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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우표 없는 편지 원문보기 글쓴이: 청풍명월
☪ 《달리기, 몰입의 즐거움》
아직 읽지는 못했지만 《미쳐야 산다》고 하는 제목의 책이 있는 것을 보았다. 사람들이 다양하고 엉뚱해서 그런지 정말 희한한 제목들도 많은 것 같다. 《달리기, 몰입의 즐거움》이라는 이 책도 그렇다. ‘몰입(沒入)’한다는 것은 어느 한 곳에 정신을 집중하는 것을 말한다. 정신없이 무엇에 빠져있으면 부모님들이 걱정부터 하고 그랬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오히려 몰입하는 데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고 ‘몰입하면 즐겁다.’고 한다. 살다 보면 몰입을 경험하기도 하겠지만 몰입이 어째서 즐거운지는 잘 모르겠다.
책은 프로와 아마추어 그리고 취미로 달리기를 즐기는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몰입이 왜, 어째서 즐거운지 연구한 것이다. 책 읽는 것도 몰입해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책은 몰입의 유용성을 설명하는 것 같다. 바로 본론은 아니지만 처음에 이런 말이 있다. “산업화 된 현대 사회에서는 행복의 개념을 돈과 따로 떼어놓고 생각하기는 쉽지 않다. 아니 거의 불가능하다. 본질적으로 돈 자체는 그리 흥미로운 대상이 아니다. 특정 가치를 부여한 종이 쪼가리 아니면 금속 조각에 불과할 뿐이기 때문이다. 이것으로 물건이나 권력, 심지어 마음의 평화까지 살 수 있다는 것에서 사람들은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그 말을 상투적으로 사용하기도 한다.”고 한다. 와 닿는 말이 아닐 수 없다.
인간은 욕구 충족의 동물이다. 욕구가 충족된 이후에는 경험이 행복에 중대한 영향을 주고 경험 또한 행복의 중요 요소로 작용한다. 목적의식이 높아지고 타인과의 관계가 개선된 사람들이 장기적으로 큰 행복을 느낀다. 적극적인 참여가 행복의 핵심이다. “행복은 그 자체를 위해 추구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생각과 동양사상의 핵심인‘마음 챙김’혹은 ‘마음 비움’은 일맥상통하는 데가 있다.
불교의 선종은 마음 행복을 누리기 위해 두드러진 개념이 존재하는데, 그중에 이런 말도 있다.
·깨달음을 얻기 전에 나무를 자르고 물을 길어오라.
깨달음을 얻은 후에도 나무를 자르고 물을 길어오라.
·걷고 있을 때는 그냥 걸어라. 앉아 있을 때는 그냥 앉아 있어라.
무엇을 하든 동요하지 마라.
·배가 고프면 밥을 먹고 피곤하면 눈을 감아라.
·멍청한 자들은 나를 보고 비웃겠지만, 현명한 자들은 무슨 의미인지 알 것이다.
이것은 삶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비판 없이 바라보고 긍정적인 사고 패턴을 강화하고, 즐거움을 주는 일에만 의존하지 않아야 진정한 행복이 찾아온다는 것이다. 인간의 가장 높은 욕구단계를 ‘자아실현’의 단계로 본 매슬로*의 심리학 이론이 아니더라도 자아를 실현한 사람들은 대체로 자기 자신과 삶의 여러가지 상황을 수용하고 개인적인 문제보다 사회적인 문제를 더 많이 염려했다. 사생활과 자율성도 중시하지만 타인의 의견에 개방적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살면서 얻은 경험을 중시했다.
*에이브러햄 해럴드 매슬로(Abraham Harold Maslow,1908년4월1일~1970년 6월8일) 미국의 심리학자. 욕구단계설로 유명하다. 매슬로는 인도주의 운동의 형성에 도움을 준 참가자였으며, 또한 이러한 인본주의적 접근은 심리학에서는 제3 세력으로 알려졌다. 개인의 성장을 위해 힘쓰는 인간의 핵심으로 “진실한 자아”의 애정 어린 보살핌을 주장했다. 그는 환자를 대할 때 병리학 관점을 남용하는 주류 심리학을 비판했다.
