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절 세 존자의 수도 생활
1 부처님은 항가의 기슭을 떠나, 다시 북쪽으로 올라가 나티카의 어떤 대장장이 집에 머물러 계셨다.
그때, 아나율阿那律ㆍ난제難提ㆍ금비라金毘羅는 우각바라숲 속에서 공부를 하고 있었다. 어느 저녁나절에 부처님은 선정에서 일어나 사라숲 속으로 나아가셨다. 이것을 본 숲지기는 부처님에게 말했다.
"사문이여, 이 숲으로 들어와서는 안 됩니다. 여기는 존자 세 분이 도를 닦으며 고요한 선정에 들어 있습니다. 그분들의 방해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아나율은 문득 이 숲지기의 말을 듣고, 곧 일렀다.
"숲지기여, 부처님을 거절하지 말라. 지금 오신 분은 우리들의 스승, 부처님이시다."
아나율은 곧 난제와 금비라에게 달려가 이 사실을 알렸다.
"벗들이여, 부처님이 오셨다!"
세 사람은 함께 부처님에게로 나아갔다. 한 사람은 부처님의 옷과 바리때를 받들고, 한 사람은 자리를 준비하고, 또한 사람은 발 씻을 물을 준비했다.
부처님은 발을 씻으시고 준비된 자리에 앉으셨다. 비구들은 부처님께 예배하고 그 곁에 앉았다. 부처님은 아나율에게 말씀하셨다.
"아나율이여, 너희들은 편안하냐? 수용은 어떠냐? 그리고 밥을 얻기에 곤란은 없느냐?"
"부처님이시여, 저희들은 모두 편안합니다. 그리고 수용도 잘 되며 밥을 얻기에도 곤란은 없습니다."
"아나율이여, 너희들은 서로 화목해 다툼이 없느냐? 젖과 물처럼 서로 어울리고, 서로 사랑하고 서로 돌보며 사느냐?"
"부처님이시여, 그러하나이다."
"아나율이여, 너희들은 어떻게 서로 화합해 사는가?"
"부처님이시여, 저는 이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곧 '이러한 동행자同行者들과 함께 살 수 있는 나는 행복하다'고, 저는 겉과 속이 다름이 없이, 자비스런 행동과 말과 뜻으로써 이 사람들을 섬기고 있습니다. 부처님이시여, 그래서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나는 내 마음을 버리고, 이 사람들의 마음과 하나가 되자'고, 그래서 저는 제 마음을 버리고 이 사람들의 마음과 하나가 됩니다. 부처님이시여, 몸은 따로따로이지만 마음은 하나입니다."
난제와 금비라도 여쭈었다.
"부처님이시여, 저희들은 이렇게 생각하나이다. '이러한 동행자와 함께 살 수 있는 우리는 행복하다'고, 저희들은 이 사람에게, 겉과 속이 다름이 없이 자비스러운 행동과 말과 뜻으로써 섬기고 있습니다. 그래서 모두 자기 마음을 버리고 이 사람들의 마음과 하나가 됩니다."
"착하다, 아나율이여, 그리고 너희들은 열심히, 부지런히, 성실히 생활하고 있는가?"
"부처님이시여, 그러하나이다."
2 "아나율이여, 그러면 그것은 어떤 생활인가?"
"부처님이시여, 우리들 중에서 제일 먼저 걸식에서 돌아오는 사람은, 발 씻을 물과 먹을 물을 준비합니다. 그리고 남은 음식은 다른 그릇에 담아서 준비해 둡니다. 뒤에 돌아온 사람은, 남은 음식이 있을 때, 먹고 싶으면 먹고 먹기 싫으면 풀이 없는 곳에 버리거나 생물이 없는 물에 부어 버립니다. 그리고는 자리를 정돈하고, 먹을 물을 살펴보고, 그릇을 치우고, 식당을 소제합니다. 누구라도 세숫물 독이나 먹는 물독이나 변소에 쓰는 물독이 비어 있는 것을 보는 사람은 그것을 준비해 둡니다. 만일 그 일을 혼자 힘으로 할 수 없을 때에는, 손짓으로 한 사람을 불러, 서로 손을 맞추어 준비해 둡니다. 그러나 부처님이시여, 저희들은 그런 일 때문에 말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부처님이시여, 저희들은 닷새 만에 한 번씩 한밤 동안 법문法門의 모임을 가집니다. 부처님이시여, 우리들은 이렇게 열심히, 성실히 생활하고 있습니다."
