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필름
서문곤
달빛 아래 펼쳐진 화면
그 속에 나는 웃고 있었는데
그 웃음이 너를 향한 것이었는지,
바람을 향한 것인지 이젠 알 수 없다.
기억은 유리창 같아서
겉은 맑지만 안쪽엔 손자국이 남아 있어
그 손자국이 너의 것이라 믿었지만
어쩌면 착각이었을지도 모른다.
어느 날 너와 내가
같은 곳을 같은 계절에 걸었지만
너는 봄의 꽃밭이었고
나는 가을 억새가 있는 산이었다.
오래된 필름이 그러하듯
기억은 종종
낡아서 끊어지고 흐릿해서 착각하기도 한다.
그날의 대화, 그 눈빛, 그 웃음까지도.
첫댓글 좋은 기억이 필림처럼 남아 있나 봅니다
인쇠를 해 두세요 오래가게
기억이 너무 믾아 한겹, 한겹 벗겨가면서
사진을 보면서, 영화처럼 장면을 그려보면서
아쉬움과 기쁨을 다시 찾아보고 있지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