 들어서 밀었지만, 동성끼리면 알아채기 더 힘들다는 것. 만약 얘가 여자친구였다면 찐 친구로 지내면서 대화를 주고 받았을 거고, 의심할 가능성이 더 낮았겠지?대신 상대방이 나한테 시간을 더 들였겠지
혈육한테 얘기했더니 자긴 모르는 남자가 말 걸면 다 씹는다고 답한 언니가 잘못한거라 하는데 위에 적었듯이 플러팅 디엠 아니고 정보 문의면 답 해줬고 이제까지 별 이슈 없었기 때문에 음 한국에 관심 있는 외국인! 을 바라보는 시점으로 답을 했던거임.
이 일 뒤로 계정 잠갔고 혹시라도 모르는 사람한테 디엠 와도 그냥 씹을 예정임. 아무튼 나같이 당할 사람은 거의 없긴 하겠지만 혹혹혹혹시나의 확률로 이런 일을 겪을 수도 있기 때문에 글을 쪄 봄.
요약 : 최근 SNS 신종사기 보이스피싱으로 로맨스캠이라는 게 있는데 친근하게 말을 걸며 접근을 해서 서서히 친분을 쌓고 정서적으로 교감을 나누면서 피해자가 상대방에게 매달리고 빚을 져서라도 돈을 주게끔 유도 함. 보통 짧으면 한 달, 길게는 몇년 단위로도 공을 들여 사기를 친다고 함. 그리고 로맨스캠 피해 사례등을 보면 남여 불문하다고 하는데 동성끼리가 알아채기 더 힘든 게, 만약 상대방이 여자라면 경계를 덜 하게 될거고 서서히 깊은 친구 관계를 형성 해 가면서 의심할 가능성이 낮아지는 것.
결론 : 인스타나 트윗등으로 수상하지 '않은' 내용의 디엠이 오더라도 무.조.건 씹어라
긴 글 읽어 준 토리들 고생했고 보이스피싱을 누가 당해 하다가 내가 당할 수 있고 이런 신박한 사기도 있으니 조심 하자는 취지로 글을 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