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의대 열풍 퇴조하나’ 거부당한 서울대 의대.. 수능만점자뿐 아니라 추합까지 ‘이례적 터닝포인트
23년 만의 서울의대 추합 발생.. ‘묻지마 의대 대신 다양한 가치체계 부활 신호탄’
[베리타스알파=신현지 기자] 2025정시에서 의대열풍의 최정점에 있는 서울대 의대가 연달아 ‘거부’당하면서 묻지마 의대 열풍이 퇴조하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서울대 의대는 의대열풍의 최상 목표로 지원 가능한 수능 만점자들이 예외 없이 진학하면서 의대열풍의 정점으로 군림해왔지만, 2025정시에 미세한 균열이 감지되기 시작했다. 2025수능 만점자 11명 중 인문계 1명을 제외한 10명 가운데 표점상 서울대 의대 진학이 가능한 만점자는 모두 5명. 이 가운데 2명이 서울대 의대 진학을 거부하는 이례적 사건이 벌어졌다. 13일 서울대 1차추합에서 또 다른 사건이 벌어졌다. 정시 기준 23년 동안 존재하지 않았던 서울대 의대 추합이 발생한 것이다. 서울대 의대 최초 합격자 가운데 1명이 등록을 거부했다는 의미다. 결국 서울대 의대는 2025정시에서 지원 가능한 수능 만점자 2명과 최초 합격자 1명에게 진학을 거부당한 것이다.
교육계에서는 의정갈등을 비롯해 여러 영향이 맞물린 결과로 보고 있다. 의대증원으로 의사라는 직업 자체에 대한 희소성이 예년보다 떨어져 보이면서 영향을 줬다는 분석부터, 의평원 평가 불인증에 대한 불안감이 증가하고, 의정갈등을 지켜보며 의사라는 직업 자체에 회의가 든 것이라는 분석까지 여러 원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묻지마 의대’에 대한 회의가 생기면서 가치체계가 다양화한 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묻지마 의대’에 대한 회의가 의대열풍 속 터닝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수능 만점자의 서울대 의대 진학거부는 물론 서울대 의대 추합 발생까지 이례적인 흐름이 단초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학생들의 진로선택 역시 다양해지면서 과열된 의대열풍 속 긍정적인 신호라는 분석도 나온다. 의정갈등의 상황에서 의대생들의 파업으로 현재 의대에 진학해서도 제대로 된 대학생활 역시 하기 힘들어진 상황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최상위권이 AI 등 다른 가치체계를 찾아 나섰다는 것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딥시크 사태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의사 연봉 3억 대신 딥시크와 같은 사례를 보고 희망을 찾은 것일 수 있다. 게다가 자칫 의대에 진학하면 휴학을 해야 하는데 그보단 새로운 성공의 길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결국 최상위권의 진로선택 다양화로 이어지기 때문에 이는 긍정적인 신호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2025대입에서 의대가 고점을 찍고 내려오는 흐름이 확인됐다. 만점자의 일반학과행부터 서울대 의대 이탈자 발생까지 이례적인 신호가 확인되고 있다. /사진=서울대 제공
<의대 선호 하락하나.. ‘의대증원 이후 가치체계 다양화’>
의대증원 이후 극최상위권 가치체계가 뒤집힌 것으로 확인됐다. 2025수능 만점자 중 4명이 서울대 일반학과를 향했을 뿐 아니라 심지어 최상위 선호를 가진 서울대 의대에서도 이탈자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특히 교육현장에서도 고등학생들을 중심으로 의사라는 직업 자체에 대한 선호도가 떨어지고 있다는 제보가 들려온다.
교육계에서는 여러 이유가 거론된다. 먼저 의대증원으로 ‘소수’라는 의사에 대한 메리트가 사라진 점이 원인으로 꼽힌다. 지역인재전형 중심 지방의대 증원까지 이뤄지면서 합격선은 하락, ‘누구나 의사 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거론된 것처럼 선호 자체가 떨어졌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 1년간 치열한 의정갈등을 지켜보며 의사라는 직업 자체에 대한 회의감이 들었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사교육 업체 관계자는 “멋이 떨어진 것 아닐까 싶다. 마냥 동경하던 직업에서 이런저런 사건들을 지켜보며 환상이 깨졌을 수도 있고, 지방의대 증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특히 AI 등 다른 가치체계의 등장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2025학년은 의대증원부터 무전공 확대까지 맞물리며 모집단위별 가치체계에 큰 혼돈이 온 상황. 수험생들이 이런저런 가능성을 열어두고 심도 있는 진로 고민을 진행했다는 것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그동안은 ‘묻지마 의대’였다. 하지만 최근 딥시크도 떠오르고 정부 역시 첨단학과를 지원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수험생들이 새로운 눈을 뜬 것으로 보인다. 의사보단 성공을 위한 다른 길이 있다는 것을 깨달은 셈”이라고 분석했다.
