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부터 슬슬 시작 되더니
어제 일요일...몸도 마음도 극도로 약해져 누워 있었다.
아침에 전화가 띠르르~~~~
날더러 저거 집에 오든지,아니면 지가 오겠단다.
어지럽기도 하고 날씨가 엄청 추웠을것이므로
그냥 방콕하고 있을까 하다가
콧구멍 바람도 쐬고 일어나기로 했다.
오전 11시반쯤 부산 침례병원 근처서 친구와 접선.
바로 남산동 새벽시장에 가더니 호박고구마를 한봉다리를 사들고 왔다.
집에 들어가자마자
참나무를 떼어 덮혀진 난로에 막 사온 고구마를 집어 넣었다.
그곳에서 구워져 나온 고구마...
타백이를 좋아하는 나 이지만 호박 고구마가 이렇게 맛있을 줄이야....

어제는 난로 사진을 안 찍어
전에 저장해 둔 사진 두컷을 갖고 왔다.
이 난로에 넣어 구운 군고구마~~~~~


진주에서 찻집을 연 지인에게 갔다가
사 왔다며 몇가지 차를 내어 놓는다.
몇 종류의 차를 우려 마셨다.
어느새,약해질대로 약해진 내가 기운이 나기 시작했다.

자연드림의 건빵이 바삭바삭했다.
오랫만에 먹으니 손이 자꾸 갔다.

넓은 창으로 들어오는 햇빛이 따뜻했다.
바깥은 겨울들어 최고 춥다는 날씨이었어도....
친구가 감물염색천에 나뭇잎 스티치를 놓은 게 있길래
차 받침 두어개 만들어 줄려고 손놀림을 시작했다.
재단치수 가로*세로 12센티미터를 잘라서~~~

쏘가지 못땐 여자 하나가 바느질을 시작했다.

그 여자 앞에 앉아서
몇개월 전 부터 문화센터 퀼트를 배우러 다니며
지갑 몇개를 만들더니 아래의 것을 마무리 해야 한다며
여자 하나가 바늘과 실을 집어 들었다.
마무리가 너무 잘 안되어 썽이 났는데
오늘 이상하게 정말 잘 된다며 씩씩하게~~ㅎㅎㅎ

하나가 거의 완성 되어간다....
두장을 완성해서 신랑 산에 다녀오면 다정하게 차 마셔라고 했더니
친구가 호호호~~하며 고맙다고 웃는다.

가장자리 스티치하고 물 뿌려(싸인펜이 지워짐)
다림질 하면 찻잔 받침으로 제 몫을 할 것이다.

어느새 친구도 퀼트백을 완성했다.
그런데......
세상에나~~~만상에나~~~~
나에게 선물하려고 만들기 시작했댄다.
저 고귀하고 소중한 백과
칼슘제,일본차,은밀한 선물하나,유자차까지.....
이 비실비실한 친구에게 한아름 안겨 주었다.

돌쇠와 돌탄이도 귀를 쫑끗세우며
녀석들의 집에서 나와서 우리들이 노는 모습 구경하느라
넓은 창 밖에서 추운줄도 모르고 저러고 서 있었다.
눈빛이 어찌나 진지한지~~~~
뭘 느끼는 것 처럼.....

