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거울이랜다. 거울.. 거울.. 아무리 이름지을게 없어도 그렇지
거울이랜다 푸하하하하하!!
『얼른 안볼래?!』
우선 살펴보자. 거울쪽으로 눈을 돌렸더니 가운데 박힌 루비에서 빛이
난다. 호오오오... 빛나네(-_-;;) 요즘 장난감은 내가 어렸을때보다도
더 복잡하고 정교하다. 살아있는 인간 같은 인형을 본 게 한두 번이
아니듯이. 누가 보면 진짜 루비라고 할 정도로 반짝 반짝 빛나는 저
루비를 보면서 나는 웬지 모를 욕심을 느꼈다. 정신차리자 천상연..
팔아서 돈이 될만한 걸 골라야지. 저런 유리구슬 갖고 뭘 어쩌자고..
『야!! 이 보석들 다 진짜야!! 감히 유리구슬이라고?!』
암만 봐도 저 거울자식 너무 건방져.. 지금 지가 속해있는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안다면 알면서도 이따위 짓거리를 하는 대가를
치뤄야 하고 모른다면 생활의 지식을 직접 가르쳐 줄 마음이 절대로
있다. 생활의 지식? 별거 아니다. '상대방보다 약할 땐 무조건 기어라.'
"너 말야.. 지금 니가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이란거 알기나 해..?"
『무, 무슨 말하는 거야!!』
"아아.. 못 알아 듣겠다 이거냐? 인생의 쓴맛을 봐야 네놈 그 험한 입도
고쳐질 듯 싶다. 잘가라 재수없는 거울."
천천히 거울을 들고 옥상의 난간쪽으로 발을 옮겼다. 저걸 난간이라고
부르는게 맞다면.. 어쨌든 끝자락(?)까지 가서 난 긴장감을 더하기 위해
거울을 쥔 손가락을 하나하나 풀기 시작했다. 하나.. 두울... 세엣...
『야!! 뭐하는 거야!!! 당장 그만둬!!』
넌 아직 멀었다 이놈아.. 철저히 박살 난 다음에야 말버릇 고쳐먹을래?
하여튼 지독한 X고집 부려요~..
『야... 잘못했어.. 제발 그만둬주세요오오오』
짜식.. 근데... 어째 낯익은 상황이다? 하,하하... 괴롭히는 것도
의외로 재밌는걸~? 어쩌면 내게 사디스트의 기질이 있을지도..
내가 잡생각 하고 있는데 갑자기 나와 거울을 제외한 모든 것이
흑백으로 얼어붙었다. 어어라.. 이게 웬 조화지? 막 하늘위로 날아가던
비둘기 한 마리도 날개짓 하는 모습 그대로 굳어있었다. 웬일이니
웬일이니.... 그리고 거울이 내 손에서 벗어나 허공으로 둥실둥실
떠올랐다.
『휴우우우.. 이제야 뭔가 대화를 할 수 있겠네. 임마!! 하마터면
죽을뻔 했잖아!!』
이 모든 상황을 제대로 이해할 수는 없지만 한가지는 확실하다. 내가
약하다는 거...
"어,어... 장난이었어~~ 많이 쫄.. 아,아니.. 겁먹었더구나 아,아하하.."
『..................』
역시.. 이 태도.. 씨도 안 먹히겠네.. 아아아.. 진작에 알아챘어야
하는건데.... 이제 나 어떻게 되는 거지..? 민소연이야 반장이니까 티가
날 정도로 때리는 일은 없었는데 이 빌어먹을 거울 자식은 인간 자체가
아니니까 나 죽여도 감방 갈 리가 없잖아. 이런 씹창...
『 그랬구나~ 난 또 놀랬잖아~~ 에헤헤..』
............ 기가 막혀서 말도 안나온다.. 내가 어이없어 하는 동안
녀석은 이리저리 둥실거리며 내 주위를 맴돈다.
뭐.. 순진하다 못해 멍청한 게 훨씬 낫지.. 그래.. 그런 거야.. 하,하..
『저기, 야~ 거울에 달린 루비 좀 눌러줄래?』
"싫어. 나는 시키는 일은 무조건 안 하는 버릇이 있거든. 솔직히
말할까? 더 이상 네놈 면상 보기도 귀찮아."
요즘 들어 내가 나 같지 않아 자주 놀라는데 지금도 나는 태연히
개김성(?)을 맘껏 드러내는 내 입에 놀라고 있다. 다중인격이란 게
이런걸 두고 말하는 게 아닐까.. 어쨌든 거울은 쉬잉~ 하고 날아와
내 손에 처억 쥐어졌다.
『부탁 할께.. 눌 러 줄 래?』
부탁이란 말에 내 손은 부탁하는 대로 루비를 꾸욱 누르고 있었다.
순간 십자로 박힌 사파이어에 불이 들어오더니 흉내내기 낯간지러운
소리와 함께 루비에서 무언가가 스멀스멀 기어 나온다. 저건...
오오오!!!! ..... 뭐야.. 남자네..
『안녕~』
이쁘장한 아이였다. 말 그대로 기생오라비.. 뭐.. 나보다야 못하지만..
아아악!! 내가 무슨 소릴 하는 거지!! 정말 몸이 좋지 않은거 같군..
초록머리? 초록 눈동자에 초록 머리, 그리고 몸에 걸친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치렁치렁한 옷.. 그리고., 머리사이로 드러난 길쭉한 귀..
