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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채널마다 요리 프로그램과 먹방이 쏟아지는 바야흐로 먹거리 춘추전국시대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먹는 일만큼 즐거운 일이 없기 때문에 재미와 웃음, 나아가 정보를 전해주는 쿡방에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고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올바른 식생활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나 먹거리에 대한 문제의식 없이 너무 재미와 오락으로 치우치는 경향에 대해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어린시절 맛 본 음식이 평생의 입맛을 좌우한다는 식생활 교육 측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에 따라 이번 기획에서는 충북지역에서 나는 특산품을 활용해 현대인의 입맛을 사로잡으며 지역 관광화 효과까지 내고 있는 신토불이 향토음식점을 농가맛집 중심으로 8차례에 걸쳐 소개하고자 한다. / 편집자
청주에서 초정 방향으로 가다 우산리 표지판을 지나 농가로 들어서면 올망졸망한 장독 1천여 개가 자리잡고 있는 아담한 집 한 채를 만나게 된다.
옛부터 물 좋기로 유명한 초정리 자락에 위치한 농가맛집 '다농'(대표 조정숙·56).
쭉 늘어선 장독 위에 무언가 사인으로 얹혀져 있는 두개, 세개의 조약돌이 방문객을 미소짓게 한다.
음식점으로 들어가는 길을 안내하는 잘 가꿔진 잔디와 현관 입구에서 생동감을 입고 있는 화분들이 맑은 미소를 담고 있는 주인과 닮았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30여년 전 종갓집으로 시집온 조 대표는 시어머니께 종가의 장 담그는 법과 종가음식을 전수 받았다.
그러던 1992년 남편과 함께 발효음식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한국사람이라면 누구나 먹는 고추장, 된장, 간장이지만 젊은 사람들은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막막해 하는 점에 주목해 '장류담그기 체험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체험에 참가한 사람들에게 그동안 가족들에게 해왔던 것처럼 부추 철에는 장떡을 부치고, 채소가 많이 나는 봄·여름에는 제철채소 샐러드 자연스럽게 식사를 대접하게 되었는데 맛있다는 칭찬이 이어졌다.
이어지는 칭찬은 조 대표를 '6차 산업 아이디어로 제대로 된 먹거리를 보급해 보자'는 생각을 하게 했고, 그 생각들은 '건강 먹거리 맛집'을 운영해야겠다는 결론에 이르게 했다.
그때 마침 전통음식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친정언니의 소개로 100년 전 청주의 음식조리서인 '반찬등속'을 알게 되었고 내친김에 연구회에 들어가 조리법을 익혔다. '반찬등속'은 1913년 청주 강내(현재 흥덕구 상신동)에 살았던 진주 강씨 집안 강귀흠의 부인인 밀양 손씨가 자신의 요리법을 집안의 며느리들에게 전하기 위해 한글로 작성한 충북 최초의 요리책으로, 김치, 짠지, 과자, 떡, 음료 등 46가지 음식의 만드는 법을 수록하고 있다. 이 책은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반의 청주의 양반가들이 무슨 음식을 해먹으며 살았는지 알 수 있는 '청주음식문화의 원형'을 찾는 단초이기도 하다. 농가맛집 '다농'에서는 '반찬등속' 음식 중 외이김치와 화병을 만날 수 있다.
"결심은 했지만 돈을 받고 음식을 판다는 것이 익숙하지가 않아서 중압감이 너무 크더라구요. 그래서 오픈이 늦어졌죠. 2014년 4월이 되어서야 우리 지역에서 나는 농특산물이 무엇인지, 내가 가지고 있는 장점이 무엇인지를 고민해 모든 재료와 소스를 친환경으로 하는 이 집을 열게 되었어요."
그 과정에서는 충북도농업기술원의 도움도 많이 받았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주메뉴는 청국장 정식, 한우구이정식, 고추장감정이다. 거기에 콩탕, 뿌리채소샐러드, 호박잎전병말이, 두부 까나페, 버섯겨자채, 궁중떡볶이, 외이김치, 화병, 김칫국, 김치 등이 곁들여진다.
그녀가 정갈하게 내놓는 상위의 콩탕은 콩을 삶아서 곱게 갈아 약간의 버터와 소금간을 해서 스프처럼 먹는 죽이다. 이어 질좋은 한우나 돼지고기에 영양부추와 팽이버섯을 곁들여 내는 맥적, 소스를 달리한 잎채소·뿌리채소 샐러드, 겨자소스를 끼얹은 버섯구이, 유린기 소스로 졸인 두부 위에 고운 감자채와 튀긴 깻잎은 얹은 두부 까나페, 호박잎에 무채를 싸서 말은 호박잎 전병말이, 제철 나물반찬, 장아찌, 세계 3대 광천수인 초정약수로 담근 김칫국, 한 입에 먹기 좋게 돌돌 말은 김치가 차려진다.
손님들의 특별한 주목을 받는 청주의 100년 전 음식인 '외이김치'는 열무에 초를 치고 갖은 양념을 해 속을 파낸 오이속에 넣어 만드는 요리로 상큼한 맛이 입맛을 자극한다. 또 인절미에 얇게 채썬 계란지단을 묻혀 실고추와 파란 콩가루를 얹은 범상치 않은 비주얼의 '화병'은 쫄깃쫄짓한 맛이 일품으로 위장을 보호하는 음식이다.
1992년 국가지정 전통식품 생산업체이기도 한 '다농'의 모든 음식은 지역에서 생산된 콩을 이용하고 자연발효시킨 전통 장으로 기본 맛을 낸다.
"음식은 생명과 직결되는 거잖아요. 그래서 좋은 걸 먹어야 한다는 것이 저의 원칙이자 철학입니다. 따라서 지역에서 나는 신선한 식자재가 첫째이고, 그 다음이 맛이죠. 먹는 사람들이 한 점의 의심없이 행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주인이 마음을 다해 완성해 낸 음식들은 감탄과 찬사를 받으며 손님들에게 전달된다. 이젠 전국 각지에서 정기적으로 찾는 단골도 많다. 최근 이 곳은 청주를 찾는 외국인들에게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청주가 문화예술도시로의 도약을 거듭하면서 중국, 일본 등 외국인들이 맛보는 청주의 음식으로 명성을 얻고 있다.
"아무리 좋은 음식비법도 나만 가지고 있으면 후세에는 없어지는 거잖아요. 그래서 제가 연구하고 만들어온 몸을 살리는 음식을 많은 사람들에게 먹여보고, 가르치며 보급해 나가고 싶습니다. 그게 앞으로 남은 꿈이죠."
조 대표는 모두가 자기 집안의 방식으로 담고 있는 장류를 표준화, 규격화하는 꿈을 꾸고 있다. 현재 가지고 있는 1천여개의 장독속 장류를 기반으로 된장박물관 건립하고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해 우리나라에 꼭 필요한 음식을 공유할 계획이다. 조 대표는 성심을 다한 음식을 손님들에게 제공하며 '음식+교육+투어'를 콘텐츠로 한 음식체험, 문화체험, 힐링체험이 있는 '다농'의 꿈을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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