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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 한화 품으로… 산은, 헐값 논란속 “빠른 매각이 살길”
[대우조선, 한화에 매각]
대우조선, 한화 품으로… 21년만에 주인 찾다
한화, 2조 유상증자 인수 추진
경쟁입찰 거쳐 연내 최종확정
한화그룹이 2조 원을 투입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추진한다. 2001년 워크아웃 졸업 후 KDB산업은행 관리를 받으며 민영화를 추진해온 대우조선은 21년 만에 ‘주인 없는 회사’ 꼬리표를 떼게 됐다.
2008년에도 대우조선 인수를 시도했다가 불발된 한화그룹이 대우조선을 품에 안으면 국내 조선업계의 ‘빅3’ 체제는 더 굳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은 26일 한화그룹과 대우조선이 ‘조건부 투자합의서’(MOU)를 맺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화그룹은 앞으로 2조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해 대우조선 지분 49.3%와 경영권을 확보할 예정이다. 강석훈 산은 회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대우조선의 체질을 개선하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선 역량 있는 민간 주인 찾기가 근본 해결책이라고 판단했다”며 “국내 대기업 그룹들에 인수 의사를 타진한 결과 한화그룹이 의향을 표했다”고 말했다.
다만 최종 인수는 이번 MOU 체결 이후 다른 투자자들에게도 참여 기회를 주는 경쟁입찰을 거쳐 확정된다. ‘헐값 매각’ 논란을 피하기 위해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기업을 찾겠다는 것이지만 한화보다 나은 매수자를 찾기 힘들다는 관측이 많다. 산은은 연내 최종 인수자를 선정해 늦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매각 계약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올해 초 유럽연합(EU)의 합병 불허로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 인수가 무산된 바 있지만 한화그룹은 동일 업종이 아니어서 이 같은 가능성이 적을 것으로 산은은 보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자금난으로 대우조선 인수를 철회했던 한화그룹은 14년 만의 재도전을 통해 육해공을 아우르는 글로벌 방산업체에 한발 더 다가서게 됐다.
한화, 2조에 대우조선 인수… 산은, 헐값 논란속 “빠른 매각이 살길”
21년만에 주인 찾은 대우조선… 빨리 팔려는 산은-방산 강화 한화
대우조선 매매 셈법 맞아떨어져… 산은 등 2015년후 7조1000억 투입
회수자금 턱없이 적어 논란일 듯… “눈덩이 손실 최소화 방안” 강조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정권 초반에 신속하게 민영화를 추진하려는 정부의 의지와 방위산업을 강화하려는 한화 측의 계산이 맞아떨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21년이란 기나긴 매각 작업 끝에 대우조선이 새 주인을 찾게 되면서 민간 주도의 산업 구조조정에 큰 물꼬를 텄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인수 가격 2조 원은 앞서 2008년 한화그룹이 써냈던 6조3000억 원의 3분의 1 수준인 데다 그동안 투입됐던 공적자금 규모를 감안하면 ‘헐값 매각’ 논란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 “모든 대기업 접촉해 한화 의지 확인”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이 26일 서울 영등포구 산업은행에서 대우조선해양의 전략적 투자유치 절차 개시와 관련해 설명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은 26일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대우조선의 통매각, 분리 매각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매수자를 물색해 왔다”며 “국내에서 제조업을 하는 모든 대기업 그룹을 접촉한 결과 한화그룹의 인수 의사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대우조선과 한화그룹이 체결한 투자합의서(MOU)에 따라 인수 절차가 진행되면 한화 측은 2조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대우조선 지분 49.3%와 경영권을 확보하게 된다.
유상증자에는 한화그룹 계열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1조 원을 투입하고 한화시스템 5000억 원, 한화임팩트파트너스 4000억 원, 한화에너지 자회사 3곳이 1000억 원을 부담할 계획이다. 유상증자로 기존 주주들의 지분은 희석돼 최대주주인 산은은 지분이 55.7%에서 28.2%로 줄어 2대 주주가 된다.
다만 최종 인수 전까지 남은 절차가 있다. 양측은 한화그룹보다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는 기업에 참여 기회를 제공하고 경쟁 입찰을 통해 최종 인수자를 선정하는, 이른바 ‘스토킹호스’ 인수합병(M&A) 방식을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산은은 27일 입찰 공고를 내고 다음 달 17일까지 입찰 의향서를 받은 뒤 최대 6주간의 실사 작업과 경쟁 입찰을 거쳐 최종 인수자를 정한다.
강 회장은 “대우조선의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과 방산 부문에는 국가 혁신 기술이 많이 포함돼 해외가 주체가 된 인수자에겐 입찰 자격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한화그룹보다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할 투자자가 사실상 없다는 게 업계 안팎의 판단이다.
○ ‘헐값 논란’ 있지만 매각 가능성 높아
유상증자로 수혈된 2조 원은 대우조선의 재무구조 개선과 설비투자 등에 쓰인다. 또 산은과 한국수출입은행은 대우조선 경영 정상화를 위해 한화 인수 이후에도 다른 채권단의 협조를 구해 대출 등 기존 금융지원 방안을 5년간 연장할 계획이다. 수은은 영구채 조건을 변경해 대우조선의 이자 부담도 낮춰주기로 했다.