거울에서 나온 이쁘장한 남자애라... 혹시!!!
"...................너.. 지니냐..?"
『무,뭐?』
"요즘 지니는 램프가 아니라 거울 속에 꼬나박힌거야? 잘됐네. 소원
3가지 들어줘. 바로바로 시행하도록. 참고로 내 소원은 한번만
들려준다."
『ㅈ, 저기..』
"? 왜? 아아.. 필기도구? 좋아좋아. 실수하지말고 제대로 들어야지.
안그래? 치매예방도 된대. 시간 없으니까 얼른얼른 꺼내~"
『이봐.. 뭔가 대단히 대단히 대단히 착각하는거 같은데.... 난 엘프란
말이다!!!!!!!!!!!!!!!!!!!!!』
엘프? 하긴.. '거울의 요정 지니' 뭔가 말이 어색하잖아.
'거울의 요정 엘프' 그 얼마나 멋있느냐 말이야. 음하하하하
잠깐.. 엘프..? 엘프... 엘프... 엘...!!!! 판타지 소설에 흔히
등장하는 귀 길고 활 잘 쏘고 남녀노소 모두 기집애처럼 이쁘장한 그
엘프?! 내 얼굴이 벙쪄보이는지 엘프란 놈이 다가와서 이마에 손을
얹는다.
『머리에 열은 없는데.. 괜찮니?』
".... 혹시 너.."
『응? 나 뭐?』
"아, 아냐.. 근데 엘프 니가 나한테 웬일이야...? 엘프한테까지 맞을 짓
한 적은 없는데.."
이건 사실이다. 엘프란 걸 오늘 처음 봤는데 맞을 짓을 하다니.. 설마..
그런 적은 없다. 엘프 자식은 마침 잘 됐다는 듯이 맺힌 말을
모두모두 게워내기(?) 시작했다. 아아아.. 말이란게 그렇게도
위협적이란거 오늘 처음 알았다.. 장장 55분간 엘프 자식은 쉴새없이
떠들어댔고 질려버린 나는 아무말도 못하고 고개만 간신히 끄덕였다.
그 순진하다 못해 멍청한 자식이 옹알거린(?) 말을 요약, 정리 하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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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엘프 자식은 올해 500살 되는 대 마법사. 너무나도 뛰어나고
끝이 없는 마법실력에 많은 사람들이 결투 신청해옴.
그때마다 자신은 침착하고도 멋있는 태도로 한놈도 남김없이 다
죽여버렸음. 자신의 명성은 날이 갈수록 대단해져만 갔고 그만큼 결투
신청해오는 사람도 나날이 늘어옴. 그 중 한 절세미녀가 있었으니
인간은 아니고 아마 하프엘프 쯤 될 것이다. 엘프보다도 더 아름다운
그녀에게 거울엘프 자식은 뿅갔고 여자쪽에서도 좋다고 꼬리침.
둘이 너무 잘 어울려서 보는 사람마다 천생연분이라고 시끄럽게
떠들어댔고 결국 둘은 결혼을 결심함. 그날 밤 불운의 여신이 둘을
덮쳤대나 어쩐대나.. 정체불명의 괴한이 거울엘프의 집에 쳐들어와
그와 결투를 벌였으나 처절하게 쓰러져 여자가 아끼던 손거울 속에
봉인되는 아픔을 겪음. 그런데 알고보니 그 괴한은 자신이 사랑한
여자였음. 그리고 여자는 자신에게 저주를 걸음.
'영원히 거울 속에서 살아라. 실력도 없으면서 허세부린 대가이며
이계의 이방인을 데려와 재결투를 벌여 나를 쓰러뜨리는 날, 저주가
풀리리라.' 뭐 이런 식으로 말했다고 한다. 상당히 고상하게 말했지만
실제는 이랬으리라 생각한다.
'야 이 모자란 놈아, 그러게 누가 실력도 없으면서 깝쳐대래? 딴 사람
데려와 나 쓰러뜨리면 풀어줄게. 그때까지 반성하고 있어!!'
이계는 무슨 얼어죽을.. 걍 같은 세계 사람들은 다 지 아니까
쪽이 팔려서 여기 건너온 거라고 확신한다(!!)
어쨌든 그래서 거울엘프 자식은 여기 와서 이렇게 죽치고 있었다고
한다. 근데 보는 사람마다 쓰레기라면서 자신을 거들떠보지도 않았음.
그리고 내가 자신을 주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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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그래? 수고해. 언젠가는 풀리겠지."
지 앞가림도 제대로 못해서 바보같이 기집애한테 배신당한 저 놈이랑
더 있고 싶은 마음 조금도 없다. 뭐.. 알아서 잘 하겠지..
『야.. 그 이방인이 바로 너야...』
"하,하하.. 뭐...?"
『그, 그러니까.. 니가 나 대신 그녀와 싸워서 이겨줘야해...』
하,하하.. 지금 뭐라고 했어...? 유감스럽게도 말이야.. 나는 네놈
뒤치닥거리하고 싶은 마음이 조금도 없고.. 오히려 네놈 모가지를
따버리고 싶어서 아주 손이 근질근질하단 말이다!!!
"으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카페 게시글
자유 기고란
『나는 살고 싶다.』..2
☆無染보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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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09.19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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