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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여고 교학사 교과서 채택 철회를 요구하는 강북지역시민모임과 서울교육단체협의회 등이 3일 오전 서울 강북구 창문여고 앞에서 교학사 역사교과서 선정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
분당 영덕여고·수원 동우여고, 교학사 교과서 채택 백지화
(서울=뉴스1) 안준영 기자 = 이념 우편향 논란을 빚고 있는 교학사 고교 국사 교과서 채택 문제에 대한 후폭풍이 거세다.
학부모·학생·교사·동문등 학교 안팎의 반발로 선정을 취소하는 일선 학교들이 속출하는가 하면 비난 여론에 굴복해 다른 출판사의 교과서를 채택하는 학교까지 등장했다.
일각에서는 교학사가 친일 미화와 사실 오류 등 문제점을 노출한 것은 사실이지만 기존 한국사 교과서 집필진들과 사관(史觀)이 다르다는 이유로 철회 강요 내지 압박을 가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도 제기하고 있다.
◇교학사 국사교과서 채택 고교 잇따라 계획 철회
3일 교육계에 따르면 파주 운정고와 분당 영덕여고가 교학사 국사 교과서 채택을 포기하고 재선정하기로 한 데 이어 수원 동우여고도 철회를 결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분당 영덕여고는 이날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본교 역사교과협의회는 교학사의 한국사교과서 선정을 철회하고 재선정하기로 했다"고 공지했다.
영덕여고는 교학사 교과서 선정 사실이 알려진 뒤부터 학부모들의 반발이 잇따르자 2일 오후 회의를 열어 이 같이 결정했다.
영덕여고는 교과협의회의 교과 추천, 교과선정위원회·학교운영위원회를 열어 교학사 교과서를 제외한 고교 한국사 교과서를 다시 결정한다.
또 수원 동우여고도 이날 오전 긴급 학교운영위원회를 열고, 교학사 교과서 선정을 취소했다.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한 고교는 전국적으로 ▲수원 동우여고 ▲수원 동원고 ▲대구 포산고 ▲울산 현대고 ▲여주 제일고 ▲경남 창녕고 ▲경남 지리산고 ▲경남 합천여고 ▲전주 상산고 ▲충남 서일고 등 10여 곳 정도였다.
광주와 전남지역 고등학교 가운데 교학사 역사 교과서를 채택한 학교는 한 곳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분당 영덕여고 홈페이지) © News1 |
교학사 교과서 채택학교 중 분당 영덕여고와 수원 동우여고 등은 교학사 교과서 선정을 철회했다.
또 울산 현대고와 여주 제일고 등에서는 교과서 철회 여부를 논의 중인데다 다른 고교에서도 학생들이 집단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교학사 교과서 채택 철회 고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2일 경기도 수원 동우여고에서는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반대 대자보가 걸린 데 이어 3일에는 같은 학교법인 경복대학교 계열 동원고에도 대자보가 붙었다.
동원고 학생 40여명은 이날 오전 7시30분께 교학사 교과서 채택에 반대하는 내용의 대자보 10여개를 학교 곳곳에 내걸었다.
학교 쪽이 3분 만에 뜯어낸 대자보는 “동원고 교복이 이제 부끄럽다. 식민지 침략과 친일을 미화하고 독재와 쿠데타를 정당화하는 교학사 교과서를 학교 재단이 채택하려 하고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서울 창문여고, 비난 여론속 교과서 번복 해프닝
이런 가운데 교학사 교과서를 내년도 한국사 교과서 채택했다고 알려진 서울 창문여고는 이날 지학사 교과서를 채택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학교 측은 이날 오전 10시쯤 학교운영위원회를 열고 지학사 교과서를 내년도 한국사 교과서로 채택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학교 관계자는 "교학사 교과서는 지학사, 비상교육과 함께 후보군에 올랐을 뿐 최종적으로 채택된 것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친일·독재 미화 논란을 빚고 있는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를 채택한 것으로 알려진후 학내외 반발이 거세자 학교측이 여론을 의식해 뒤늦게 번복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학교측 발표에 앞서 오전 10시30분께 강북지역시민모임과 서울교육단체협의회 등 진보 교육단체들은 서울 강북구 창문여고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친일, 독재를 미화하는 교학사 교과서 채택을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항일투사가 설립한 학교에 일제의 식민지배를 미화하는 교과서를 선정한 것은 경악할 일”이라고 주장했다.
창문여고 초대 이사장인 김문현 선생의 조부 오천 김석진 선생은 을사늑약에 항거해 자결한 우국지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