뉴욕의 브루클린에서 태어난 그는 미국에 이민 온 유대계 러시아인의 7명의 자녀 중 맏이로 부모는 교육받지 못했지만, 그에게 법을 공부하도록 강요했다. 부모의 소망에 따라 뉴욕 시립대학교에 입학(1925)해 코넬 대학교로 옮긴 후(1926), 3학기 뒤에는 위스콘신 대학교로 옮겼고(1928) 그곳에서 심리학 학사(1930년)와 석사(1931년), 박사(1934년)가 되었다.
처음에는 브루클린 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이 시기 동안 그는 알프레트 아들러(Alfred Adler)와 에리히 프롬(Erich Fromm)을 포함한 유럽 심리학자들을 만났다. 1951년 브랜다이스 대학교에서 심리학과장이 되었고, 거기서 그의 이론적 작품은 시작됐다. 자아실현의 개념을 소개한 쿠르트 골드슈타인을 만났으며, 1967년에는 미국 휴머니스트 협회(American Humanist Association)에서 '올해의 휴머니스트'로 지정되기도 했다.
【1부】몰입이란?
이 책 52페이지에 몰입에 대한 몇 가지 특징을 제시했다.
·몰입이란 한 가지 일에 몰두하는 동안 몸과 마음이 연동하면서 나타나는 최상의 경험이며 질적 경험과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몰입상태가 되면 뇌활성이 변한다. 여러 연구를 통해 몰입상태에서는 전전두피질과 편도체가 불활성화되어 시간 개념과 자의식이 사라지고 부정적인 감정이 약화되며 긍정적인 감정은 증대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자기 목적적 성격의 소유자일수록 몰입을 경험할 가능성이 크고 다른 사람보다 몰입을 더 수시로 경험한다.
·노력이 중요하다. 몸을 많이 움직이지 않거나 수동적인 활동과 정반대 되는 활동을 하면서 시간을 보낼 때 큰 만족감을 느낀다. 수동적인 삶은 장기적으로 좌절감과 불안감을 유발한다.
몰입의 다른 특징은 즐거움은 준다는 것이다. 이 즐거움이 다른 형태의 절정 경험에서는 나타나지 않는 특징이라고 한다. 큰 힘을 들이지 않고도 아주 빠른 속도로 달릴 수 있고, 발이 땅에 닿을 때마다 심장이 쿵쿵 울릴 때마다 매 순간 즐거움이 찾아온다는 것이다. 그와 같은 순간에 머물러 있을 때는 몰입이 지속되고 한곳에 집중하면서 생각과 의식이 능동적으로 참여하게 된다. 예견되지 않은 상태에서 뛰어든 아이를 피하는 것, 등산로에서 나무뿌리를 밟고 지나가는 것, 막판에 바짝 따라온 경쟁자를 알아채는 것 등은 집중할 때만 할 수 있는 일이다. 집중은 능동적 과정이며 마음 챙김과 명상, 요가와 같은 기법을 활용해 충분히 시간을 들이면 향상시킬 수 있다.
책에서는 여자고등학교 달리기 선수인 ‘셸비’라는 학생의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는데 그녀가 말했다. “태어나서 그때처럼 아무 힘도 들이지 않고 달린 적이 없었어요. 경쟁자들을 따라잡고 10위권에 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한 건 사실이지만 그러려고 애쓰지 않았는데 제 몸이 그냥 알아서 그렇게 한 것처럼 느껴졌어요.”