하지만 산은과 수출입은행이 대우조선 정상화를 위해 2015년 이후 지금까지 공적자금 7조1000억 원을 투입했다는 점에서 회수 자금이 턱없이 적은 ‘헐값 매각’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이날 강 회장은 “2015년 부실화 이후 7년 가까이 대우조선이 산은의 품에 있으면서 기업가치가 속절없이 하락했고 지난해 1조7000억 원, 올해 상반기 6000억 원의 손실을 냈다”며 “이번 방안이 국민의 손실을 최소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산은은 한화그룹이 대우조선을 인수하면 현재 2만 원대인 주가가 상승해 투입 자금을 회수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도 강조했다.
대우조선은 2008년과 2019년에도 각각 한화그룹과 현대중공업에 매각 절차를 밟았지만 모두 무산된 전력이 있다. 특히 현대중공업의 인수는 올 1월 유럽연합(EU)이 기업결합 심사를 통해 합병을 불허하면서 불발됐다. 강 회장은 “기업결합 심사가 10여 개국에서 있을 것”이라며 “이번 사례는 동일한 조선업종을 영위하는 기업 간 거래가 아니라서 기업결합 이슈가 상대적으로 적을 것”이라고 했다.
한화그룹이 대우조선을 인수하면 국내 조선산업은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의 ‘3강 구도’가 더 공고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는 대우조선이 21년 만에 주인을 찾게 된 것에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 조선업 불황이 닥쳤을 때는 빅3의 출혈 경쟁이 있었지만 지금과 같은 초호황 국면에서는 3강 체제가 더 유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동안 대우조선이 세계 최고의 기술력에도 주인 없는 회사라는 점 때문에 선사들과의 가격 협상에서 제대로 목소리를 낼 수 없었던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김도형 기자, 박현익 기자, 이건혁 기자, 김자현 기자
‘방산 강자’ 한화, 함정-잠수함까지 육해공 완전체 구축 나서
[대우조선, 한화에 매각]
대우조선, 대형 특수선 대표기업… 한화엔 조선업 넘어 방산 새 동력
‘한국형 록히드마틴’ 구상 탄력… 노조 설득-자금 마련 등 산넘어 산
한화그룹이 14년 만에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재도전한 것은 방위산업과 에너지 사업에서의 시너지가 클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2008년 첫 도전 당시 경영진 회의에서 “대우조선 인수를 반대하는 임원이 있다면 회사를 떠나라”고 할 만큼 강한 의지를 드러냈었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한화는 해양부문 방산의 강자인 대우조선 인수로 ‘육해공 통합 방산 시스템’을 갖출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화는 국내 대표 방산 기업이면서도 육군, 공군에 비해 해군 분야가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우조선은 현대중공업과 함께 국내 대형 특수선 시장을 양분하는 대표 기업이다. 배수량 3000t급 이상 대형선은 두 기업이 번갈아 가면서 수주하고 있다. 한화그룹 측은 “이번 인수로 한화가 조선업에 진출하는 것을 넘어 그룹 주력인 방산에서 새 성장동력을 확보할 계획”이라며 “전 세계 지정학적인 위기로 한국 무기체계에 대한 주요국의 관심이 커지는 상황에서 방산 기술 역량과 글로벌 수출 네트워크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한화그룹은 올해 방산 역량을 한데 모으기 위한 경영 효율화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기업 규모를 키우고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해 ‘한국형 록히드마틴’이 되겠다는 구상이다. 록히드마틴은 F-16, F-35 전투기 등 항공 기술이 주력이지만 패트리엇 미사일, 이지스레이더 등까지 함께 개발하는 세계 1위 종합 방산기업이다. 한화는 7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한화디펜스와 ㈜한화에서 방산부문을 흡수 합병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각 계열사가 가진 육해공 및 우주 기술을 모아 시너지를 내고, 해외 판로까지 적극 개척하겠다고 한화는 설명했다.
대우조선의 해양·특수선 부문 매출은 2019년 2조6377억 원이었으나 2020년 1조8739억 원, 지난해 7397억 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중동, 유럽, 아시아에서의 고객 네트워크를 공유하면 한화 무기체계는 물론이고 대우조선의 방산 수출도 다시 회복될 것”이라고 했다.
에너지 사업 시너지도 한화가 기대하는 부분이다. 한화그룹은 현재 미국에서 액화천연가스(LNG)를 수입해 복합화력발전소인 통영에코파워에 공급하고 있다. 대우조선은 ‘바다 위 LNG 생산기지’로 불리는 부유식 LNG 생산·저장·하역 설비(FLNG)와 초대형 LNG 운반선 건조 능력을 갖고 있다. 따라서 두 기업 간 결합은 LNG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한층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이 26일 서울 영등포구 산업은행에서 대우조선해양의 전략적 투자유치 절차 개시와 관련해 설명하고 있다. 전영한기자
한화로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한화는 2008년 당시 대우조선 인수를 위해 3150억 원의 이행보증금까지 냈다가 인수자금 조달 문제와 대우조선 노조 반대가 겹쳐 결렬된 전력이 있다. 한화그룹 측은 “단순 이익 창출을 넘어 지역사회와 상생하고 노조와 적극적인 대화를 통해 협력적인 관계를 구축하겠다”고 했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종 매각까지 생각보다 긴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박현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