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최첨단 칩까지 삼키는데... 한국 반도체 골든타임 4년 남았다(1) / 4/29(월) / 중앙일보 일본어판
한국과 대만 등 동아시아에 집중됐던 반도체 제조의 무게중심이 미국으로 쏠리기 시작했다. 2022년 8월 미국 정부가 자국 내 반도체 생산시설에 4년간 520억달러(약 8조 2100억엔)의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CHIPS법을 발효한 지 2년 만이다. 3나노미터 이하의 초미세 프로세스 경쟁과 메모리 시장의 지각변동이 동시에 일어나는 가운데 한국이 '반도체 산업 그랜드 플랜'을 보다 정교하게 다시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미국, 반도체 '배틀그라운드'로
「우리는 40년만에 첨단 칩 제조 기지를 미국에 되찾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25일 미국 최대 메모리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에 61억 4000만 달러의 보조금 지급을 발표하자 현장에 모인 반도체 공장 노동자들과 지역 주민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지르며 박수를 쳤다. 단상에는 메이드 인 아메리카라는 글자가 크게 적혀 있었다. 마이크론은 1250억 달러를 투자해 뉴욕과 아이다호에 최첨단 메모리 제조기지를 건설한다.
미국에서는 인공지능(AI), 스마트폰, PC의 두뇌 역할을 하는 시스템 반도체도 머지않아 쏟아질 전망이다. 대만 디지타임스는 18일 7나노 공정도 버거운 미국이 이제 (더 첨단인) 2나노 공정의 전쟁터가 됐다고 진단했다. 현재 3나노 공정의 최첨단 칩은 세계에서 단 2곳, 한국과 대만에서만 양산할 수 있다.
하지만 올해 말 1.8나노(18A)급 공정의 반도체 양산에 들어가는 인텔을 비롯해 삼성전자와 TSMC가 모두 2027년까지 2나노 칩을 미국 내 공장에서 생산한다. 인텔은 지난해 말 2나노 이하 공정에 필수적인 네덜란드 ASML의 최첨단 고NA(개구수) 극단자외선(EUV) 노광장비 1호를 세계에서 가장 빨리 오리건주 공장에 확보하고 최근 가동 준비에 들어갔다. 미국 정부는 "삼성을 제치고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세계 2위에 오르겠다"고 선언한 인텔에 가장 많은 195억 달러의 보조금을 지원해 키우고 있다. 2028년부터는 SK하이닉스도 인디애나 주의 첨단 패키징 시설에서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만든다.
이로써 미국은 메모리 반도체부터 파운드리, 첨단 패키징에 이르는 반도체 제조 생태계를 완성했다. 지난해 반도체 업계 매출 기준 상위 8개 TSMC, 인텔, 삼성전자, 엔비디아, 퀄컴, 브로드컴, SK하이닉스, AMD 모두 본사를 미국에 두거나 주요 제조 거점을 미국에 두고 있다. 이미 미국 실리콘밸리가 장악한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회사) 생태계를 포함하면 미국은 반도체 공급망인 A부터 Z까지 모두 쥐고 있다. 지난 2021년 4월 바이든 대통령이 '반도체 자립주의'를 선언한 지 3년 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