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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hoto 한준호 영상미디어 차장대우 |
“3년 후인 2017년쯤 중국에서 시작해 미국을 강타하는 두 번째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큽니다.”
한국 최고의 시장분석가로 손꼽히는 서강대 경제대학원 김영익(55) 겸임교수의 말이다. 대신증권·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장,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소장을 거쳐 한국창의투자자문 대표를 지낸 김 교수는 ‘2001년 주가 폭락’을 예측한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2004년 시장 하락’과 ‘2005년 이후 주가 대세 상승’까지 정확히 예측하며 시장 관계자들과 투자자들 사이에서 ‘족집게’로 불린다. 그는 아이엠투자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과 함께 한국에서 비관적 시장 예측을 가장 잘하는 것으로도 정평이 나 있다. 이런 그가 최근 펴낸 ‘두 번째 금융위기의 충격과 대응, 3년 후 미래’(한스미디어)란 제목의 책에서 “약 3년 후 중국 경제 위기가 발생할 것이고, 이것이 미국을 강타하며 세계 금융위기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김영익 교수는 “지금은 세계 경제의 축이 미국에서 중국으로 옮겨가는 시기로, 이 과정에서 일어날 충격이 바로 중국에서 시작될 경제·금융 위기”라고 했다. 김 교수는 “3년 후쯤 일어날 가능성이 큰 중국발 경제·금융위기는 2008년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보다 더 심각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지난 10여년간 벌여온 중국 정부의 ‘투자확대’ 정책이 중국 경제의 공공과 민간, 두 부문 모두에서 심각한 ‘공급과잉’ 현상을 낳았다”며 “이 투자확대 정책과 공급과잉 현상이 산업은 물론 금융 등 중국의 전 경제 영역을 심각한 부실로 이끌었다”고 했다. 김 교수는 “중국 정부가 이 부실을 제어·통제할 수 있다면 경제·금융위기를 막을 있겠지만, 중국 정부의 제어·통제가 불가능할 만큼 갑작스럽고 심각한 수준으로 경제·금융위기가 발생할 것”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중국이 자본주의 경제에 편입된 1978년 이후 2010년까지 33년간 세계 경제사에서 전례를 찾을 수 없는 연평균 10%대의 초고성장을 이뤄냈음을 강조하며 중국의 이 같은 초고성장이 가능했던 건 ‘무리할 정도로 오랜 기간 중국 정부가 지속했던 경제부양책’이 결정적 이유라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가 정책적으로 추진했던 경제부양책의 핵심은 (공공과 민간 영역 모두에서의) ‘투자확대’였습니다. 이것은 1980~2000년대 중국의 경제적 목표였던 ‘무역대국, 제조강국’을 달성하기 위해 실시된 정책이었지요. 싸고 넓은 공장용 토지, 풍부한 저임금 노동자, 여기에 국가에서 가격을 통제하며 공급한 싼 에너지 등이 바탕이 돼 오랜 기간 중국 정부는 투자확대 정책을 펼 수 있었습니다.”
김 교수는 이 같은 투자확대 정책에 더해 1990년대 중반 정보통신산업의 혁명적 활성화가 세계 최대 소비국이자 산업국인 미국의 경제를 고성장으로 이끈 것 역시 중국의 초고성장과 중국 정부의 투자확대 정책을 가속화시켰다고 말했다. “1990년대 미국 경제의 성장은 가계의 소비를 크게 늘렸습니다. 이 기간 풍부한 저임금 노동력, 싼 에너지 등으로 저렴하게 생산된 중국산 제품이 소비력이 커진 미국 소비자들에게 엄청나게 팔렸습니다. 중국이 미국으로부터 엄청난 돈을 벌며 중국 경제 부양을 위한 투자확대 정책을 유지할 수 있게 된 겁니다.”