"아나율이여, 매우 착하구나. 그러나 너희들은 이렇게 열심히, 성실히 생활해서, 인간의 법을 초월한, 훌륭하고 거룩한 안락의 경계境界에 이르렀는가?"
"부처님이시여, 그것이 없어서 어찌 하겠나이까? 저희들은 마음대로, 욕심을 떠나고 악을 떠나서, 기쁨과 즐거움만이 넘치는 제일선으로 들어갑니다. 거기서 나아가 제이ㆍ제삼ㆍ제사선으로 들어가고, 다시 공무변처ㆍ식무변처ㆍ무소유처ㆍ비상 비비상처로 들어갑니다. 이것이 저희들이 도달한, 인간의 법을 초월한 거룩한 안락의 경지입니다. 저희들은 이 안락한 경지보다 더 위 되고 더 훌륭한 다른 안락의 경지는 알지 못합니다."
"그래, 좋다. 아나율이여, 이 안락한 경지보다 더 위 되고, 더 훌륭한 다른 안락한 경지는 없느니라."
부처님은 이렇게 세 비구를 가르치시고, 기쁨에 잠겨 자리를 일어나 떠나셨다.
세 비구는 부처님을 전송하고 돌아왔다. 난제와 금비라는 아나율에게 이렇게 말했다.
"스님은 부처님 앞에서 우리를 가리켜, '모든 번뇌를 떠난 사람'인 것처럼 말했지만, 우리가 언제 스님에게, 그러한 경지에 이르렀다고 말한 일이 있었습니까?"
"아니, 두 분이 그러한 경지에 이르렀다고 말한 적은 없었지만, 나는 두 분의 마음을 내 마음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에, 부처님에게 그렇게 말씀한 것입니다."
3 그때 디카라는 야차가 그 숲에 살고 있었는데, 부처님에게 나아가 말씀드렸다.
"부처님이시여, 이 발기국의 백성들은 참으로 행복합니다. 부처님이 여기 계실 뿐 아니라, 저 아나율과 난제와 금비라 세 분이 또 여기 계십니다. 이 발기국의 백성들은 참으로 행복합니다."
그때 지신地神이 이 디카 야차의 소리를 듣고, 그 소리를 하늘 위로 전달했다. 그래서 그 소리는 사천왕ㆍ도리천ㆍ야마천ㆍ도솔천ㆍ낙변화천樂變化天ㆍ타화자재천에까지 전달되어, 범천계의 천자들도 다같이 그 소리를 전해 듣게 되었다. 그래서 그 순간에, 저 세 비구들의 이름은 범천계에까지 알려지게 되었다.
"디카여, 네 말이 옳다. 저 세 사람은 그 집을 떠나와 집 없는 스님이 되었다. 만일 그 가족들이 진실한 신심信心을 가지고 저 세 사람을 생각한다면, 그것은 그 가족들의 영원한 이익과 행복이 될 것이다.
디카여, 저들은 그 가족ㆍ마을ㆍ고을ㆍ도시ㆍ나라를 떠나와서, 이제는 집 없는 스님이 되었다. 만일 이 세 사람을 진실한 신심으로 생각한다면, 그것은 그 가족ㆍ마을ㆍ고을ㆍ도시ㆍ나라에게 영원한 이익과 행복이 될 것이다.
디카여, 크샤트리아ㆍ바라문ㆍ바이샤ㆍ수드라 따위, 어느 것이고 만일 진실한 신심으로 이 세 사람의 양가良家의 아들을 생각한다면, 그것은 모든 그들의 영원한 이익과 행복이 될 것이다.
디카여, 천계ㆍ마계ㆍ범계를 포함한 세계, 그리고 사문ㆍ바라문의 중생들의 모든 인천人天으로서, 만일 진실한 신심으로 이 세 사람의 양가의 아들을 생각한다면, 그것은 또 그들의 영원한 이익과 행복이 될 것이다.
디카여, 보라! 이 세 사람의 양갓집 아들은, 어떠한 정도까지 많은 중생의 이익과 행복, 또 세상의 사랑과 이익, 그리고 인천人天의 이익과 행복이 되는 경지에까지 도달해 있는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