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생산되는 육류의 40%를 차지하는 돼지고기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친숙하게 여기는 육류라고 할 수 있다. 가격이 비교적 저렴하면서 우리 입맛에도 잘 맞아 다양한 요리로 즐기기에 손색이 없다. 최근 웰빙 붐의 영향으로 육류를 줄이고 채소류 등을 선호하는 추세지만, 돼지고기는 풍부한 영양과 효능이 재평가되면서 여전히 사랑을 받고 있다.
동의보감에서는 돼지고기가 찬 성질을 가지고 있으며, 열을 내리고 소화를 촉진시킨다고 소개하고 있다. 또한 관절과 신장의 기능을 이롭게 하고 음기를 보충하며, 기침과 변비를 해소하는 데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영양학적 측면에서 살펴보면, 필수아미노산과 지방산이 풍부하고 비타민 B1과 B2(에너지 생산 보조), A(골격성장), E(항산화, 노화방지) 등이 함유되어 있다. 특히 동물성 식품에 많이 함유되는 비타민 B1의 경우, 어느 육류보다도 많이(소고기의 10배 이상) 함유되어 있다. 반면 지방이나 콜레스테롤, 아미노산의 양에 있어서는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싼 소고기와 별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허한 몸에 힘 불어넣는 돼지고기 일부 마라토너들은 곡물과 채소 위주의 탄수화물식이 이롭고, 육류는 식이요법을 할 때나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마라톤과 같이 체력 소모가 많은 운동을 즐기는 사람일수록 단백질의 보고인 육류를 충분히 섭취할 필요가 있다. 또한 육류를 통해 지방을 적당히 보충해야 장기를 보호(지방이 완충제 역할을 한다)하고 체온을 유지할 수 있다.
돼지고기의 효능은 부위와 조리법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먼저 살코기를 구워먹으면 피로회복과 오염물질 해독에 효과가 있다. 살코기를 고아서 먹으면 허약하고 기침이 나는 증상이 호전되며, 산모가 젖이 나오지 않을 때 족발을 먹으면 젖이 풍성해진다. 탕이나 볶음 등으로 다양하게 조리해 먹는 내장 역시 영양의 보고다. 돼지의 위는 소화불량에 좋고, 염통은 심장병과 간질에 좋으며, 간은 악성 빈혈에 효과가 있고, 콩팥은 피를 맑게 한다. 당뇨병 환자들에게 투여하는 인슐린도 돼지 내장에서 추출된다. 이처럼 다양한 영양소가 함유되어 있으니 성인병이나 비만을 우려하여 고기를 기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다.
구워먹기보다는 삶아먹어라 돼지고기를 섭취하는 방법으로는 얇게 썰어서 구워먹는 것이 보편적이다. 그러나 보다 권장할 만한 것은 삶아먹는 조리법이다. 돼지고기나 쇠고기를 150℃ 이상의 온도에서 조리하면 발암물질이나 돌연변이 유발성 물질이 생길 수 있다. 반면 삶아서 조리하면 포화지방산을 빼주고 발암물질이 생길 염려가 없다. 즉, 구이나 튀김보다는 수육과 같은 요리가 안정성이나 영양학적 측면에서 더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다양한 야채를 곁들여 먹으면 영양의 균형과 보완이 더 좋아진다.
[좋은 돼지고기 고르기] 좋은 돼지고기는 밝은 선홍을 띠고 지방은 하얗거나 연한 노란 색이어야 한다. 만약 살코기의 색이 너무 옅으면 육질이 푸석푸석하며, 너무 짙은 암적색일 경우 늙은 돼지이거나 보관을 오래 했을 가능성이 많다. 또한 많은 소비자들이 육질이 연하다는 이유로 암퇘지를 선호하는데, 국내산 돼지고기는 절반 이상이 수퇘지이며, 사육 과정에서 거세를 하기 때문에 암퇘지와 육질 차이가 거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