영어 flow는 ‘흐르다. 흐름’이란 뜻이지만, ‘몰입’이라는 뜻으로도 사용된다. 그래서 책 제목이 《Running Flow》다. 사람들이 자신의 경험을 이 단어로 묘사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으로 셸리도 자신의 경험을 ‘흘러 갔다.’고 설명한다. 책에서는 몰입의 경험을 스포츠를 통해 하는 경우가 많은데 잭슨 박사는 그의 저서 《몰입과 스포초》에서 “실제로 통제력을 갖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열심히 노력하면 통제력이 생긴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다. 자신의 기량을 믿으면 해야 할 일이 할 수 있는 일이 된다. 이것은 힘과 자신감, 평온함으로 이어진다.”고 했다.
그러나 자신의 통제력을 과신해서는 안 되고 오만과 허세로 이어지면, 몰입상태가 깨지는 원인이 된다. 자신감을 갖되 겸손해야 한다는 말이다. 몰입은 누구나 가질 수 있는 평등한 경험일까? 남들보다 몰입을 더 수월하게 경험하는 사람도 있을까? 만약 그렇다면 성향이나 성격적인 특징이 유리한 요소로 작용할까? 사람마다 서로 다르게 나타나기도 한다고 하는 몰입의 특성은 무엇일까?
몰입을 경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구체적인 목표가 있어야 한다. 몰입을 목표로 설정하면 목표를 이룰 가능성은 별로 없다. 어떻게 달릴 것인지를 목표로 세워야 한다. 너무 과도한 목표는 불안을 유발하고 불안은 몰입을 저해하므로 몰입을 경험하고 싶다면 목표를 너무 낮게 잡아서도 안 된다. 집중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명상을 이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몰입의 시작과 끝은 내적 동기, 즉 어떤 활동을 향한 순수한 애정이다. 몰입의 경험은 사람마다 다르고 강도도 다양하며 구성요소의 전체 혹은 일부만이 나타나기도 한다. 그러나 결과와 무관하게 몰입은 즐거운 경험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완벽주의자가 되려고 하기도 한다. 또 실패할 경우에 그 원인을 어디에서 찾는가에 따라 인생이 좌우되기도 한다. 긍정적인 노력형 완벽주의자에게는 무언가에 도전하며 생긴 스트레스가 에너지원이 되어서 의욕을 높이는 요소로 작용한다. 그 일을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고 여긴다. 실패는 개인적인 결점이 아닌 성장 과정, 학습의 일부처럼 삶의 자연스러운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이와 같이 긍정적인 노력형 완벽주의자는 도전을 즐기고 위기를 감수하며 실패를 발전의 기회로 여긴다는 점에서 ‘실행 동기형’이라고 할 수 있다. 실행 동기형 사람의 특성은 긍정적인 관점에서 기억을 떠올린다. 이들은 실제 부정적인 감정이 들었던 일에 대해서도 다시 기억할 때는 긍정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실행 동기형이 되고 싶다면, 달리기 혹은 인생에서 만나는 모든 과제를 훌륭하게 해결해내기 위해 직면한 문제들을 즐기고 힘든 과정에도 가치를 부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썩 만족스럽지 않았던 달리기나 성적이 나빴던 기억도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이는 눈앞에 먹구름이 자욱할 때 한 줄기 빛인 희망을 찾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행동적 경향이 삶의 만족도와 깊이 연관되어 있는 건 당연한 결과다.
달리기를 하다 보면 언제든 넘어질 수 있고, 실패할 위험은 경기 내내 존재한다. 목표에 얼마나 다가갔는지, 목표를 정말 달성할 수 있는지는 결승선을 통과한 후에야 넘어지지 않고 꼴찌 아닌 성적으로 경기를 마쳤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그러므로 ‘출발선에서부터 오늘 지면 안 된다. 실패하면 안 된다. 절대 꼴찌로 들어오면 안 된다.’라고 생각하며 뛰는 것은 시작부터 끝까지 불안이 사라지지 않고 몰입과도 멀어진다. 몰입을 못할 뿐 아니라 경기를 무사히 마치고도 즐거움을 느끼지 못한다.
