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폭스바겐 티구안 올스페이스 7인승 모델을 시승했다. 풀 디지털 계기판의 그래픽이 달라졌고 3열 시트가 있는 것이 포인트다. 특별히 5인승 모델과의 차이는 없지만 공간 활용성을 중시하는 유저층들의 7인승 모델에 대한 요구를 반영한 라인업이다. 폭스바겐 티구안 올스페이스 7인승 2.0TDI의 시승 느낌을 적는다.
글 / 채영석 (글로벌오토뉴스 국장)
폭스바겐에 관한 이슈는 전동화와 주력 모델의 변화다. 디젤 스캔들 이후 폭스바겐은 전동화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런데 지금 배터리 전기차의 판매가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부진하다. 특히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상황에서도 판매가 20% 전후 증가하고 있는 한국의 수입차시장에서 프리미엄 브랜드들의 배터리 전기차는 고전하고 있다. 메르세데스 벤츠 EQC와 테슬라의 모델S 등 고가 모델들의 판매 부진으로 아우디도 e트론 출시 시기를 두고 고민하고 있다.
전동화 문제는 이미 시승기와 채영석의 글로벌 인사이트를 통해 자세하게 언급했듯이 이제 근본적인 문제부터 짚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에너지 전환이 없는 배터리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는 점이다. 북유럽처럼 재생 에너지 중심으로 가야 한다. 그렇게 해서 전동화로 가야 희망이 있다.
그보다 더 주목을 끄는 것은 폭스바겐 브랜드의 주력 모델의 변화다. 폭스바겐은 골프로 성장한 브랜드다. 골프는 양산 패밀리카 벤치 마킹의 모범이자 해치백의 대명사였다. 1974년 데뷔한 이래 지금은 8세대 모델이 판매가 되고 있으며 폭스바겐 브랜드의 지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는 진리는 여기에서도 적용된다. 폭스바겐은 디젤 스캔들로 큰 타격을 입으며 미래의 골프로 배터리 전기차 ID.3를 내놓았다. 골프와 같은 등급의 ID.3는 폭스바겐 브랜드가 전동화 시대의 핵으로 삼고자 개발한 모델이다. 그동안 내연기관차 골프로 성장해 왔다면 앞으로는 배터리 전기차 ID.3로 글로벌 플레이어의 입지를 지키겠다는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은 물음표가 존재한다.
당장에는 폭스바겐의 중심은 ID.3보다는 티구안으로 옮겨가고 있다. 티구안은 2019년 글로벌 시장 연간 판매대수가 91만 926대로 골프를 앞질렀다. 2007년 데뷔한 이래 2016년 2세대 모델이 등장해 있는데 올 봄 누계 판매 600만대를 돌파했다. 티구안은 전 세계 네 개의 공장에서 생산되며 2019년에는 35초 당 한 대 꼴로 생산됐다.
한국시장에서도 지난 4월 총 1,314대를 판매하며 수입 SUV 판매 1위를 차지했다. 더 주목을 끄는 것은 디젤 버전인 티구안 2.0 TDI’ 모델이 1,180대가 판매되며 두 달 연속 수입차 베스트셀링 모델 순위 1위를 기록했다는 점이다. 4월 수입차 중 월간 판매량 1천대를 넘긴 모델은 ‘티구안 2.0 TDI’가 유일하다.
티구안의 활약에 힘입어 폭스바겐은 다시 수입차 브랜드 중 디젤 엔진 모델로 4위에 복귀했다는 것은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한국의 수입차 시장이 독일차가 절대 강세를 보인다고 하지만 지난 몇 년 간의 상황을 돌아 보면 아우디가 3위, 폭스바겐이 4위로 다시 복귀한 것은 그리 간단한 문법으로 분석할 내용은 아니다.
코로나 19로 대부분 국가들의 신차 판매가 붕괴된 상황에서 한국시장의 수입차 판매는 4월 25.9%, 5월에도 19.1% 증가했다. 더 이상 과거의 예를 들며 그런 시나리오로 앞으로의 전망을 하는 경제학자나 미래학자들을 비웃는 듯한 현상이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주식 시장의 동학 개미 운동도 그런 현상 중 하나다.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과거의 문법에 익숙한 학자들이나 언론(?) 종사자들에게는 불편할 수 있을 것이다. 클릭수로 장사해 온 인터넷 미디어들도 그랬지만 조회수로 수익을 올리고 있는 유튜버들의 번 아웃 호소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좀 더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해 보이는 시점이다.
