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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중국 짝퉁시장 현주소]
“롤렉스 시계 8만원” 어설픈 한국말로 접근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에서의 불법복제는 사회적으로 하나의 문화와 같은것이며 이는 경제가 압축성장하는 과정에서 관행화된것이라고 주장한다. 미국은 최근 중국의 지적 재산권침해를 문제삼아 WTO에 제소하겠다고 압박수위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그런다고 문제가 해결되는게 아니라고 느긋하게 반박하고 있다.
(베이징=최헌규 특파원) 지난 2일 베이징(北京)의 중심가인 창안제(長安街)와 르단(日檀)공원 사이에 위치한 후미진 골목. 어렵사리 짝퉁상가 ‘슈수이제(秀水街ㆍSilk Street)’의 내부 전경 사진을 몇장 찍고 나오는데 중년 남성이 보기에도 육중한 황금색 롤렉스 시계를 들고 은밀히 접근한다. 가격을 묻자 2000위안(약 12만원)이 넘는 물건인데 700위안(약 8만4000원)까지 줄 수 있다고 했다.
무관심한 척 고개를 젖고 지나치려 하자 500위안(약 6만원)에 사가라며 얼른 말을 바꿨다. “다른 것 더 없느냐”고 물으니 ‘걸렸다’ 싶었는지 어디론가 가자는 눈치와 함께 소매를 잡아끈다. 10분 정도 걸어 도착한 곳은 지하 창고와 같은 곳. 유명 명품시계가 5~6평 규모의 창고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같은 날 오후 택시를 잡아 타고 베이징의 또다른 짝퉁시장 홍차오(紅橋)시장을 찾았다. 운동화, 향수, 시계, 지갑, 벨트, 핸드백, 소형가전에 걸쳐 세계 유명 브랜드라는 브랜드는 하나도 빼놓지 않고 진열돼 있었다.
그런데 상가의 점포 사이 사이에 붙어 있는 한 공고문이 눈낄을 끈다. 당국이 게시한 이 공고문에는 “루이뷔통 구찌 나이키 등등의 가짜 브랜드를 취급 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발각시 엄중한 처벌을 받게 된다”는 내용이 적혀 있는 글이었다.
중국 당국이 최근 미국 등 서방국의 압력에 못이겨 지적재산권 보호에 강한 의지를 보이지만 짝퉁 시장은 좀처럼 움추러 들줄 모른다. 단속을 해도 상인들이 숨으려 들지 않으니 당국도 가끔 흉내나 낼 뿐 더 이상 어쩌질 못하는 상황이다.
중국은 지난해 6월 ‘짝퉁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대대적인 대형 퍼포먼스를 벌였다. 미국에까지 ‘악명’을 날리던 상하이(上海)의 대표적인 짝퉁 시장인 상양(襄陽)시장을 철거한 것이다. 그렇다고 상하이의 짝퉁시장이 철퇴를 맞았다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난징시루 (南京西路)등으로 좌판만 옮겼을 뿐 짝퉁 시장은 여전히 성업 중이다.
코트라 베이징무역관의 한 직원은 “중국의 짝퉁시장은 마르지 않는 샘물과 같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짝퉁 시장은 공급자와 소비자가 서로 필요에 의해서 만들어 내는 거대한 담합의 산물이다. 한 짝퉁 취급 상인은 짝퉁과 진품의 공생론을 들먹이며 가짜가 있으니 진짜 브랜드가 더 가치를 발휘하는 게 아니냐며 억지주장을 펴기도 했다. 재미있는 것은 중국 짝통시장의 고객 대다수가 외국인 관광객들이라는 점이다. 베이징의 슈수이제와 홍차오 시장에 가면 이용객들은 한국, 일본, 러시아, 미국, 유럽 등 대부분 외국인 관광객들이다. 상하이의 난징시루같은 짝퉁 브랜드 시장에도 중국인 보다 외국인 고객이 훨씬 많이 눈에 띈다.
짝퉁 브랜드라 해도 모두 같은 가짜가 아니다. 롤렉스 시게 하나도 30위안짜리 부터 3000위안이 넘는 것까지 가격대가 천차만별이다. 가격대처럼 품질의 스펙트럼도 물론 다양하다. 짝퉁의 기술 추격이 그만큼 위협적이라는 의미다. 서방의 일부 명품업체들은 이렇듯 짝퉁으로 축적한 중국의 기술이 얼마 지나지 않아 진품의 지위를 넘볼 것이라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워낙 가짜 상품이 광범위하게 활개를 치다보니 짝퉁 시장규모가 얼마인지 추정하기 조차 힘들다. 공식 통계라 해도 어쩌다 ‘상표 침해건수(2005년) 2만4000여건에 벌금 1억5700만위안 추징, 출판 문화 복제품 1억6000여건 적발’ 등의 단속현황 정도가 발표될 뿐이다.