긍정적 노력형 완벽주의는 몰입에 도움이 되는 반면, 자기 비판형 완벽주의는 몰입 경험을 매우 어렵게 만든다. 몰입하기 쉬운 성격은 몰입을 자주 경험하는 사람의 특징과 경향을 종합한 것으로 목표 지향성과 내적 동기부여, 높은 자부심, 낙관적인 태도, 내적 통제력에 도달하려는 태도, 실행하면서 동기를 얻는 성향, 높은 성실성과 낮은 신경성 그리고 높은 집중력과 관련이 아주 많다.
지금까지 몰입의 요소와 몰입의 특징 등을 살펴보았다면 이제는 몰입이 왜 중요한가다. 단층촬영이나 기능적 자기공명영상과 같은 신기술 덕분에 과학자들은 사람의 뇌를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다. 몰입은 마음에서 일어나는 속임수가 아니라는 사실이 확실하게 밝혀졌고, 몰입 경험은 마음이 확장되는 과정이 아니라 인간이 계속해서 살아 숨을 쉬려면 반드시 필요한 기본요소가 드러나는 과정이라는 사실도 확인됐다.
인체 대사(에너지)를 대량으로 소비하며 정신적으로 고도의 집중력을 원하는 일을 하면서도 몰입하면 전혀 힘이 안 든다고 하는 것, 달리기 선수가 태어나 가장 빠르게 달리고도 정작 자신이 느낀 노력의 양과 고통은 크지 않았다고 밝힌 사례들이 많다. 이러한 경기력 향상 효과는 부족한 체력까지 대신할 수는 없지만, 생리학적인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방식을 변화시킬 수는 있다. 한마디로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몰입하면 피로와 고통이 부정적으로 인식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몰입은 검사로 확인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지금까지 연구자들에 의해 수많은 정보가 수집되었지만 상관관계만 알 수 있을 뿐 인과관계는 확인할 수 없었다. 기술은 계속 발전해 왔고 앞으로도 계속 발전할 것이다. 새로운 몰입검사법은 기능적 자기공명영상 같은 두뇌 스캔 장비에 의존할 것으로 전망되고, 뇌의 활성변화를 모니터링해 수집한 데이터는 몰입시 뇌의 생리학적 변화와 심리학적 변화가 서로 어떻게 상호 연관되어 작용하는지 폭넓게 이해하게 될 것이다.
보스톤 마라톤 대회와 뉴욕 마라톤 대회에서 각각 4차례나 우승하기도 한 ‘빌 로저스’는 1960년 말까지 자신의 재능에 만족하면서 그럭저럭 시간 보내며 운동을 좋아할 뿐이었다. 베트남 전쟁으로 위기가 고조되자 양심적 병력거부자로 등록한 뒤에는 보스턴의 한 병원에서 시신을 옮기는 일을 하며 전쟁을 비난했다. 조깅도 하지 않았던 그가 자신을 돌아보고 습관을 바꿔 훈련을 시작한 것은 병원노조를 조직하려다가 쫓겨난 뒤부터였다. 1973년 첫 출전한 보스톤 마라톤에서는 결승점에 가지도 못했다. 그리고 처음 완주기록은 2시간 28분, 그러나 그는 좌절하지 않았고 훈련 강도를 높여 매주 평균 193㎞를 달리며 훈련을 쌓았다. 이듬해 뉴욕 마라톤에서 2시간 35분이라는 실망스런 기록을 얻었지만 훈련은 계속했다.
1970년대에는 크로스컨트리 챔피언십이 전 세계적으로 경쟁이 치열했던 종목으로 다양한 거리를 주 종목으로 최고의 선수들이 참가했다. 1975년 모로코 리바트에서 개최한 세계 크로스컨트리 챔피언십에 참가한 로저스는 3위로 동메달을 땄다. 그리고 뒤이어 보스톤 마라톤 대회에서는 2시간 9분 56초로 우승했다. 기량이 절정에 오른 1978년에 총 30개 대회에 참가해 27개 대회에서 우승했다. 대단한 선수가 아닐 수 없다. 그런 그에게도 몰입이 힘들었던 시기가 있었다.