Exterior & Interior
폭스바겐은 차명으로 분류하면 폴로와 골프, 파사트, 아테온, T크로스, T록, 티구안, 투아렉 등으로 연간 판매 640만대 규모에 비하면 라인업이 적다. 하지만 각 모델의 트림 세분화에 더해 가지치기 모델들을 라인업해 규모의 경제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골프 바리안트와 올트랙, 파사트 올트랙 등이 대표적이며 오늘 시승하는 올스페이스도 티구안의 크기를 늘려 3열 시트가 있는 7인승 모델로 만든 것이다.
티구안은 MQB 플랫폼을 베이스로 하고 있으며 디자인을 통해 표현하고자 하는 것은 정교함과 논리성, 명확한 캐릭터의 구현이다. 티구안은 화려하거나 날카로운 선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억제된 선과 면을 사용하면서도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앞 얼굴은 5인승 모델과 같다. 다만 라디에이터 그릴 가운데 수평 바가 하나가 아니라 두 개라는 점이 다르다. LED 프로젝션 헤드램프는 렌즈 안쪽의 그래픽이 약간 다르지만 마찬가지로 엑센트로 작용하고 있다. 면적은 작지만 헤드램프의 역할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그 위쪽의 보닛에 삽입된 캐릭터 라인은 굵지 않지만 강한 이미지를 만드는데 일조하고 있다. 범퍼에는 보닛의 V자와 역으로 A자가 만들어져 있다. 수직 라인들은 모두 바깥쪽으로 향하고 있어 와이드한 이미지를 만든다.
측면에서는 전장과 휠 베이스가 길어졌음에도 밸런스에 문제가 있어 보이지 않는다. 높은 허리선과 어깨 선에 닿아있는 캐릭터 라인이 완고한 이미지를 만들고 있다.아래쪽에 또 다른 캐릭터 라인이 적용되어 있는데 폭스바겐의 디자이너는 이것을 “라인의 대화”라고 설명한다. 아래쪽 라인은 나팔 모양으로 조각된 부분을 강조하고, 이로 인해 휠 아치와 숄더 부분이 보다 파워풀 해 보인다. 선을 더 많이 사용했다는 얘기인데 그럼에도 복잡해 보이지 않는 것은 폭스바겐 브랜드 전체를 관통하는 특징이다.
뒤쪽에서도 직신 위주의 안정적인 그래픽이 중심이다. 5인승 모델과 다른 점은 범퍼 아래 배기구가 아래쪽으로 들어갔으며 대신 좌우에 사각형 머플러 형상이 디자인 소구로 설계되어 있다.
차량의 크기는 티구안 대비 전장은 215mm, 휠 베이스는 110mm 더 길어졌다. 티구안의 비틀림 강성 수치는 25,000Nm로 재규어 XF의 22,000Nm보다 높다. 이 수치를 자신있게 발표하는 메이커는 많지 않다.
Interior
인테리어는 티구안과 크게 다르지 않다. 수평 기조의 대시보드가 전체 분위기를 주도한다. 대시보드를 가로지르는 에어벤트를 비롯한 각종 패널도 직선 위주의 디자인이다. 폭스바겐 그룹의 프리미엄과 럭셔리 브랜드들은 세 개의 터치 스크린을 사용하면서 규모의 경제 혜택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양산 브랜드 패밀리카인 티구안은 아날로그 감각이 남아 있다.
센터페시아의 8인치 디스플레이창에 대부분의 버튼을 통합하고 아래쪽에 에어컨 패널을 배치하고 있다. 디스플레이창의 그래픽이 상위 그레이드와는 달리 윈도우가 아닌 도스(DOS)느낌의 그래픽인 것도 티구안과 같다. 그래도 출력과 토크, G포스 등의 상황을 보여 주는 출력 모니터 창과 경제운전을 할 수 있게 도와 주는 Think Blue. Trainer 창 등은 디지털 그래픽으로 화려하다.
