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상공의 기압 변화로 발생하는 공기의 움직임이다.
바람을 과학적으로 표시하려면 두 성분이 필요하다.
바로 어느 방향이냐는 것(풍향)과 얼마나 세냐는 것(풍속)이 그것이다.
바람길은 시시각각 변하는 풍향과 풍속에 대해 1개월, 1계절 또는 1년과 같은 장기간 동안의 변화를 평균해서 얻어진다.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서울의 연평균 풍속은 1초에 2.3m이며 최다 풍향은 서풍이다.
서울의 보편적인 바람길은 서풍계열인 셈이다.
서울의 바림길은 우후죽순 들어선 빌딩으로 곳곳이 막혀있다.
아파트나 업무용 빌딩과 같이 무질서하게 배치된 고층건물들에 의해 풍향이 바뀌거나 풍속이 느려진다.
여름 한낮에 아스팔트로 데워진 열기가 밤까지도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갇히게 되는 것이다.
대기가 정체됨으로써 바람이 대기오염물질을 확산시키지 못해 서울의 대기오염이 쉽게 치유되지 못하고 있다.
바람길을 활용한 도시계획의 성공사례로 독일 슈투트가르트시를 꼽는다.
슈투트가르트는 북동쪽을 제외하고 3면이 높은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형 도시다.
그래서 평균 풍속이 초당 0.8-3.1m로 다른 지역에 비해 바람흐름이 느리다.
이 도시는 제2차 세계대전 이전만 하더라도 독일에서 번창하던 공업도시로 경제적 번영을 누렸다.
하지만 공장 굴뚝에서 배출되는 대기오염으로 시민의 건강이 위협받자 대기환경이 사회적 문제로 등장했다.
대기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슈투트가르트시는 종전이후 파괴된 도시를 재건하면서 바람길을 도시계획에 반영해오고 있다.
특히 도시 외곽 산지에서 발생해 도심으로 불어오는 찬공기 흐름을 자연스럽게 도심 반대방향으로 불어갈 수 있게 바람길을 열어놓고 있다.
청정지역으로부터 막힘없이 불어오는 찬공기는 과밀 개발지역인 도심을 시원하게 할 뿐 아니라 대기환경이 악화된 지역의 공기를 청정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