친구집에서 그러고 있다가
친구와 친구 딸내미와 나와 세키서
남산동 외대 운동장 아래
구포국수집에가서 국수 한그릇씩 먹고 헤어졌다.
*
어제 집을 나서 버스 정류소로 가는데
한 할머니가 눈이 조금 어두우신 듯
지팡이에 의지해서 길을 걷다가 지나가는 나를 불러 세우셨다.
새마을 금고 쪽으로 가야하는데 이쪽 길로 들어서면 맞는거냐고?
할머니의 팔을 잡고 새마을금고까지 모셔 드리겠다고 하자
할머니가 괜찮다고 사양하셔서 들어서는 길목까지만 같이 걸어가
길을 안내해 드렸드니 연신 고맙소 새댁~~하신다.
그런데, 저녁에 친구와 친구 딸내미와 헤어져
양산 들어오는 버스정류소에 서 있는데
등이 굽어서 지팡이를 의지해 걸으시던 한 할아버지가 갑자기 나에게 말을 건네셨다.
<남산동 근처에 철판을 깔아놓은 길이 있었는데 어딘지 아시요?>
<<.....철판 깔아놓은 길요?>>
잠깐 멈칫 했지만 이내 그곳을 말씀하는가 싶어 남산역 주차장을 가리켰다.
<<할아버지.길은 아닌데요.혹시 저 주차장 말씀하십니까? 왜 그러세요?>>
<아~ 아들집에 그 근처라...아름빌라에 사는데 그 철판길을 지나서 있어서...>
그런 대화를 듣고 있던 옆의 아주머니가 아들집 전화번호 물어 보라며 말을 거드셨다.
<<할아버지,아드님 전화번호 아시죠? 전화해 드릴게요.모시러 나오게요.>>
<아니...내가 그냥 바로 찾아 갈려고요~~~~>
문득 드는 생각이 그냥 슬픈 사연이 있을거라는거.....
<<그럼 할아버지~ 지하철 타는곳으로 내려가시지 말고 저기 보이는 저곳 있죠?
<저기가 공영주차장인데요. 그곳에 가셔서 입구에서 말씀 드려 보세요. 아마 그 분들이 그 빌라 아실 것 같아요.>
<<고맙소>>
하며 굽은 등을 보이며 걸어가시는데.......
양산가는 버스가 곧 도착한다는 안내표시에 불이 들어오고 날씨도 너무 추워서
할아버지를 아들집이라는 곳 까지 못 모셔 드린것이 정말 후회스러웠다.
오는 내내 버스 안에서 마음이 무겁고 짠~한게...
아침에 보았던 할머니와 저녁에 보았던 할아버지...
너무나 모습이 정갈하셨다.
특히 저녁에 본 할아버지 모습은 더 그랬다.
거리를 다니다보면 노인들의 여러 모습을 보게 되는데.....
집에 도착하여 잘 왔다는 메세지를 보냈더니
친구에게서 답 문자 메세지가 왔는데
참 요상한 하루 였다는 내용이었다.
그렇게 가방 바느질이 마무리가 잘 안되어 끙끙 대었는데
너무 수월하게 되어 그래서 바로 나에게 선물로 줄 수 있었고
돌탄이와 돌쇠가 진지한 눈빛을 하고 우리들을 들여다 본 모습들....
집에서 와서 생각하니 아침 저녁으로 노인분들을 그렇게 만난 일들도...
아팠던 몸과 맘이 싹 나은것도...
친구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지낸 시간들도...
참 요상한 하루라는 생각이 들었다.
꿈결 같았던 하루를 보내게 해 준 친구여~~
고맙다~~~건강하게 잘 살자... ^^*
첫댓글 한편의 꽁트같네요.
잼나게 한달음에 후루룩 읽었어요.
퀼트 가방 너무 예쁘구여, 사실 저거 딱 제 수탈....ㅎㅎㅎ 색깔 모양 다 맘에 드네요.
그리고 이런 꿈결 같은 하루가 매일 같이 지속돼서 정우님 빨리 건강해지시길 바랍니다.
살만 조금 오르심 더욱 미인이 되실텐데...
참...돌탄이와 돌쇠는 요즘 날씨가 추워서 고향 온 건 같은 기분이겠네요.^^
쟤들 허스키 맞죠?
퀼트가방 이뿌죠? 가방에 맞춰 어떤 옷을 입어야 하나 고민이어요.ㅎㅎ
요새 얼굴이 조금 나아지긴 한거 같은데 얼굴상태가 계속 오르락 내리락 거리네요.
고마워요.로드님 마음 많이 써주심이 느껴져요.
돌탄이와 돌쇠가 허스키?인가 잘 모르겠어요.ㅎㅎ
친구에게 한번 물어 볼게요.
그런 친구가 있어 행복하십니다. 서로 나눈
도 좋군요. 
내가 좀 잘못하고 있어도 일단은 내 편이 되어주는 친구라서 참 고맙습니다.
그리고 내가 잘못하고 있는걸 스스로 느끼게끔 기다려줍니다. 같이 있으면 편안해서 좋구요. ^^*
참으로 행복하신 정우님이셔요 건강하세요
향기님. 감사합니다. 사진으로만 향기님 보지만 이곳에 늘 같이하면 언젠가는 만나게 되겠지요? 향기님도 건강하시길요~~~ ^^*
읽는내내