현 의사파업과 의대생 집단 휴학 역시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휴학하지 않은 학생이 낙인 찍히는 경우까지 발생하는 현 상황에서 의대에 입학해도 제대로 된 학교생활을 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 자칫 수년간 휴학을 하거나 군대부터 가야 하는 상황까지도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의사 간의 개업 경쟁과 의평원 불인증에 대한 불안감 등도 원인으로 제시된다.
<합격권 수능 만점자 2명의 공대행.. ‘의대열풍 거스른 이례적 행보’>
가장 이례적이었던 사건은 바로 수능 만점자들의 서울대 일반학과 진학이다. 의약계열에 합격할 성적이었거나, 의약계열에 합격한 경우에도 ‘비의대’를 택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된다. 서울대 의대 합격권 5명 가운데 서울대 일반학과를 택한 두 학생을 살펴보면 △광남고 재학생 서 학생은 소신껏 서울대 컴공에 수시로 지원, 최종 합격했다. 표점 421점에 과탐Ⅱ 가산점까지 챙기며 서울대 의대 합격권으로 분석된 △백암고 출신 김 씨 역시 표점 421점에 과탐 Ⅱ+Ⅱ 조합으로 가산점까지 획득했지만 서울대 의대가 아닌, 서울대 일반학과를 향했다.
이들의 선택이 보다 눈에 띄는 점은 응시요건을 채운 자연계 만점자의 서울대 의대행은 당연한 행보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최근 5년간 수능 만점자 행보만 파악해봐도 인문계열 또는 응시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지원 자체가 불가했던 경우를 제외하면 모두 서울대 의대를 향했다. 2024수능 만점자의 경우 자연계였지만 서울대 물리/화학 필수 응시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서 서울대 의대 지원 자체가 불가했다. 전년인 2023수능 만점자 3명의 경우 전원이 서울대 의대를 향했다. 재학생 만점자 2명은 수시로 서울대 의대에 향했으며 재수생 만점자는 정시로 서울대 의대를 향했다. 역대급 불수능 속 유일한 만점자였던 2022수능 만점자 1명은 인문계 재수생으로 서울대 의대 지원이 불가했으며 2021수능 만점자 6명 중 인문계 3명을 제외한 자연계 3명은 모두 서울대 의대를 향했다.
물론 서울대 의대 합격권은 아니지만, 만점자 중 다른 두 학생도 의약계열 진학이 가능했음에도 불구하고 서울대 일반학과를 택한 점도 눈에 띈다. 유일한 인문계 만점자였던 ▲경희고 출신 조 씨는 가군 연세대 치대, 나군 서울대 경영, 다군 가톨릭관동대 의대를 모두 합격했음에도 불구하고 의약계열 대신 서울대 경영을 택했다. ▲선덕고 재학생 어 학생도 마지막까지 의대와 고민하다 소신껏 서울대 전기정보공을 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시 추합 발생 ‘2002학년 이후 23년 만’>
교육계는 13일 또 한 번 충격에 빠졌다. 서울대 일반전형 의대 모집에서 1명의 추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는 2002학년 정시에서 1명의 추합이 발생한 이후 23년 만이다. 수시/정시까지 범위를 넓혀 2002학년 이후 2005학년 수시, 2007학년 수시에서 추합이 발생한 바 있지만 이후 18년 만에 ‘서울대 의대 포기자’가 발생한 것이다.
교육계에서는 해당 수험생이 해외로 진학했거나 혹은 의사를 진로로 선택하진 않았지만 서울대 의대 합격 가능성을 확인하고 싶은 극최상위권 학생일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일본 의대로 이탈했다는 이야기까지 흘러나온다. 해당 수험생의 포기로, 중동고 출신 재수생이 추가 합격의 기회를 얻은 것으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