“경기에 너무 많이 나가서 그런지 몸과 마음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고 기능하면서 경기를 편안하게 치르지 못한 날도 많았어요.”
현재 로저스는 보스턴 ‘빌 로저스 러닝 컴퍼니’를 운영하며 강의도 하고 홍보도 하고 있다. 60대인 그는 여전히 짜릿한 경쟁을 즐긴다. 몰입 경험도 포기하지 않는다.
“나이가 들면서 노력해도 몰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먼 곳에서 열리는 대회에 출전하다 보면 너무 피곤해서 그런 것 같아요. 그래도 여전히 경기에 따라 수월하게 달리는 기분이 들고 시간이 순식간에 흘러가는 경험을 합니다.”
여기서 체크해야 할 것은 몰입은 누구에게나 즐거운 경험이기는 해도, 몰입을 경험한 사람 대부분이 몰입한 동안에는 행복감을 느끼지 못했다고 한다는 것이다.
【2부】몰입을 찾아서
모든 목표는 무언가 부족하거나 필요할 때 생긴다. 의욕을 얻고 무엇에 집중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부터 명확히 알아야 한다. 목표가 모호하면 잘 이루어지지 않고 평가하기도 어렵다. 달성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원하는 것이 명확해지면 목표에 얼마나 가까워졌는지 모니터링할 수 있다. 적절한 목표인지, 달성할 수 있는 목표인지? 이에 대해서는 1981년 조지 도란이란 학자가 경영관리자 사업 목적을 정의하고 실천하기 위해 만든 ‘SMART’라는 기준이 있다.
·Specific(구체성)
·Measurable(평가 가능성)
·Attainable(달성 가능성)
·Reievant(관련성)
·Time bound(시간제한)
이것은 자신이 세운 목표를 다각도로 사전에 검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용하다. 평가할 수 있는 구체적인 목표는 현실적으로 달성 가능하며 자신의 삶과도 관련이 있다. 기한을 정하고 진행 상황을 확인하면 노력한 만큼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도 훨씬 커진다. 해결해야 할 과제가 까다로울수록 보상도 커진다는 것이다.
만약 체중을 5㎏ 감량한다는 목표를 정하고 이 목표를 3개월 안에 달성하기로 정했다면 매주 몸무게를 재보고 목표에 얼마나 다가갔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확한 기한을 정하지 않으면 상황이 나아졌을 때까지 미뤄도 된다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기한이란 제약이 없는 목표는 책임 소재도 불분명해지고 열정도 시들해져서 그만두고 싶어질 가능성이 아주 높다. 힘든 일이 생기면 더욱 그렇다. 완수해야 할 동기가 없거나 작으면 포기도 쉬워진다는 것이다.
달리기에 있어서 어떤 목표를 정했다면 우리 몸이 그에 따라야 한다. 지구력과 체력, 속도, 근력, 유연성과 효율성, 부상 방지 능력까지 갖추어져야만 시작할 수 있다. 달리기에서 도움이 되는 신체 기술과 함께 더욱 강인한 정신력도 키울 수 있어야 한다. 정신력을 키우는 기술과 훈련법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달리기로 몰입을 경험하고자 할 경우에 정신력을 키우는 방법은 시각화와 명상법이 있다.
시각화는 출전하는 경기에 대한 사전 지식을 머릿속에 그리는 것으로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경우가 많으며 이것은 훈련과 함께 매일 얼마동안 계속하는 것을 권한다. 또 명상은 스트레스를 감소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은 이미 증명되었다.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눌 때 상대방의 말에 비판 없이 주의를 집중하거나 달리기할 때 호흡과 주변 환경에 집중하는 등의 덜 체계적인 방식으로 실천해 보는 방법을 말하는데, 힘든 과제를 성공적으로 해내고 나면 한층 더 높은 목표를 세우게 될 것이다. 명확한 피드백(행동이나 반응을 결과를 참고로 하여 수정하고 더욱 적절한 것으로 해 가는 방법)은 과제를 수월하게 완료하게 하는 발판이 되고, 이는 자신의 기량에 대한 인식을 높여 더욱 까다로운 목표를 찾게 될 것이다. 선행단계는 순서와 상관없이 몰입에 이르는 토대를 만들어 줄 것이다.