두분의 고운 우정과 정우님의 따스한 마음, 

난로에 구운 고구마 너무 맛나겠다


그리고 어르신들의 뒷모습이 아른거립니다
내 뒷모습은 어떠할지 ...
근데...고구마 한개 던져봐요
아직까지 할아버지의 모습이 지워지질 않습니다.
어제 너무 추웠던 밤이라 지팡이에 의지해 가시던 뒷모습...잘 찾아가셨겠죠?
글에서는 등이 굽었다고 썼는데 허리가 많이 굽으셨어요.
제가 사실 호박고구마는 별로 안좋아 하는데 저 호박고구마는 타박고구마 같으면서도 호박고구마!
특히 나무 난로 달궈진데다 구우니 더 맛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마 쪄 먹었으면 맛이 덜했을거예요.
정우님 !! 갑자기 코끗이 찡~~~~~~ ㅎㅎ
정우님의 고운맘을 읽을 수 있었네요
항상 건강 유의하시구요
고구마 맛나겠습니다 *^_^*~
에구~~~향이님.ㅎㅎ
댓글 쓰면서 향이님 얼굴 떠 올립니다.
잘 지내시죠?
조만간 부산팀들 얼굴 보는 자리 한번 맹글어요~~ ^^*
기다려요 정우님!!
요상한 하루.... 그분들에겐 정우님께선 아직 새댁이란걸...
우짜던동 많이 드시고 늘~ 건강하셔야해요..
새댁이란 호칭은 나이가 없나 봅니다. 할머니들이 아낙들에게 편하게 부치는 호칭인 것 같아예.
요새 마이 챙겨 먹습니다.
얼굴이 좀 토실토실해야 하는데 한번 아프고 나면 피골이 상접해집니다.아우~~~싫어~~ㅋㅋㅋ
정우님 ..
정말 부럽습니다..
서로 눈빛만 봐도 마음이 잘맞는 친구가 있는 정우님이 ..
너무너무 부럽습니다..
돌탄니와 돌쇠 너무 귀여워요..ㅋㅋ
저도 조금더 여유생기면 바느질 배워보고 싶어요..
돌탄이와 돌쇠가 주인을 정말 잘 만난 것 같습니다. 친구네 가족들과 같이 살아가는 것.... ^^*
그날 사진에서와 같이 저렇게 서서 진지한?표정을 하고
우리들이 이야기 하고 바느질하는거 구경하더라니까예? ㅋㅋㅋ
그 모습이 하도 신기하고 귀여워서 사진에 담았어요.
정우님.. 세키서..ㅎㅎ 맞다 맞어.. 우리 어릴때는 꼭 한키 두키 세키.. 이렇게 사람을 세었는데.그죠? ㅎㅎ 오랜 친구 두키서 마주 앉아 도란도란 바느질 하며 무슨 얘기들 하셨어요? 그것만으로도 보약 먹으신듯 하셨겠는데요.
세키서~~두키서~~ ^^*
계속 이야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어요.
지루하지도 않고 어색하지도 않고 힘들지도 않고...
그래서 늘 참 이상하다 그래요. 나중에는~~ㅎㅎ
친구는 늘 내편이라 참 다행인 인생살이죠 친구가 있어 참 행복해집니다 님도 그러시죠.... 행복 누리세요
네. 연주님. 코드도 맞아야 하겠지만 늘 조금씩 가꾸어나가는 마음도 필요해요.
좋은친구가 될려면.... 감사합니다.^^*
접때 부산 갔을 때 외대 봤어요. 본곳이 나왔다고 마치 살았던것 처럼 반갑네요 ㅎㅎ 친구의 은밀한 선물은 무엇이었을까? 궁금해집니다 ㅎㅎ요상하고 행복했던 하루 ~~ 오래오래 정우님 기억속에 함께 하겠네요 ^^
마리진님. 글 속의 외대는 외대가 신축부지로 사 놓은 범어사에서 그다지 멀지 않는 남산동일대의 장소예요.
운동장이 조성되어 있는데 그래서 남산동 외대 운동장이라 그럽니다. 마리진님 보신곳은 아마 용호동인가?
그쪽 이지 싶어요.
ㅋㅋ 은밀한 선물~~~ 비밀!!!(그러면 더 궁금해지겠지예?) 뭐 은밀하기까지 한건 아닙니다.
네...꼭 꿈 속의 하루를 보낸것 같던데예. 어제 하루의 필름을 돌려 보니~~~ 친구도 나도 뭔가가 있었던 하루 였다고~~~
