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며느리가 작년부터 칠순 여행준비를 했어도 별로 실감이 나지 않았죠.
그런데 올해들어 동갑내기 친구들의 칠순가족모임 소식이 들려옵니다.
그렇구나...
나 이제 칠십이구나...
15년 가까이 치매로 누워만 계시던 시어머님은 작년겨울 돌아가셨습니다.
친정 아버지도 재활병원에 일년 가까이 계십니다.
칠십은 어떤 나이일까...
재작년 얼떨결에 등단하고 수필잡지에 가끔 글 보냅니다.
작년에 실린 글입니다.
(이글에 나오는 프랑스 할머니 기억하실 분도 있을겁니다.
모놀 남프랑스 여행서 봤던 할머니 입니다)
멋지게 아름답게 그러므로 근사하게
생일 다음 날, ‘경로우대 교통카드’를 신청하라는 문자가 왔다. 공식적인 할머니 세대로 분류되는가 싶어 씁쓸했다. 몇 년 전 돋보기 맞출 때 기억이 이랬다. 얼마 전 읽은 ‘대중교통 적자가 경로우대 때문’이라는 기사도 당혹스럽긴 마찬가지였다. 나도 어쩌지 못하는 늙음을 두고, 왈가왈부하는 시대가 낯설었다.
요즘 들어 ‘나이 듦은 어쩔 수 없으니, 이왕 늙는 거 멋지게 늙어야지.’ 하는 생각을 자주 한다. 나에게 어울리는 나이 듦을 찾아보다가 평소 멋지다고 느꼈던 할머니들 모습을 그려보았다. 그러다 여행지에서 만난 할머니 두 분이 떠올랐다.
남프랑스 작은 소도시에서 점심을 먹고 관광버스가 오기를 기다리던 중이었다. 옆에 있던 친구가 “잠깐만, 저기 저 할머니 좀 봐. 참 예쁘다.” 하며 속삭였다. 친구가 가리킨 곳에 할머니 한 분이 서 있었다. 흰 바탕에 파란 스트라이프 원피스를 입고 어깨에는 빨간색 니트 상의를 두른 칠십 대 후반쯤의 할머니였다. 하얀 머리를 귀 뒤로 가지런히 넘겼고 까만 선글라스를 낀 얼굴은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보였다. 뾰족구두를 신은 발을 가지런히 모으고 그렇게 한참을 서 있다가 사람들이 걸어오는 쪽을 향해 할머니가 손을 흔들었다. 얼마 안 있어 회색빛 정장을 한 노신사와 다정히 손잡고 어딘가로 걸어갔다. 할머니 입가에 미소가 번졌던 그날 일은 지금도 뚜렷하게 기억난다. 기다리던 사람을 보고 입꼬리를 올리며 살푸시 웃던 모습, 날씬한 허리가 돋보이던 원피스, 자연스럽게 팔에 걸친 핸드백이 특히나 인상적이었다. 새것도 값나가 보이는 것도 아니었지만 그런 것이 뭐 중요한가? 내게는 그 할머니의 수수한 모습이 프랑스 여행하며 본 한껏 멋 부린 젊은이들의 모습보다 더 빛나는 명품으로 남았다.
또 한 분은 늦가을 금강 둑길에서 만났던 할머니다. 흔들리는 갈대들 사이로 벤치와 원두막, 그리고 각종 조형물들로 지방 명소임을 짐작케 했다. 왁자하게 떠드는 소리가 시끄러워 일행들과 떨어져 둑길로 올라갔다. 이곳저곳을 둘러봐도 마땅히 앉을만한 곳이 없었다. 나는 한 방향으로 계속 걸어갔다. 멀지 않은 곳에 비스듬히 세워진 자전거 옆으로 할머니 한 분이 비료포대를 깔고 앉아 먼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그 옆으로 가 허락도 없이 털썩 주저앉았다.