꾸준히 달리기를 하면 힘과 근력이 좋아지듯이 무언가를 해내는 연습을 한다면 집중력을 유지하는 능력도 좋아지게 된다. 명상이 집중력 강화에 효과가 우수하다는 사실은 이미 입증되었다. 집중을 방해하는 외적 요소를 의도적으로 차단하는 것, 종이 한 장에 문장이나 단어가 몇 개나 쓰였는지 수를 세거나 100부터 0까지 집중해서 숫자를 거꾸로 세어보는 것, 어떤 목록이나 시를 외우는 것 역시도 집중력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이다. 이 같은 방법을 매일 한두 가지 이상 반복적으로 실천하면 단기간 안에 놀랄 만큼 집중력을 키울 수 있다.
높은 기술 수준, 강력한 도전 의지, 명확한 목표, 정확한 피드백이 있을 때 몰입을 경험할 수 있다. 달리기를 즐기면서 몰입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달리기를 통해 일종의 몰입중독자가 되는 건 좋은 일일까? 인생에서 이루고자 하는 우선순위와 균형을 맞추고 스스로를 위험에 빠뜨리지 않는다면 몰입을 쫓아 단계를 뛰어넘으려고 하는 것은 대체로 좋은 일이다. 새로운 도전 과제를 찾기 위해서는 새로운 기술도 있어야 하고 기량을 다듬기 위해 노력도 해야 한다. 노력을 통해 달리기 실력은 향상될 것이다. 자신의 한계를 확장시키면 인식의 범위도 함께 확장되어 가능할 거라고 여겨지는 일도 많아진다. 지붕이 사라지고 세상은 가능성으로 가득해진다.
그러나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희열을 선사하는 마약처럼, 달리기를 통해 몰입을 쫓는 것 역시 중독될 수 있다. 다른 중독과 마찬가지로 몰입만 추구하느라 삶의 다른 부분이 망가지면 달리기라는 스포츠와의 건강한 관계가 무너진다. 산에 올라 그곳에서 멋진 풍경을 보는 것과 직장을 그만두고 가족과 떨어져 산속에서 은둔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몰입을 쫓다가 맞이할 수 있는 가장 큰 위기는 아마도 중요한 도전이 단숨에 물거품이 되는 순간일 것이다. 울트라 마라톤을 즐기다가 발목을 다친다면 다친 발목이 더 중요한 것처럼 말이다.
가끔 길에서 이어폰을 귀에 꽂고 음악을 들으면서 달리기하는 사람들을 보게 되는데 참 부럽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달리기할 때 음악을 듣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는 사람도 있다. 음악이 달리기 의욕을 북돋우는 강력한 도구인지 아닌지는 일단 시도해 보는 것이다. 이어폰을 꽂고 달리다가 안전 문제가 생길까 봐 걱정이 된다면 런닝머신에서 하면 될 것이고 한쪽만 꽂고 달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음악을 들으면서 달리면 통증과 불편한 감각, 힘들다는 인식이 분산되고 빠른 음악은 속도를 높이는 데도 도움을 준다. 반면 달리기하는 동안에 떠오를 수 있는 창의적인 생각에는 방해가 된다. 주변 소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즐거움과 안전 문제는 별개의 것이다.