고구마를 넣는 서랍이 있는 난로가 참 멋지네요 ~ 좋은 사람을 만나서 아픔도 싹 사라지고 ~ 하루 나들이를 잘 하신거 같아요 ~ 근데 , 그 할아버지 ~ 아들 집은 잘 찾아가셨는지 ? ~ 나도 신경이 쓰이네요 ㅎㅎ
꽃다지언니~ 저 난로가 참 따뜻하고 좋던데요.
벽난로가 아니어도 전원주택 같은곳엔 저런 난로만으로도 겨울을 따뜻하게 지낼 수 있겠던데예.
고구마도 너무 잘 구워지구요.
저도 할아버지가 계속 마음속에 남아 계십니다.
아들에게 전화를 안하고 바로 찾아가겠다 하시던 그 목소리도 생생하구요.
어제밤 너무 추웠기에 걱정도 되고....혹시 찾아갔는데 사람이 없거나 해서 헛걸음은 하지 않으셨는지..
잘 가셨겠지예?
정겨운 그림이 마구 그려집니다. 그리고 무슨 사연이 있으실 것 같은 어르신.... 삶의 한 페이지를 보는 것도 같습니다.
건강하세요. 아프시마시고요.^^
마음이 좀 그랬던건 아마 부모님생각이 겹쳐져 더 그랬지 않나 싶습니다.
나이들어가고 병들어가는 부모님(살아 계실때...)들 공경하고 잘 보살펴드리면서
소박하게 오손도손 잘 사는게 참 행복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나야 너무도 낮은 점수를 매길 수 밖에 없지만요....그래서 더 마음이 아팠던 것 같습니다.
차사랑님. 염려해 주셔 고마워요. 건강할게요. ^^*
살다보면 선물같은 날들이 있는데.. 그런 날이었나 보네..
사소한 것 하나도 그저 지나치지 않는.. 따뜻함이 가득한 정우님의 마음이
언제 어디서나 사랑받을 수 있는 기본 바탕이 되는 것 같아.
유유상종이라고.. 친구 또한 정우님처럼 사랑이 가득한 사람인것 같아.. 보기 좋다.
조금만 더 건강해지면 더할나위 없이 좋겠구만.. 늘 건강이 맘 쓰인다. 그래도 기쁜 모습보니 좋다. ^^*
선물같은 날....아~ 맞아요. 살아가면서 선물 같은 날 더러 맞게 되지요. 그런날이었습니다.
언제나 따순가슴으로 저를 담아주셔 감사해요 언니~~~~
요새 제 건강을 많이 걱정들 해주셔서 건강하게 잘 살아야겠다는 의지력이 생깁니다.
건강할거예요. 언니도 건강 유의하시고예~~~~~ ^^*
난로에 구운 호박 고구마가 정말 맛있어 보이네요^^
저도 요즘,새로 이사오셨는지 아파트 호수를 깜박 잊어버리셔서 길을 묻는 할머니가 많으시네요..
그럴땐 관리실에 모셔다 드리곤 한답니다.
날씨도 추우신데 나이드신분들,길에 넘어지실까봐 걱정이 되네요..
네~~작은섬님. 호박 고구마가 정말 맛있었습니다. 사진에는 3개만 있지만 많이 먹었답니다.
날씨가 많이 추우니 바깥에서 연로한 노인들 보면 더 걱정이 되는 것 같아요.
정우님.... 정우님과 친구분 멋진 하루 보내셨네요. 근데 다른분들처럼 저도 저 할아버지가 자꾸 걱정되네요..
뭔 사연이 있으셨을까? 아님 공연한 걱정일수도 있구요..
담에 또 좋은 사연 올려주셔요^^
작은나무언니 댓글에서처럼 선물같은 하루 였던 것 같습니다.
할아버지 무사히 잘 찾아가셨길.... 우려와 달리 마음 편하게 잘 계시길....
^^* 살아가는 이야기인데 또 하루의 일상을 적고픈 날이 오면 그렇게 할게요~~
이뿐정우가 그대같은 친구랑 행복한 하루셨네요. 님이 만난 두분들이 우리들의 마음을 아리게 하네요. 세월이기는 장사없다는데...
다지님 말씀처럼 그할아버지 잘 찾아가셨을라나

자꾸만 마음쓰입니다..
집에 있었다면 하루종일 별 의미없이 보냈을 것 같습니다. 아주 잘 다녀왔었어요.
그렇죠? 언니도 글 보니 할아버지 마음이 쓰이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