'디스커버 미디어’라고 칭하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앱 커넥트를 통해 미러링크와 애플 카플레이에 연결할 수 있다. 외부의 네 개의 카메라를 통해 얻은 정보를 디스플레이창에 보여주는 에어리어 뷰는 프레스티지 모델에만 탑재된다.
수동 틸팅&텔레스코픽 기능의 3스포크 D컷 스티어링 휠은 신세대 폭스바겐의 그것이다. 스포크상의 버튼류가 일목요연하게 배치되어 있고 조작성도 좋다. 그 안으로 보이는 계기판은 TFT액정 디스플레이라는 점은 같은데 올 초 시승한 아날로그 타입이나 2세대 티구안 데뷔 당시의 것과는 전혀 다르다. 스티어링 휠 오른쪽 스포크상의 VIEW버튼으로 세 가지 화면을 표시할 수 있다. 아우디 버추얼 콕핏처럼 풀 컬러 내비게이션 지도를 표시하지는 않는다.
3-존 자동 온도 조절 시스템은 공조 뒷좌석에서도 온도와 바람세기 조절이 가능하다. 클리마트로닉 시스템은 공기센서와 알러지 필터가 채용되어 있다. 페이톤 때부터 폭스바겐의 공조시스템은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시트는 7인승. 운전석은 6웨이 전동 조절식이고 세 개의 메모리 기능이 있다. 휠 베이스가 길어진 만큼 베이스 모델보다 실내 공간이 확대됐다. 앞 시트의 시트백은 길지만 좌우 공간은 넓다고는 할 수 없다. 리어 시트는 60 : 40 분할 접이식. 1열 시트 뒤에 선반이 있는 것이 눈길을 끈다. 2열 시트는 슬라이딩과 폭이 크지는 않지만 시트백의 기울기 조절 기능도 있다.
3열 시트는 히프 포인트가 높아 성인이 앉으면 머리공간이 없어 비상용이나 어린이가 탑승할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적재공간으로 활용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트렁크 좌우의 레버를 당기면 풀 플랫이 되는 것은 베이스 모델과 같다. 다시 세울 때는 시트백 맨 아래 끈을 당겨야 한다. 2열 시트에 앉으면 거대한 파노라믹 선루프가 인상적이다.
트렁크 적재 용량이 티구안 대비 85리터 늘어난 것이 포인트다. 2, 3열 시트를 접을 경우 최대 적재량은 기본 700리터(3열 폴딩 시) 에서 1,775리터 (2, 3열 폴딩 시)로 늘어났다. 티구안보다는 넓지만 5인승 올스페이스보다는 좁다. 2, 3열 시트를 접어 풀 플랫으로 해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트렁크 플로어 아래에는 임시 스페어 타이어가 있다.
Powertrain & Impression
엔진은 티구안에 탑재된 것과 같은 2.0TDi 로1,968cc 직렬 4기통 DOHC TDI 디젤로 최고출력 150ps, 최대토크 34.7kgm를 발휘한다. 질소산화물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인 트윈 도징 시스템은 적용되지 않았다.
변속기는 7단 DSG. 구동방식은 앞바퀴 굴림방식을 기본으로 4모션이 옵션으로 설정되어 있다. 시승차는 앞바퀴 굴림방식이다. 스톱 &고 기능이 채용되어 있다. 드라이브 모드는 에코, 노멀, 스포츠, 인디비주얼 등 네 가지가 있다.
우선은 기어비 점검 순서. 100km/h에서의 엔진회전은 1,500rpm부근. 5인승 모델 데뷔 당시에는 1,700rpm부근이었으나 최근 모델에서 달라진 부분이다. 레드존 역시 5,000rpm부터였던 것이 4,500rpm부터로 낮아졌다.
