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리앗과 맞선 다윗을 우리는 ‘믿음의 용사’라고 말한다.
거대한 골리앗 앞에서도 그는 두려움이 전혀 없는 사람처럼 보인다. 어쩌면 이렇게 겁도 없이 담대하고 당당한지, 어릴 적부터 다윗의 모습을 볼 때면 언제나 부럽고 가슴이 뛰었다.
그런데 목회하며 오늘에 이르는 동안, 언젠가부터는 이 말씀을 볼 때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다윗이라고 왜 겁이 안 났겠는가. 어떻게 자신만만하기만 했겠는가.
용기를 말할 때 흔히들 두려움이 전혀 없는 상태를 떠올린다. 겁 없이 전진하고, 흔들림 없이 나아가는 모습을 용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성경이 보여주는 용기는 그러한 모습과는 다르다.
용기란 결코 두려움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어려운 현실과 두려움 속에서도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여 그 두려운 일을 해내는 것이다. 겁이 없어서, 형편이 넉넉해서, 상황이 만족스러워서 순종하고 헌신하는 것이 아니다.
미국의 프랭클린 D. 루스벨트 대통령도 “용기는 두려움이 없는 것이 아니라 두려움보다 다른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참된 용기는 두려움이 사라진 상태가 아니라, 두려움보다 더 가치 있고 중요한 것을 선택하고 그 가치를 따라 행하는 것이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의 대표적인 전투기 조종사가 바로 에디 리켄배커로 알려진 에드워드 버논 리켄배커다. 공식 기록상 적기 26대를 격추해 미 육군 항공대의 전설적인 인물이 된 그는 1942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남태평양 전선에서 임무 수행 중 항법 오류와 연료 부족으로 바다에 불시착했다. 이후 동료들과 구명뗏목에서 24일간 표류하다 극적으로 구조되어 ‘기적의 생존자’로 불리며 다시 한번 미국인의 영웅이 되었다.
“용기란 자신이 두려워하는 것을 하는 것이다.
즉, 두려움이 없으면 용기도 없다.”
그가 남긴 말처럼, 용기는 두려움을 전혀 느끼지 않는 상태가 아니라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그 일을 해내는 것이다. 만약 두려움이 없다면 용기라는 개념도 없다는 것이다.
영어에서 ‘용기’를 뜻하는 말에는 ‘커리지’(Courage)와 ‘브레이버리’(Bravery)가 있다. 두 단어의 주된 차이는 공포를 인식하는 방식에 있다.
브레이버리가 행동에 따르는 위험이나 불이익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거나 인식하더라도 크게 의식하지 않는 상태, 쉽게 말해 ‘두려움이 없는 담대함’이라면, 커리지는 위험과 불이익을 분명히 인식하면서도 그것을 감수하고 옳다고 믿는 바를 선택하는, ‘두려움을 무릅쓰는 결단’을 뜻한다. 우리가 신앙 안에서 지녀야 할 믿음의 덕목은 바로 커리지다.
다윗은 군인도 아니고 전쟁에 참여할 의무도 없는 소년이었다. 단지 아버지의 심부름으로, 이미 전쟁터에 있는 형들에게 먹을 것을 전달하러 갔을 뿐이다. 그런데 그곳에서 하나님의 이름을 모욕하고 하나님의 군대를 조롱하는 골리앗을 마주했다.
이 일이 하루 이틀이 아니라 무려 40일 동안 계속되었지만, 하나님을 믿는다는 백성들과 군대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감히 골리앗에게 도전하지 못하고 있었다. 비록 자신의 의무도 아니고, 전투 경험은커녕 군사훈련을 받아본 적도 없지만, 다윗은 맞서 싸우는 길을 외면하지 않았다.
주의 종이 사자와 곰도 쳤은즉 살아계시는 하나님의 군대를 모욕한 이 할례 받지 않은 블레셋 사람이리이까 그가 그 짐승의 하나와 같이 되리이다 - 삼상 17:36
그가 분명히 말했듯, 살아계신 하나님을 모욕하는 일을 도저히 묵과할 수 없어서 시퍼렇게 살아계신 하나님께서 지금도 역사하신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나아간 것이지, 그가 두려움이 없는 특별한 체질이었던 게 아니다.
신앙의 길은 결코 편안한 길이 아니며 믿음의 사람이라고 두려움이 없는 것이 아니다. 순종의 자리에는 언제나 떨림이 있고, 결단의 순간에는 두려움이 동반된다. 그러나 참된 용기는 두려움이 사라질 때까지 기다리는 대신, 두려움보다 크신 하나님을 바라보며 그분의 말씀을 따라 한 걸음을 내딛는다. 믿음에는 반드시 용기가 필요하다. 두렵고 떨려도 누군가는 가야 하기에 그 길을 걷는 사람들이 바로 성도다.
믿음으로 용감하게 결단하고 헌신하는 사람들을 보고 ‘저 사람은 나와 DNA가 다르다. 영성이 다르고, 태생부터 다르다’라고 생각하지 말라. 그들 역시 우리처럼 힘들고, 어렵고, 두려움을 느끼지만, 그 길이 하나님께서 기뻐하고 원하시는 길임을 확신했기에 한 걸음씩 걸어간 것이다.
바로 그들의 이야기가 하나님의 역사이며, 교회 부흥의 이야기이고, 믿음의 선진들이 남긴 아름다운 희생과 간증이다.
“이 골리앗과 맞서 싸울 용기가 나에게 있는가?”라고 자신에게 질문해보라. 오늘날은 믿음을 지키기 위해 큰 용기가 요구되는 시대다. 이 좁은 길을 선택하면 비난받고 조롱당한다. 그러나 두렵고 떨리는 마음을 안고서도 그 길을 선택하는 것이 진정한 용기라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 용기는 두려움이 없는 게 아니라 두려운 일을 하는 것이다, 안호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