가짜 상품은 품목을 불문하고 넓은 중국 대륙 구석 구석에서 어디에서나 활개를 치고 있다. 지난 2월 취재차 들른 윈난(云南)의 관광도시 리장(麗江). 타이완(臺灣)사람이 운영하는 이곳 한국 불고기 요리집은 참이슬을 ‘참일슬’이라고 적힌 짝퉁소주를 버젖히 팔고 있었다. 수입산이어서 가격은 병당 45위안(약 5400원)이 비싸지만 맛이 좋아 손님들로부터 인기라는 주인의 소개에 그저 말문이 막힐 뿐이었다.
음성 사업자들은 시 외곽의 은밀한 곳에 대규모 공장을 차려놓고 한개에 1위안(약 120원)도 안하는 가짜 계란에서부터 3~4위안짜리 싸구려 바이지우(白酒) 얼궈터우(二鍋斗)를 만들어 낸다. 한국과 미국 등 외국에서 영화가 개봉되면 하루 이틀 지나 불법복제물로 중국에서 볼 수 있는 만큼 짝퉁을 만들어내는 기술과 속도도 엄청나게 빨라졌다.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에서의 불법 복제는 사회적으로 하나의 문화와 같은 것이며 이는 경제가 압축 성장하는 과정에서 관행화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미국은 최근 중국의 지적재산권 침해를 문제삼아 WTO에 제소하겠다고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그런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라고 느긋하게 반박하고 있다.
중국의 지재권 문제는 짧은 공업화 과정에서 형성된 관행 또는 문화와 같은 것으로, 이것이 바뀌려면 일정정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중국측의 입장이다.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도 워싱턴 고위층에 대해 “지재권을 보호하려는 중국 당국의 의지는 매우 확고하다”고 말한 뒤 “다만 시장의 관행은 하루 아침이 변하기 힘들고, 점진적으로 개선돼 나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중국관리는 최근 베이징에서 열린 지재권 보호 관련 세미나에서 중국 경제의 글로벌화가 진전되면서 앞으로 지재권 침해행위가 중국 경제발전에 장애가 될 것이라며 이에 대비해 중국도 조만간 상표법과 특허법 등에 대해 대대적인 손질을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술 자립을 위해서라도 중국 정부가 앞으로 불법 복제에 대한 자체 규제와 단속을 강화할 것이라는 얘기다.
중국 당국이 지재권 분쟁으로 골치를 썩이는 사이 산업현장에서는 짝퉁을 딛고 세계 무대의 명품으로 나서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자동차와 휴대폰은 물론, 의류와 핸드백, 레저 등 생활 용품에 이르기까지 장기적으로는 세계 무대에서 손꼽히는 명품 브랜드로 비상하려는 날개짓이다.
지난 5월 중순 안후이(安徽)성 우후(蕪湖)의 치루이(氣瑞) 자동차 공장. 이 회사 진이보 부사장은 한국 마티즈 짝퉁 시비에 대해 뒤늦게 해명을 요구하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미 2~3년 전 해결된 문제인데 더 이상 거론해서 무슨 소용이 있냐”고 짤막하게 말을 끊었다. 구태여 사실을 부인하려 하지 않는 태도로 미뤄볼 때 사실상 마티즈 카피를 시인하는 태도였다.
한 중국인은 중국의 짝퉁 브랜드 문제와 지재권 침해에 대한 소감을 묻은 질문에 “한국도 불모지에서 지금의 자동차와 반도체, 조선산업을 일으켜 세웠다”고 말한 뒤 “중국 역시 비슷하게 한국의 산업 발전 과정을 밟아가는 중”이라며 알쏭달송한 주장을 폈다.
그는 중국 산업 현장의 최대 화두가 요즘 촹신(創新ㆍ혁신)이라며 중국이 짝퉁 시비에서 벗어나 ‘명품 천국’의 대열에 오를 날이 그리 멀지 않았다고 말했다.
첫댓글 요즘 한국에 귀국할때 짝퉁 몇개 사가지고 가면 다 세관에서 걸리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