정지 상태에서 풀 가속을 하면 4,000rpm전에 2단으로. 그 다음부터는 4,300rpm 부근에서 시프트 업이 이루어진다. 35km/h에서 3단, 55km/h에서 4단, 85km/h에서 5단으로 변속이 진행된다. 5인승 모델과 달리 풀 스로틀시 휠 스핀이 조금은 약하게 발생한다. 발진시 주춤거리는 현상도 그만큼 덜하다. 데뷔 당시 시승에서는 부밍음을 거의 의식하지 못했었는데 이제는 가속하는 맛을 느낄 수 있을 정도다. 실제로 엔진음이 커졌다기보다는 거의 대부분의 모델들이 디젤엔진을 탑재하고 나왔을 때와 달리 또 한 단계 진보한 가솔린 엔진 위주의 모델들이 주를 이루는 시대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엔진의 회전 상승감이나 질감 등은 좋다. 통상적인 발진에서도 토크감이 강하지 않는 것이 오늘날 등장하는 모듈러 엔진의 전형적인 특성이다.
다시 오른발에 힘을 주면 속도계의 바늘은 꾸준히 상승한다. 공차 중량이 티구안 5인승이 1,691kg이고 올 스페이스 7인승이 1,797kg으로 106kg 더 무겁다. 출력 대비 중량이 12kg/ps이므로 세단과는 다르지만 5인승의 느낌과 뚜렷이 다르지는 않다. 그보다는 전체적인 밸런스를 중시하는 트렌드에 걸맞는 수준이다. 최고속도 영역에서는 출력의 한계가 보이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같은 엔진을 탑재한 아테온은 190마력 사양이 탑재되어 있다.
서스펜션은 앞 맥퍼슨 스트럿, 뒤 멀티링크. 댐핑 스트로크는 평범한 수준이다. 같은 플랫폼을 사용하는 골프와 비슷한 특성을 보인다. 코너링과 헤어핀에서의 ESP개입 포인트는 CP지점을 지나서다. 롤 각은 5인승 모델의 경우 조금 과장하면 해치백인 골프와 큰 차이가 없었는데 7인승은 약간 크다. 물론 무게중심고가 높은 만큼 극단적인 상황에서는 다를 것이다. 전체적으로 섀시의 반응은 직설적이지는 않지만 흐트러지지 않는 거동이다.
록 투 록 2.6회전의 스티어링 휠을 중심으로 한 핸들링 특성은 약 언더. 5인승 4모션 사양은 록 투 록이 2.1회전이었다. 기어비의 차이가 나지만 응답성이 다른 것 같지는 않다. 다만 코너링에서 원심력이 상대적으로 5인승보다 크다. 타이어가 약간 밀리는 느낌도 있다. 그래도 패밀리카로서 다루기 쉬운 차의 특성이라는 정석은 변함이 없다. 물론 차체 강성과 비틀림 강성의 향상으로 인한 안정적인 거동이 그 배경에 있다. 다만 하루 전 시승한 아우디 Q5와는 차이가 난다.
ADAS 기능은 스톱&고와 연동되는 ACC를 비롯해 차로 이탈 방지 장치, 자동 긴급 제동장치 등 대부분이 채용되어 있다. ACC를 ON한 상태에서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떼면 약 15초 후에 경고음과 힘께 계기판에 스티어링 휠을 잡고 운전하라는 메시지가 뜬다. 다시 15초 가량이 지나면 경고음이 동반되고 그래도 잡지 않으면 브레이크를 밟은 듯이 멈칫하는 동작을 보인다. 최근 이런 기능을 채용하는 차들이 늘고 있다. 그리고 다시 2~3초 후에 다시 한 번 멈칫하며 해제된다. 스티어링 휠을 잡으면 다시 활성화된다.
이제 티구안은 5인승, 티구안 올스페이스는 7인승 모델로 라인업됐다. 차체 타입의 세분화와 파워트레인의 다양화, 트림의 극단화 등 결국은 규모의 경제를 추구한 결과다. 하지만 그런 속에서 사용자들은 아직까지는 엘리베이터를 꿈꾸고 있다는 것을 한국의 수입차 시장은 잘 보여 주고 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다름이고 그 근본은 이 시대에 통용되는 가치이다. 한국시장에서의 티구안, 아니 폭스바겐의 재기를 넘어선 부활은 33년째 이 일을 해 오고 있는 기자에게 다시 한 번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