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절 짓는 일이 시급한 가난한 승려들이었다.
...
벽돌 쌓는 일이 일견 쉬워 보일지도 모른다.
먼저 흙손으로 시멘트 반죽을 한 덩어리 퍼서 바르고
그 위에 벽돌 한 장을 얹은 뒤, 오른쪽을 한두 번 두드리고 다시 왼쪽을 한두 번 두드리면 된다.
그러나 처음 벽돌을 쌓기 시작했을 때는 수평을 맞추기 위해 한쪽을 두드리면 반대쪽이 올라갔다.
그래서 그쪽을 두드리면 이번에는 벽돌이 일직선을 벗어나 앞쪽으로 튀어나왔다.
튀어나온쪽을 밀어 넣으면 이번에는 반대쪽이 높아졌다.
일머리가 없으니까 그렇다고 나를 무시하기 전에 당신도 한번 해 보라.
명색이 수행자인지라 나는 참을성에서는 일가견이 있었다. 또 시간은 얼마든지 있었다.
따라서 아무리 오래 걸린다 해도 모든 벽을 완벽한 형태로 쌓아 올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마침내 첫번째 벽을 완성한 나는 한 걸음 물러서서 감타의 눈으로 내가 쌓은 벽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인가?
그제야 중간에 있는 벽돌 두 장이 어긋나게 놓여졌음을 알아차렸다.
다른 벽돌들은 모두 일직선으로 똑발랐지만, 두 벽돌만은 각도가 약간 어긋나 있었다.
여간 눈에 거슬리는 것이 아니었다. 그 벽돌 두 장 때문에 벽 전체를 망치고 만 것이다!
실망이 말할 수가 없었다. 그때쯤 시멘트는 이미 굳을 대로 굳어 벽돌을 도로 빼낼 수도 없었다.
나는 우리의 리더인 주지 스님에게 그 벽을 허물고 다시 쌓자고 제안했다.
솔직히 말해 허무는 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날려 버리고 싶었다.
그토록 공을 들였는데 일을 망쳤으니 당혹스럽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주지 스님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벽을 그대로 두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첫 방문객들이 찾아와 우리의 미숙한 절을 안내하게 되었을 때,
나는 외부 사람들이 가능하면 내가 쌓은 벽 앞을 지나가지 않도록 신경을 곤두세웠다.
누구라도 그 잘못 쌓아 올린 벽을 보는 걸 나는 원치 않았다.
절을 다 짓고 서너 달쯤 시간이 흘렀을 때였다.
어느 날 한 방문객과 함께 절 안을 거닐다가 그가 그만 그 벽을 보고야 말았다.
그 남자는 무심코 말했다.
"매우 아름다운 벽이군요."
내가 놀라서 물었다.
"선생님 혹시 안경을 차에 두고 오셨나오? 아니면 시력에 문제가 있으신가요?
벽 전체를 망쳐 놓은 저 잘못 놓인 벽돌 두 장이 보이지 않나요?"
그가 그 다음에 한 말은 그 벽에 대한 나의 시각, 나아가 나 자신과 삶의 많은 측면에 대한
나의 전체 시각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았다.
"물론 내 눈에는 잘못 놓인 두 장의 벽돌이 보입니다.
하지만 내 눈에는 더없이 훌륭하게 쌓아 올린 998개의 벽돌들도 보입니다."
순간 나는 말문이 막혔다.
나는 석 달 만에 처음으로 그 두 개의 실수가 아닌,
벽을 이루고 있는 훌륭하게 쌓아 올린 수많은 벽돌들을 바라볼 수가 있었다.
그 잘못 놓인 벽돌의 위와 아래, 왼쪽과 오른쪽에는 제대로 쌓은,
완벽하게 놓인 수많은 벽돌들이 있었다.
그 완벽한 벽돌들은 두 장의 잘못된 벽돌보다 압도적으로 숫자가 많았다.
그 전까지 내 눈은 오로지 두 개의 잘못된 벽돌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 밖의 다른 것들에 대해서는 눈뜬 장님이나 다름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나 자신이 그 벽을 바라보는 것조차 싫었고 다른 사람들이 그것을 보는 것도 싫었다.
그 벽을 폭박시켜 버리고 싶을 정도였다. 그런데 이제 훌륭하게 쌓아 올려진 벽돌들을 볼 수 있었다.
벽은 전혀 흉한 모습이 아니었다.
그 방문객이 말한 대로 '매우 아름다운 벽'이었다.
술 취힌 코끼리 길들이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