하지만 2008년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가 이 같은 구조를 완전히 바꿔 놓았다. 금융위기가 발생하며 미국의 가계가 디레버리징(부채를 줄이는 것)하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 소비자들이 더 이상 돈을 빌려 투자나 소비에 나서지 않게 됐다는 의미다. 이것이 중국산 제품의 미국 내 수요 둔화로 연결됐다는 것이다. 특히 중장기적으로 위안화 가치는 상승하는 반면 달러 가치는 하락할 가능성까지 커지면서, 미국에서 중국산 제품의 가격 상승 압력이 발생하고 있다. 여기에 중국의 최대 수출 파트너인 유럽의 경제가 남유럽 국가 채무 위기와 저성장에 빠지며 2008년 이전 중국이 보여준 높은 경제 성장률을 위협하고 있다.
김영익 교수는 “미국과 유럽 등 선진 시장의 낮은 경제 성장이 불러온 중국 제품 수요 둔화와 가격 상승 압력은 결국 중국의 수출 증가율 둔화를 불러올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것이 중국의 심각한 공급과잉을 유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1990년 중국의 고정투자는 GDP의 35%였고, 2005년 42%까지 올라갔다”며 “특히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는 이를 극복하는 방법으로 투자를 더 확대해 2011년에는 고정투자가 GDP의 무려 48%까지 상승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렇게 엄청난 투자를 했지만, 정작 미국과 유럽 등 주요 무역 파트너의 중국 제품 수요 둔화가 지속되면서, 투자확대로 만들어 놓은 중국의 생산시설이 제대로 가동조차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이 전형적 공급 과잉 상태에 빠졌단 의미다.
김 교수는 “2012년 중국 철강산업 가동률이 불과 70%밖에 안 된다”며 “나머지 놀고 있는 30%는 심각한 공급과잉이다. 이는 다른 산업 역시 마찬가지”라고 했다. 더 이상 투자확대 정책으론 중국이 그동안의 성장률을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중국의 공급과잉이 산업의 부실을 만들고, 이것이 중국의 은행 등 금융·투자 시장의 부실로 이어지며 3년 후 중국에 심각한 경제·금융위기가 일어날 것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공급과잉으로 인한 중국산업의 부실은 특히 중국 내 ‘그림자 금융’의 심각한 부실을 가속화시키면서 경제·금융위기로 확산될 것이라고 했다. ‘그림자 금융’이란 ‘헤지펀드나 투자은행 등 은행과 비슷한 역할을 하지만 중앙은행의 유동성 지원이나 예금자 보호를 원활히 받을 수 없어 시스템적 위험을 유발할 가능성이 큰 금융을 총칭’하는 것이다. 김 교수에 따르면 현재 중국의 ‘그림자 금융’ 규모는 GDP의 54% 수준인 30조5000위안(2013년 말 기준)에 이른다.
중국 정부는 경제 성장을 위해 오랫동안 저금리 정책을 썼다. 때문에 그동안 경제성장률이 10%나 됐지만 중국 은행들의 예금 금리는 불과 3%대였고, 대출 금리는 5% 정도에 그쳤다. 그동안 중국인들이 자신의 자산을 은행에 맡기면 경제성장률에도 못 미치는 이자밖에 받을 수 없었다는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인들이 찾아낸 투자처가 바로 적게는 6%, 많게는 20%의 금리를 받을 수 있는 ‘그림자 금융’이었다. 문제는 그림자 금융이 자신들에게 돈을 맡긴 투자자에게 고수익을 보장하기 위해 투자한 곳이 바로 그동안 정부의 투자확대 정책에 힘입어 외형상 몸집을 키웠던 (공공·민간)기업들이었다는 것이다. 이 기업들이 공급 과잉의 직격탄을 맞아 부실에 빠지게 되면 그림자 금융을 비롯해 전체 중국 금융 시장도 충격에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이 3년 후인 2017년쯤 본격화되며 중국 산업과 금융이 동시에 부실화되고, 경제·금융위기를 맞게 된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김영익 교수는 “중국발 경제·금융위기는 2017년 이후 약 5년쯤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중국에서 시작된 경제·금융위기지만 미국 등이 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하지만 이 상황이 되면 중국이 투자확대 정책에서 내수소비확대 정책으로 전환할 것이고, 이를 통해 시간은 걸리겠지만 자신들의 경제·금융위기를 해소해 갈 것”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중국이 경제·금융위기를 잘 해소하면 세계 경제의 무게중심이 미국에서 중국으로 이전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주간조선.2014-0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