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수염의 첫번째 아내 1
책소개
<삿뽀로 여인숙> 저자의 신작 소설집.
1999년 6월의 씨랜드 화재참사를 날카로운 사실주의적 필치와 빼어난 테크닉으로 극화한
`별 모양의 얼룩`과 여자가 혼수감으로 마련한 열두 자짜리 오동나무 장롱이 자신의
오동나무 관이 될 뻔한 사건을 기록한 표제작 `푸른수염의 첫번째 아내` 그리고
어느 직장여성이 한밤중에 탄 택시에서 특이한 태도를 보이는 택시 운전사의 의도를
의심하는 것으로 시작되는 `새끼손가락` 등 11편의 단편소설을 해설과 함께 수록했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저자소개
하성란
깊은 성찰과 인간에의 따뜻한 응시를 담아낸 섬세한 문체로 주목 받아온 작가다.
1967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하였다.
1996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풀」이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하였다.
탁월한 묘사와 미학적 구성이 묵직한 메시지와 얼버무려진 작품을 쓰며,
평소 일상과 사물에 대한 섬세한 관찰과 묘사가 뛰어나다는 평을 받는다.
자신의 대답을 적어 내려가는 노란 메모 노트를 늘 인터뷰 시에 지참한다.
이러한 습관을 통해 작품 속 작은 에피소드에서도 깊이 생각할 수 있는 내용들을 담아낸다.
거제도가 고향인 부친이 서울에 올라와 일군 가족의 맏딸이기도 한 그녀는,
부친의 사업 실패로 인문계 고교 진학을 포기하고, 여상(女商)을 졸업한 뒤
4년 동안 직장생활을 하면서 청춘의 초반부를 보냈다.
뒤늦게 서울예전 문예창작과에 진학해 소설을 쓰면서 '언젠가는
그 소설의 울림이 세상의 한복판에 가 닿는다고 믿는 삶'을 꿈꿨다.
습작시절,
신춘문예 시기가 되면 열병을 앓듯 글을 쓰고 응모를 하고
좌절을 맛보는 시기를 몇 년 간 계속 겪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1996년 그녀가 스물 아홉이던 해, 첫 아이를 업은 상태에서 당선 소식을
받았으며, 1990년대 후반 이후 늘 한국 단편소설의 중심부를 지키고 있다.
일상과 사물을 세밀하게 묘사하는 스타일로
'정밀 묘사의 여왕'이란 별칭을 얻으면서 단편 미학을 다듬어온 공로로
동인문학상(1999)·한국일보문학상(2000)·
이수문학상(2004)·오영수문학상(2008)을 잇달아 받은 중견작가이다.
그녀의 소설은 지나치게 사소한 일상에 몰두하다 보니
사회에 대한 거시적 입장이 약하다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인간 심리와 사물에 대한 미시적 묘사를 전개하면서
특유의 섬세한 문체로 곰팡내 나는 쓰레기 더미 속에 숨어 있는
존재의 꽃을 찾아간다'는 1999년 동인문학상 심사평은
여전히 하성란 소설의 개성과 미덕을 잘 말해준다.
대학 동문인 부군과 함께 운영하는 출판기획사에서 창작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이 곳은 그녀에게 생긴 첫 작업실이기도 한 셈인데,
그 전에는 부엌과 거실 사이에 상을 하나 펴놓고
새벽녘 텔레비전에서 계속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글을 썼다.
어느 대학 기숙사에 방을 얻어 한 달 동안 글 쓰겠다고 들어간 적이 있었는데,
결국 한 줄도 쓰지 못하고 나왔다고 한다.
2009년부터 방송대학TV에서 '책을 삼킨 TV' 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으며,
얼마 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심사위원으로 작품을 심사하기도 하였다.
현재 살아있고 같이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에게 많은 영향을 받으며,
특히 '권여선' 작가의 글을 좋아한다.
저서로는 소설집 『루빈의 술잔』, 『옆집 여자』, 『푸른 수염의 첫번째 아내』,
『웨하스』,『여름의 맛』 장편소설 『식사의 즐거움』, 『삿뽀로 여인숙』,
『내 영화의 주인공』, 『A』, 사진산문집 『소망, 그 아름다운 힘』(공저) 등이 있다.
최근 동료 여성작가들과 함께 펴낸 9인 소설집 『서울, 어느날 소설이 되다』에
단편 「1968년의 만우절」을 수록하였다. [예스24 제공]
책 속으로
블루비어드 설화 자체가 매우 풍부한 해석가능성을 지닌 이야기인데,
작가는 그 설화의 미완의 대목을 끌어들여 또 한편의 새로운 이야기를 짜낸다.
즉 블루비어드가 첫번째 아내에게 숨기려 한 비밀은 원래의 설화에서는
미스터리로 남겨져 있지만 하성란은 그 상상의 공간을 '푸른수염의 첫번째
아내'라는 자기 이야기로 채우는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작가는 설화에 담긴 초사실적 활력을 작품 내부에 끌어들이는 한편
이 설화에 나름의 재해석을 가한다. 그러므로 이 작품은 이야기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을 가지고 또 한편의 이야기를 만드는 '메타픽션'적인 면모를 지니고 있다.
소설 장르에서 상대적으로 억눌려왔던 설화적 상상력과 메타픽션의 계기들이
이 작품에서 은밀하게 다시 만나는 양상인 것이다.
서사양식에 대한 작가의 탐구심과 호기심이 반짝반짝 빛난다.
--- pp.293-294[예스24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