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차가 떠난 정류장에서
서문곤
가로등 아래에 서서 빈 도로를 바라본다.
바람이 불어와
네가 남긴 향기를 흩뜨리고
어둠의 허공에 떠도는 작은 기억 조각들.
차가 올 때마다 돌아보면서
혹시나 하는 미음으로 문을 열리기 기다린다.
하지만, 내리는 사람 중에 너는 없고
낯선 발걸음 소리만 아스팔트 위에 메아리친다.
내 그림자와 같이 견디는 밤.
시간표에 적힌 약속들은 모두 어제로 가는데
내일로 가는 길목에 나는 혼자
숫자들이 흐려져 눈물인지 안개인지 알지 못한다.
휴대전화 화면의 시계가 자정을 넘어간다.
하루가 지워지고 새로운 하루가 열리는 경계선
걸어갈 수도 있겠지만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
이 자리에서 기다리는 것이 더 솔직한 마음 같아서.
첫댓글 누굴 그렇게 기다렸나요
기다림의 시간도
아픈 추억도
지나고 나면 다 아름답지요
괜시리ᆢ
센치해 집니다ㅎㅎ
술 한 잔 마시고 버스를 탓다가 깜빡 잠이 들어
종점까지 갔다가 막차를 타고 집으로 오면서
오래된 날의 생각을 해봤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