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나연(27·SK텔레콤)의 발목을 잡은 건 스테이시 루이스(29·미국)마저 따돌린 신예 제시카 코르다(21·미국·사진)였다. 180cm 장신 코르다는 루이스 등 쟁쟁한 선배들과의 플레이오프에서 승리를 거두며 미국프로여자골프(LPGA) 첫 우승을 거머쥐더니 두 번째 정상 등극에서도 짜릿한 역전 드라마를 썼다.
코르다는 27일(한국시간) 바하마의 파라다이스 아일랜드 오션클럽 골프장(파73·6644야드)에서 끝난 퓨어실크 바하마 LPGA 클래식 4라운드에서 버디 8개, 보기 1개로 7타를 줄여 최종합계 19언더파로 우승을 차지했다.
이로써 코르다는 2012년 ISPS 한다 호주 오픈 이후 2년 만에 LPGA 투어 2승째를 신고했다.
지난해 무승 부진을 털고 우승을 노렸던 최나연(27·SK텔레콤)은 버디 3개, 보기 2개로 1타를 줄이는데 그쳐 16언더파 공동 3위에 만족해야 했다.
1타 차 단독선두로 출발했던 최나연은 10번 홀(파4) 버디를 낚을 때만 해도 분위기가 괜찮았다. 6m 거리의 버디 퍼트를 홀컵에 떨어뜨린 최나연은 17언더파로 루이스와 함께 공동선두에 오르며 우승을 넘봤다.
그러나 13번 홀(파4) 상황이 못내 아쉬웠다. 프린지에서 웨지로 칩샷을 시도했다.
하지만 칩샷인지 퍼트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 애매한 샷이 나왔다.
핀에서 10야드 밖에 남지 않았지만 세 번째 샷이 너무 짧았던 탓에 까다로운 3.5m 거리의 파 퍼트를 남겨두게 됐다.
결국 최나연은 어려운 파 퍼트에 실패하면서 40홀 연속 노보기 행진이 마감됐다.
이 보기로 2위로 내려앉은 최나연은 루이스가 14번 홀(파4)에서 1m 버디를 낚아 선두와 2타 차로 벌어졌다.
루이스는 이날 마치 3라운드에서의 최나연을 보는 듯 정교한 아이언 샷으로 타수를 줄여나갔다.
후반 들어 리더보드를 살짝 엿봤던 최나연으로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최나연은 14번 홀(파4) 버디로 다시 추격에 나섰으나 그 것으로 끝이었다.
어려운 16번 홀(파4)에서 티샷이 왼쪽으로 휘는 바람에 2온에 실패했고, 결국 이날 두 번째 보기를 범했다.
사실상 우승이 물 건너가는 순간이었다.
운명의 18번 홀(파5)에서 코르다와 루이스가 우승 경쟁을 벌였다.
18언더파 공동선두였던 둘은 2온을 시도했다. 둘의 세컨드 샷은 그린을 넘어 관중석 펜스 쪽으로 굴러갔다.
하지만 코르다의 세 번째 샷이 더 좋았다.
루이스가 먼저 3.5m의 버디 퍼트를 실패했다.
다음 조에서 플레이를 한 코르다는 퍼터로 굴려 홀 2m 거리에 붙였다.
이번 대회에서 단 한 차례도 3퍼트를 기록하지 않을 정도로 절정의 퍼트 감각을 뽐냈던 코르다는 우승 퍼트를 넣고 난 뒤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며 기쁨을 만끽했다.
테니스 선수 출신인 부모의 영향으로 길쭉한 다리와 팔을 가지고 태어난 코르다는 LPGA에서 '거인 시대'를 예고했다.
반면 최나연은 18번 홀에서 1.5m 버디 퍼트마저 넣지 못해 단독 3위를 차지할 수 있는 기회도 놓쳤다.
리디아 고(17·캘러웨이)는 5타를 줄여 합계 15언더파 공동 7위로 경기를 마쳤다.
LPGA 정식 멤버로 첫 데뷔전을 치렀던 리디아 고는 출발부터 톱10에 진입하는 등 수퍼루키의 진면목을 뽐냈다.
최운정(24·볼빅)은 최종 라운드에서 2타를 줄여 12언더파 공동 13위에 자리했다.
박희영(27·하나금융그룹)은 버디 6개, 보기 2개를 묶어 10언더파 공동 18위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