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출판 신간안내
플랜던 농업학교의 돼지
생명을 소중하게 생각한 미야자와 겐지
미야자와 겐지 지음 · 이우연 그림 · 차주연 옮김
176쪽 · 값 11,000원 · 2016년 12월 5일 발행
책소개
일본 근대문학의 국민작가로 불리는 미야자와 겐지는 환상적인 아름다움의 세계와 자연과의 공생, 생명의 소중함 등 다양한 주제로 작품을 썼다. 이 책은 그의 다양한 작품 중에서도 특히 ‘생명’에 대한 저자의 생각이 잘 나타난 작품을 선정하여 엮었다. 수록 작품은 모두 네 편. <나메토코 산의 곰> <쏙독새별> <플랜던 농업학교의 돼지> <베지테리언 대축제>이다. 각 작품마다 이우연 작가의 아름다운 그림이 더해져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을 더욱더 겐지 특유의 독창적 세계로 빠져들게 할 것이다.
인간과 자연의 조화로운 공생
1896년 헌옷가게와 전당포를 운영하던 집안의 장남으로 태어나 일찍부터 문학에 재능을 보인 겐지는 서른일곱이라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비록 짧은 생애였지만 겐지는 동화집 《주문이 많은 요리점》과 시집 《봄과 수라》를 비롯해 <은하철도의 밤> <구스코 부도리의 전기> <첼로 켜는 고슈> 등 100여 편이 넘는 작품을 썼으며 지금도 세대를 초월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또한 겐지는 농업에 큰 관심이 있어 많은 연구 논문도 발표했다.
겐지의 작품에는 인간에 대한 연민의 마음이 스며있다. 이러한 정서를 배경으로 겐지는 이상세계를 동경하거나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공생, 죽음, 생명에 대한 성찰 등 다양한 주제의 작품을 썼다. 환상적이며 종교적인 철학으로 녹여낸 그의 작품은 조금 어려운 면도 없지 않지만 겐지의 동화적 상상력은 놀랍다. 거기에 해박한 지식과 무엇보다 인간을 향한 따뜻한 시선은 그의 작품을 읽는 독자들을 사로잡는 요소로 작용한다. 겐지의 작품을 읽으면 읽을수록 그가 왜 지금까지 세대를 초월해 사랑받고 있는지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나메토코 산의 곰>의 사냥꾼 코주로는 나메토코 산에서 잡은 곰의 가죽과 쓸개를 팔아 일가족의 생계를 꾸려나간다. 그러나 코주로는 곰 사냥꾼이지만 단순히 곰이 밉다거나 사냥이 좋아서 곰을 함부로 죽이지 않는다. 언제나 곰에게 미안한 마음이고 곰 역시 그 마음을 알기에 코주로를 원망하지 않는다. 오히려 코주로와 마주쳤을 때 곰은 자신의 사정을 얘기하고 3년 뒤에 코주로의 집 앞에서 죽겠다고 약속하기도 한다. 코주로 역시 곰에게 죽임을 당하지만 곰을 원망하지 않는다. 이렇듯 곰과 코주로는 서로의 생명을 소중히 생각하며 상생하는 마음을 간직하고 있다.
<쏙독새별>은 못생긴 외모로 주위의 새들한테 눈총을 받아온 쏙독새 이야기다. 그러나 쏙독새는 자신의 외모를 놀리거나 괴롭히는 다른 새들에게 복수한다거나 폭력으로 대항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이 매일밤 잡아먹는 곤충들에게 너무나 미안한 마음을 갖고 하늘로 올라가 별이 되기로 한다.
<플랜던 농업학교의 돼지>에서 인간의 말을 알아듣는 똑똑한 돼지는 죽음으로 자기를 키워준 은혜를 갚으라는 인간들의 요구를 받아들여야 하는 운명에 처한다. ‘생명’을 잃게 된다는 두려움 때문에 하루하루 지옥 같은 날을 보내지만 인간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어떻게든 살찌워서 잡아먹을 궁리만 한다.
<베지테리언 대축제>는 겐지의 생명 존중 사상을 좀 더 확실하게 드러내는 작품이다. 겐지는 이 작품에서 채식주의자보다는 채식신자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그의 생명 존중 사상은 철저하다. 이 작품은 채식주의자와 반(反)채식주의자가 서로 각자 주장을 이성적이며 논리적으로 논쟁을 벌이는 이야기다. 각자 개성 있는 인물들이 나와 열변을 토하는 장면이 자못 흥미롭다.
