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주차구역에 무단으로 세워진 차량을 행인이 촬영하자 쫒아가 삭제를 요구하고 몸싸움한 운전자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박병곤 판사는 지난 17일 폭행치상·강요미수·주거침입 혐의로 약식기소된 70대 여성 운전자 A씨에게 벌금 15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2021년 10월21일 오후 서울의 한 주상복합 아파트에 방문해 지하주차장 내 장애인 주차구역에 자신이 몰던 승합차를 주차하고 운전석에 머물렀다. 이때 이곳에 거주하던 B씨는 휴대전화로 A씨 차량을 촬영했다. 주차구역 위반을 신고하기 위해서였다.
A씨는 이를 발견, 차량에서 내려 촬영한 사진을 삭제하라고 요구하며 아파트 주거구역 출입문으로 들어가는 B씨를 뒤따라갔다. B씨가 출입문을 막아서자 A씨는 멱살을 잡았고, 두 사람의 실랑이는 엘리베이터를 지나 B씨의 세대 현관문까지 이어졌다.
검찰은 두 사람을 나란히 약식기소했다. A씨는 공동주택에 침입해 B씨에게 염좌상을 입히고 사진 삭제를 강요하다 미수에 그친 혐의, B씨는 몸싸움 도중 손으로 A씨의 얼굴을 때려 각막염과 타박상을 입힌 혐의를 받았다.
두 사람은 각각 전치 2주짜리 진단서를 제출했다. 검찰은 A씨에게 벌금 100만원, B씨에게 벌금 30만원을 구형했다. 사건은 서면심리 끝에 정식재판으로 넘겨졌다.
법정에서 A씨는 혐의를 인정했지만, B씨는 정당방위를 주장했다. CCTV 영상을 확인한 결과 B씨는 A씨를 뿌리치다 얼굴을 한 차례 가격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A씨에 대해 "합의하거나 별다른 배상을 하지 않았다"며 검찰이 구형한 벌금액에서 50%를 가중해 선고했다. 반면 B씨에 대해서는 "소극적인 저항으로 정당방위거나 사회통념상 허용될 만한 행위"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 잘못으로 시작된 이 사건 때문에 B씨는 수사는 물론 재판까지 받아야 했다"며 "난데없는 봉변을 당한 셈"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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