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안준영 기자,김영신 기자 = 이념 우편향 논란을 빚고 있는 교학사 고교 국사 교과서 채택 문제에 대한 후폭풍이 거세다.
학교안팎의 비난 여론속에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를 채택한 고교들이 속속 백기를 들면서 3일 하루만에 9개 학교가 철회 대열에 가세했다.
현재 교학사 교과서 고수 입장을 보이는 학교는 두 곳 정도로 내년 일선 고등학교에 교학사 국사 교과서 채택율은 1% 이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에서는 교학사가 친일 미화, 사실 오류 등 문제점을 노출한 것은 사실이지만 기존 한국사 교과서 집필진들과 사관(史觀)이 다르다는 이유로 철회 강요 내지 압박을 가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도 제기하고 있다.
◇3일 하루 전국 9곳 고교 채택 철회
3일 교육계에 따르면 오후 6시 현재 전국적으로 10곳의 학교가 교학사 교과서 채택을 백지화시켰다,
2일부터 현재까지 교학사 교과서 채택을 철회한 곳은 ▲수원 동우여고 ▲파주 운정고 ▲여주 제일고 ▲분당 영덕여고 ▲양평 양서고 ▲대구 포산고 ▲경북 성주고 ▲경남 지리산고 ▲경남 창녕고 ▲경남 합천여고 등 10곳이다.
파주 운정고를 제외한 9곳이 이날 무더기로 교학사 교과서 채택을 취소했다.
경기지역의 경우 5개 고교가 이날 교학사 교과서 채택을 철회했다.
경기도교육청과 도내 고교에 따르면 도내 445개 고교 중 교학사의 한국사 교재를 선택한 학교는 수원 동우여고와 동원고, 여주 제일고, 파주 운정고, 양평 양서고, 분당 영덕여고 등 모두 6개교였다.
하지만 전날 파주 운정고가 채택을 철회한 데 이어 분당 영덕여고, 여주 제일고, 수원 동원고·동우여고, 양평 양서고 등 5개교가 철회 대열에 가담하면서 사태가 일단락되는 모습이다.
양서고 관계자는 이날 뉴스1과 통화에서 “오전 11시부터 시작된 학교운영위원회의에서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채택이 최종 철회됐다”고 밝혔다.
또 서울 창문여고의 경우 여론 반발속에 이날 국사 교과서를 교학사에서 지학사로 번복하는 해프닝을 빚기도 했다.
이날 오전 강북지역시민모임, 서울교육단체협의회 등 진보교육단체들은 강북구 창문여고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친일, 독재를 미화하는 교학사 교과서 채택을 즉각 철회하라"며 학교 측을 압박했다.
학교 관계자는 "교학사 교과서는 지학사, 비상교육 등과 함께 후보군에 올랐을 뿐 최종적으로 채택된 것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또 경남에서도 이날 3곳의 고교가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채택을 포기했다.
경남 산청 지리산고는 내년 국사수업 때 사용할 교과서 검토대상에서 교학사를 제외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창녕고와 합천여고도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했다가 취소하고 다른 교과서로 재선정하기로 했다.
◇전주 상산고·울산 현대고 채택 고수…진보단체 공세 강화
현재까지 교학사 교과서 채택 철회를 밝히지 않은 학교는 대략 한두개 학교로 추산된다.
자율형사립고인 전주 상산고는 학생들이 균형잡힌 역사관을 갖도록 지원한다는 이유로 지학사와 함께 교학사 역사교과서를 동시에 사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이 명예이사장으로 있는 울산 현대고는 '교학사 채택'에서 별다른 변화가 없는 상태다.
이에 대해 야권과 진보교육단체들은 공개적으로 해당 학교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민주당 전북도당은 3일 논평을 내고 "전주 상산고는 역사 왜곡 교과서 채택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당 도당은 "전주 상산고는 전북을 대표하는 명문사학으로 전북 도민의 자랑인데 이번 교학사 역사교과서를 지학사 교과서와 함께 채택하기로 한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울산지부도 이날 성명을 통해 울산지역 고교에서 유일하게 교학사의 역사교과서를 채택한 현대고에 대해 교육청이 감사에 나서줄 것을 요구했다.
전교조는 "현대고의 역사교과서 채택과정에 부당한 외압은 없었는지, 채택과정의 공정성과 절차적 민주성이 확보됐는지 등에 대해 울산시교육청이 즉각 감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경기교육청은 이번 사태의 발단이 된 수원 동우여고에 대한 감사 준비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교육청 교과서 선정 담당부서 관계자는 뉴스1과 통화에서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외압이 있었다는 수원 동우여고의 감사방향을 정하는 내부 검토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내부 검토과정에서 외압설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감사부서와 함께 조사를 벌일 것”이라며 “아직 내부 검토 중으로 정확한 감사방향과 일정은 알려줄 수 없다”고 말했다.
정치권도 교학사 교과서 논란에 가세했다.
윤관석 민주당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친일·독재 미화, 사실관계 오류 등 부실교과서인 교학사 교과서가 고등학교 현장에서 외면받아 1% 채택률을 보인 것은 사필귀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은 이날 민주당과 역사학계 일부에서 교학사 고교 한국사 교과서가 '친일·독재 교과서'라고 주장하는 데 대해 "마녀사냥식 몰이를 멈추라"고 반박했다.
강은희 원내대변인은 "모든 8종 교과서에서 일본군 위안부에 대해 잘못된 서술이 발견됐으나 민주당과 역사학계는 교학사 교과서만을 친일 독재 교과서로 몰아붙인다"며 "근현대사에서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인하고 사실관계조차 왜곡하는 심각한 '좌편향' 교과서들이 문제였지, 교학사 교과서만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은 오는 6일 전국 800여개 고교를 대상으로 조사한 교학사 채택 현황 공개를 앞두고 있어 후폭풍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