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 가르치려 드는 남편, 사사건건 간섭하는 엄마,
회사의 경영권을 강탈하려는 벤처 금융회사,
불륜을 저지른 남편의 리벤지 포르노 사건까지.
우울한 현실에 지친 이들에게 어느 날
특별한 초대장이 전해진다.
백만장자의 이탈리아 별장에 초대받다
출장요리사 클레어에게 오늘은 유독 힘겨운 날이다. 아침부터 생선장수와 대거리를 벌였다. 서빙 중 벤처 금융업자의 바지에 커피를 엎질러 고객을 잃었고, 차에 주차위반 딱지까지 붙었다. 빈둥거리는 남편 마틴과 얹혀사는 아들 부부를 먹여 살리는 쳇바퀴 같은 삶을 돌아보자 모든 게 지긋지긋하게 느껴지고 눈물이 차오른다.
벤처 금융회사에게 자기 브랜드를 통째로 빼앗기게 된 유명 사업가 앤절라. 앤절라는 벤처 금융업자에게 커피를 쏟아 복수해준 클레어에게 호감을 품는다. 마침 정체 모를 백만장자로부터 이탈리아에 있는 빌라의 가치를 평가해달라고 초대받은 앤절라는 클레어에게 함께 이탈리아로 휴가를 가자고 제안한다.
“갑자기 그렇게 기분이 좋아진 거야?” 마틴이 수상쩍다는 듯 물었다.
“3주 동안 이탈리아에 갈 거거든. 어쩌면 한 달이 될 수도 있고.”
“이탈리아에 아는 사람도 없으면서?” 마틴이 반박했다.
“없긴. ‘던 딜’에 나오는 내 친구 앤절라 윌리엄스랑 같이 갈 거야.”
빌라 레 시레누세 협동조합
클레어와 앤절라는 이탈리아 나폴리 근방 란짜렐라의 호화로운 빌라, ‘레 시레누세’로 향한다. 꽃과 나무로 가득하고 해변이 내려다보이는 절벽 위 빌라에서 각자의 조용한 휴가를 보내기를 기대했지만 이게 웬걸, 상상도 하지 못한 다른 손님들이 도착한다. 남편의 불륜 장면을 촬영해 폭로하고 떠나온 인테리어 디자이너 실비, 숫기라고는 없는 전직 사서 모니카가 그들이다. 어쩔 수 없이 공동생활을 하게 된 네 여성은 첫 만남에서부터 신경전을 벌이지만, 빌라를 성공적으로 호텔 체인에 판매한다는 공동의 목적을 되새기며 협동조합을 결성한다.
사랑도, 성격도, 출신과 직업까지도 모든 것이 다른 네 여성이 하나되어 공동의 목적을 이룰 수 있을까? 여름 휴가철이 오기까지 남은 봄철, 햇살이 내리쬐고 네 여성의 목소리로 왁자지껄한 빌라에서 휴가는 어떻게 지나갈까.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만남
네 사람은 휴가철이 되지 않아 한산한 나폴리를 활보하며 여유로운 시간을 즐긴다. 서로에 대한 이해가 조금씩 싹틀 무렵, 네 사람은 실비의 남편, 토니를 마주친다. 자기 딸만큼이나 어린 회사 인턴과 불륜을 벌이다가 실비에게 들켜 망신을 당한 토니는 회사에서도 쫓겨나 마침 이탈리아로 여행을 왔던 것이다. 며칠 뒤, 빌라로 찾아와 추억 속 선물을 전하며 용서를 구하는 토니를 차갑게 내친 실비는 협동조합원들 앞에서 울음을 참지 못한다.
실비는 용서를 구하는 자신의 연인에게 누구보다 가차없지만, 사실 그 가차없음은 자신에게로 향한다. 주름지고 살찐 자신의 모습. 남편의 부정을 떠올릴 때마다 되새겨지는 것은 분노가 아닌 볼품없는 스스로에 대한 실망이다.
그녀가 변색된 거울에 자기 얼굴을 비추어 보았다. “토니가 날 떠난 것도 당연해. 난 이제 늙어빠졌잖아. 꼭 이 방처럼, 멀리서 보면 괜찮지만 자세히 보면 스테이플러로 얼기설기 박아놓은 거나 다름없어.”
레몬 파이로 시작되는 사랑과 전쟁
한편 클레어는 레몬 파이를 만들 레몬을 구하러 레몬 농장에 방문한다. 그곳의 주인 루카에게 데이트 신청을 받은 클레어는 이탈리아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삶, 루카와 함께하는 삶을 꿈꾸게 된다. 클레어는 영국에 남겨두고 온 남편 마틴과 아들 부부의 존재에 대해서는 입을 다문 채, 푸른 눈을 가진 이탈리아 남자 루카와 데이트하는 데 푹 빠져든다. 영국에 있어야 할 클레어의 남편 마틴이 빌라 레 시레누세에 깜짝 방문하면서 상황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루카를 왜 흔들었어요? 항상 우울하던 루카가 당신이 온 뒤로 행복해했어요. 사랑에 빠진 줄 알았었는데, 왜 남편이 있다는 말을 하지 않았나요?”
“정말, 정말 미안해요.”
“잠깐만.” 마틴이 끼어들었다. “그건 중요한 게 아니에요. 클레어, 야단법석은 떨지 말자고.”
그 말에 비어트리스와 조반니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그를 쳐다보았다. 아내가 바람을 피웠는데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고 말하는 남자라니,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비어트리스, 에 오라 디 만자레. 식사 시간이에요.”
란짜렐라가 선사하는 마법
우리 곁의 행복을 깨닫게 해주는 특별한 휴가
란짜렐라와 빌라 레 시레누세는 가공의 장소지만, 햇살 가득한 남이탈리아 바닷가의 풍경과 분위기만큼은 더없이 이상적인 휴가지다. 마법이 스며든 마을 란짜렐라에서 우리는 마음 푸근하고 서로를 가족으로 여기는 이탈리아 시골 사람들을 만난다. 유머와 사랑 그리고 무엇보다 환대와 음식으로 가득 채워진 이곳 빌라 레 시레누세에서, 직면한 문제와 갈등은 중요하지 않다. 한 끼 따뜻한 식사와 솔직한 마음을 표현하는 말 한마디면 충분하다.
네 여성을 이탈리아로 초대한 백만장자는 누구일까? 어째서 이 멋진 빌라를 판매하려고 하는 걸까? 모두를 행복하게 하는 빌라 레 시레누세에는 우정과 사랑 말고도 풀어내야 할 이야기가 너무나도 많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얼어붙고 꼬여버려 골칫덩이가 된 관계를 되찾으려면, 우리에게도 때로는 이탈리아의 햇빛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