“어디서 왔어요?” 할머니는 나지막이 내게 말을 건넸다. “서울에서요. 그런데 할머니는 왜 혼자 계세요?” 할머니는 이곳 주민이라며 비닐하우스에서 일하다 노을을 보려고 둑 위로 올라와 있는 거라고 했다. 잿빛 몸뻬 여기저기에 흙이 묻어있었다.
“서울서 뭘 보려 여기까지 오셨나? 다들 저기서 노는데 혼자 무얼 보려 둑에는 올라왔고?” 하며 할머니가 나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나는 생각나는 대로 “뭐가 보이는지 궁금해서요.”라고 대답했다.
해는 점점 강으로 내려앉으며 하늘을 조금씩 붉게 물들였다. 할머니는 몇 년 전 떠난 할아버지와 도시에 사는 아들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아들과 함께 도시에 잠시 살았지만, 답답해서 다시 이곳으로 돌아왔다고. 할머니 목소리엔 그분만의 편안한 일상이 그려졌다. 무엇보다 금강으로 지는 붉은 노을이 그리웠다고 말하는데, 나는 할머니의 모든 낭만이 그곳에 담겨 있다고 느꼈다.
우리는 갈대밭 너머로 금강에 닿으려는 해를 보다가 하던 말을 멈추었다. 그리고 오랫동안 그것을 지켜보았다. 해가 떨어지고 나서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할머니도 느리게 움직였다. “집에 가려고? 저녁은 먹었고? 우리 집 가서 밥 먹고 가. 하루 자고 가도 되고. 나 혼자 살거든.” 할머니 목소리에 이번에는 외로움이 묻어났다. “일행이 기다리고 있어 가봐야 해요. 건강하세요.”
할머니와 헤어져 주차장으로 가는 길은 어둠이 내려앉았다. 더듬더듬 걸음을 옮기며, 언제쯤 같은 자리에서 할머니를 다시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버스를 타고 집으로 오는 길, 금강 할머니의 낭만이 계속해서 나를 따라왔다. 내가 생각하는 할머니의 삶은 편리보다는 낭만이 있는 외로움 쪽에 있었다.
멋지게 산다는 건 자기답게 사는 것일 테다. 누구를 흉내 내거나 남 눈치 보지 않고 내 할 일 하며 사는 것. 나는 두 할머니를 떠올리며 나이 드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했다.
대중 경로우대증이 뭐라고 주저했는지. 정부가 노인에게 주는 편리일 뿐 더 다른 건 없을 텐데. 거기에 잠깐이나마 얽매여 나이 듦을 계산한 나는 평소의 내가 아니었다. 나는 여전히 아름다운 걸 보면 가슴 떨리고 좋은 음악을 들으면 어깨가 들썩인다. 가끔 전시회장을 찾고 홀로 별을 찾아 여행을 떠난다. 깨어있는 동안 나의 나이는 배낭 안에 있다. 그 안에서 나는 시간이 움직이는 대로 멋지고 아름답게 뒹굴 것이다. 그렇게, 근사하게.
첫댓글 축하하네ㆍㆍㅎ
입은 닫고 지갑만 열어야 하는 세월ㆍ
감당하시겠소? ㅎㅎ
ㅎㅎ
지갑에 무엇이 있나 두리번 두리번
돈은 없구요
추억만 있어요.
그냥 물 흐르듯
바람지나가듯 살래요.
미리 걱정도 안하구요.
뭐 닥치면 또 길이 있겠죠.^^♡
살다보니 어느덧 칠십 .
전 육십중반 건강하게 하고 싶은것 내몸 에너지에 맞게 살아가는게 남은 생 같아요 ㅎㅎ
축하드려요
7호선에 승차 하신걸~~~~
동갑내기 김사랑 대산 생각나곤 해요.
이제 겨우 칠십인데...
UN에서는 80까지 청년이라고 한답니다....여러가지로 바쁘게 다니면 행복하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