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디 차, <바다 할미>
제이디 차는 한국에서 캐나다로 이민을 갔던 부모 세대의 이주 경험과 캐나다에서 태어나 런던에 거주하는 본인의 경험을 토대로 디아스포라의 정체성을 꾸준히 탐구해 온 작가입니다. 또한 제이디 차는 생태적 관심이 드러나는 작품들을 제작해 왔습니다. <바다 할미>에는 여러 마리의 바닷새와 할머니가 등장합니다. 작가의 고향인 밴쿠버에 많이 서식하는 동물인 바닷새는 도시가 형성되면서 뒤바뀐 서식 환경에 적응해 살아가는 멸종 위기 종들을 대표합니다. 여기서 바닷새는 특이하게도 여우와 여성의 형상이 섞인 존재로 묘사되는데, 작가는 이러한 모든 생명체가 고유한 주체성을 가지며 도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영리하게 삶을 이끌어 가는 긍정적인 존재라는 생각을 표현합니다. 한편, 정면의 관객을 바라보고 있는 할머니는 압도적 눈빛을 가지고, 카리스마와 위엄이 넘치는 존재로 표현됩니다. 작가는 마고할미 설화에 착안하여 사회에서 종종 무시당하는 할머니라는 존재를 강인하고 지혜로운 인물로 그려냅니다. 작가는 세대를 거듭해 전승된 우화나 설화를 통해 서구의 주류 역사에서 지워온 주변부 존재들과 서사들을 재조명하고, 지금 마주하고 있는 문제를 새롭게 바라볼 수 있도록 합니다.
제이디 차, <바다 할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