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일하고 홀로 생각하고 홀로 노는 것이 익숙한 사람이다 나는.
내 유전자 깊숙이 숨어 있던 것일까.
사람들이 많은 곳은 가지 않는 편이다.
그래서 모임 행사는 접근도 해 보지 않았다.
그래서 양복이 없다.
내가 지금까지 해 온 일들도 역시 그렇다.
프로그래머 쇼핑몰 마케터 수산물 농산물 쇼핑몰 운영 그리고 지금 사는 모습도 역시 그렇다.
홀로 걷고 홀로 운동하고 홀로 생각하고 홀로 책읽고 홀로 글을 쓰고.
아내와 같이 살 때도 역시 묵호 주공 아파트 101동 404호에 내가 살았고, 아내는 104 동 404호에 살았다.
아내를 싫어하는 것은 절대 아니었다.
아내의 자유와 나의 자유를 지키고 싶었다.
서로 간의 구속과 집착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나는 그것이 진정 사랑이라고 생각했다.
대게를 보내러 묵호어판장에 내려가는 사람은 주로 아내였다.
나는 쇼핑몰 사이트만 관리하고, 거의 모든 것은 아내의 차지였다.
돈이 얼마나 들어오는 지, 얼마나 벌리는 지는 관심이 없었다.
어쩌다 천곡동에서 옷을 살 때도 모든 것을 아내가 주도했다.
옷을 사는 과정에서 사람들과의 접촉이 싫었기 때문이다.
운동도 역시 태권도, 스쿠버다이빙, 수영이었다.
단체로 하는 운동은 싫어했다.
이제 혼자다.
아내가 사라지고 대신 할 사람이 없다.
그래서 군중 속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노래교실도 나가고, 어판장도 간혹 가보고, 가능한 사람들과 이야기하려고 애를 쓰고, 노래도 무대에 나가서 부르고, 옷도 직접 사고, 지나가는 사람들과 강아지에게 말을 걸어보고, 많은 사람들에게 글을 보여주고, 내 생각을 말해주고,
그러나, 도무지 못하는 것이 있다.
양복과 모임은 죽어도 못나가겠다.
형식과 절차를 싫어하는 나의 성격의 마지막 堡壘인가 보다.
이런 성격 탓에 ‘나는자연인이다’ 방송을 열심히 보고, 실제로 자연인이 되고 싶었다.
이제 나는 군중 속에 있다.
이 상태가 진정 ‘자연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