이 책에 실린 네 편의 동화를 관통하는 겐지의 생명존중 사상은 오늘날 우리에게 많은 문제의식을 갖게 해준다. 특히나 현대의 공장식 대량축산은 물론이고 인간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폭력사태를 생각할 때 더욱 그렇다. 아무쪼록 이 책을 읽는 독자 여러분도 생명이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지은이 미야자와 겐지(1896~1933)
일본의 국민작가로 불리는 미야자와 겐지는 1896년 헌옷가게와 전당포를 운영하는 집안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중학교 시절부터 일본의 전통시인 단가(短歌)를 짓기 시작했으며, 모리오카고등농림학교 농학과에 입학한 뒤부터 활발하게 창작활동을 시작했다. 겐지는 이때부터 많은 동화와 시를 썼으며, 농업에 관한 연구논문도 활발하게 발표했다. 고향인 이와테 현에서 농업학교 교사로 일하면서도 시, 동화 등을 집필하며 작품 활동을 쉬지 않았다. 그러나 겐지는 서른일곱 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비록 짧은 생애였 지만 겐지는 동화집 『주문이 많은 요리점』과 시집 『봄과 수라』를 비롯해 <은하철도의 밤> <첼로 켜는 고슈> <구스코 부도리의 전기> 등 100여 편이 넘는 작품을 썼으며 지금도 세대를 초월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그린이 이우연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조형예술을 공부했다. 그림책으로 『빌린책을 돌려주러 갑니다』가 있다.
옮긴이 차주연
전남대 일본문학 박사과정을 수료했으며 일본 와 세다대학과 오사카대학에서 교환학생으로 공부했다. 현재 일한 및 한일 번역가로 활동중이다.
차례
나메토코 산의 곰 09
쏙독새별 33
플랜던 농업학교의 돼지 49
베지테리언 대축제 85
옮긴이말 164
본문에서
“곰아 나는 네가 미워서 죽인 것이 아니란다. 나도 먹고 살려면 너를 쏴야 해. 죄가 되지 않는 다른 일을 하면 좋겠지만 밭은 없고 나무는 높으신 분들이 차지하고 마을로 나가봐도 아무도 상대해 주질 않으니…… 할 수 없이 사냥을 하고 있단다. 너도 곰으로 태어난 게 업보라면 나도 사냥꾼인 것이 업보다. 곰아, 다음 생에는 곰으로 태어나지 마라.”
<나메토코 산의 곰>
“아아, 장수풍뎅이야. 매일 밤 많은 벌레들이 나 때문에 죽고 있다. 그리고 이번엔 하나뿐인 내가 이번에는 매 때문에 죽을 거야. 그것이 이렇게 괴롭구나! 아아, 슬프구나, 슬퍼. 나는 이제 더 이상 벌레를 먹지 않고 굶어 죽을 테다. 아니, 그 전에 매가 날 죽일 테지. 아니, 그 전에 나는 머나먼 하늘 저편으로 날아갈 테다.”<쏙독새별>
“아주 작은 부탁이야. 여기에 이런 종이가 있네. ‘사망승낙서. 저는 오랫동안 베풀어주신 은혜에 보답하고자 여기에 적혀 있는 대로 학교가 원하는 날 언제라도 사망하고자 합니다. XXXX년 XX월 XX일 플랜던 축사 내 요크셔. 플랜던 농업학교장 귀하.’ 요정도의 부탁이네.” 교장은 말을 시작하더니 일사천리로 쏟아냈다.<플랜던 농업학교의 돼지>
“여러분, 우리는 안팎으로 수많은 박해를 견디며 오늘날까지 베지테리언 동정파의 신념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이것은 아직 사회적으로 힘이 없는 개인의 신념일 뿐이다. 하지만 오늘 우리는 베지테리언 동정파의 단단한 결속을 보았고, 다이아몬드처럼 빛나는 베지테리언 대축제를 이렇게 맑고 깨끗한 뉴펀들랜드의 9월 하늘 아래에서 치르고 있다”
<베지테리언 대축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