다른 사람과 경쟁하면서 달리는 것은 어떨까? 인간은 천성적으로 경쟁하는 존재다. 경쟁을 통해 개개인이 가진 최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자신과의 경쟁도 강력한 동기가 될 수 있으나, 다른 사람과의 경쟁은 더 강한 자극을 준다. 경쟁하면서 어떤 일을 수행할 때 생리학적인 활성이 높아진다. 그러나 숙달된 과제는 다른 사람들 앞에서도 잘 수행하지만, 불편하고 까다로운 과제는 잘 해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모든 스포츠가 그렇지만 달리기는 한층 복잡하다. 대회에 출전하려면 수개월 혹은 수년 동안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더 빨리 달리고 싶다. 내 한계를 시험해 보고 싶다. 경쟁자를 이기고 싶다는 열망은 때때로 피로의 영향까지 거스르게 만드는 무형의 동력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몰입의 단계가 갖추어졌다고 하더라도 중요한 경기에서 반드시 몰입을 경험한다고는 할 수는 없다. 다만 몰입 기회를 높일 수는 있을 것이다.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서 인지적 전략을 활용한다면, 연습과 훈련을 확고히 했다면, 통제 가능한 요소들은 통제하고 과거의 몰입 경험을 발판으로 중요한 순간에 몰입의 경지에 들어 최상의 기분으로 달리게 될 가능성은 커질 것이다.
성과 지향적 태도 대신에 기술을 마스터한다는 목표를 향해 연습하면 몰입을 경험할 가능성이 커지고 달리기와 함께 삶 전체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몰입은 성과를 거두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신체적으로 가능한 수준을 넘어서는 성과를 억지로 만들어낼 수는 없다. 몰입은 마법이 아니다. 몰입에 몰두할수록 경험 가능성은 작아진다. 몰입은 3시간을 달리고도 30분을 달린 것처럼 느끼게 하는 놀랍고 멋진 결과일 뿐 몰입 자체는 목표가 될 수 없다.
미국 콜로라도 체리 고등학교 심리학 교사인 카달라노의 연구에 따르면 특정한 자극을 주지 않았을 때 대부분 학생들이 기억하는 날은 1년 중 20∼25일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러나 자극이 주어지면 100∼120일로 껑충 뛰었났다. 기억을 되살리게 하는 일은 생일, 죽음, 관계를 새로 맺거나 끝냈던 날, 친구들과 함께 보낸 잊지 못할 밤 등 극단적이고 무작위적인 경향으로 나타났다. 그는 말한다. “이게 사실이라면 우리가 태양 주변을 여행할 때 특별한 자극 없이는 1년에 겨우 20일 정도만 기억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나머지 날들은 살지 않은 것이나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사람들에게 최대한 많은 기억을 만드는 것을 인생의 목표로 삼으라고 늘 이야기합니다. 놀랄만한 일, 오래 기억에 남을 일들을 많이 만들라고 말이죠.”
궁구난방(衆口難防)이었다 싶은 글을 마무리해야 할 것 같다. 356페이지까지 읽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달리기, 몰입의 즐거움》이란 이 책은 각 단원 마지막에 핵심을 요약해 두고 있는데, 결론은 이렇다. “살아갈 가치가 있는 삶은 충만한 삶을 의미한다. 목적의식을 갖고 참여하며 의미 있는 여가 활동을 즐기는 삶이다. 목적의식을 찾는 것은 삶을 행복하게 살기 위해 꼭 필요한 요소다. 목적은 시간이 흐르면 바뀔 수 있다. 참여는 현재에 머물고 스스로의 삶에서 능동적으로 가능하고 자신의 활동에 몰두하는 것을 의미한다. 몰입은 참여를 강화한다는 측면에서 행복한 삶에 가장 크게 기여한다. 몰입은 달리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달리기를 하면서 알게 된 몰입은 삶의 다른 분야에 전이될 수 있다. 삶의 모든 부분에 몰입하고 그 순간에 집중하는 것이 충만한 삶이다. 과거의 일은 마음속으로 되새겨보면서 만끽할 수 있고, 현재는 지금 이 순간에 완전히 참여함으로써 만끽할 수 있다. 미래에 일어날 일도 고대하면 만끽할 수 있다.”
인생을 가장 열정적으로 사는 삶이야 말로 좋은 삶 행복한 삶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