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상-하이데거_예술,종교의 세계
예술, 종교의 세계
내 나름대로 해석을 해보면, 하이데거가 예술의 세계에서 강조하려 했던 것은 '그늘`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과학의 세계에서는 투명하게 모든 것이 드러나는 밝힘이 강조되었다면, 예술의 세계에서는 '그늘'과 '은닉'을 강조한다고 보는 것이다. 하이데거는 '존재(있음)' 라는 말이 모든 것이 똑같이 있음을 뜻하는 것이 아니며, 거기에서 본래적 존재(있음)와 비본래적 존재(있음)를 구별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본래적 존재(있음)란 무엇인가?
전통철학은 본래적 있음이란 변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것은 이데아와 같이 영원한 것이다. 그러나 하이데거는 이제 존재(있음)'를 동사적으로 생각할 것을 주문한다. 이제까지 '있음'은 정태적이었고, 실제적인 '있음'이 정태적이기 때문에 불변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변화하는 '있음'은 지금까지의 철학에서는 거짓 또는 가짜라고 보았다. 그것은 비존재이다. 존재는 변화하지 않는 이데아, 지속성, 항상성이라는 성질을 갖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하지 않는 것을 알아블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이성뿐이었으며, 이러한 존재가 최고도로 이루어진 것은 결국 신 안에서이다. 그래서 신은 존재 자체이고 본질 자체로 이해되었던 것이다. 이후 중세를 거쳐서 근대로 오면서 이 존재자의 자리에 인간이 들어서게 된다. 존재란 일정한 자리를 차지하고 소유하며 점령하면서 물러서지 않고 지속적으로 영원히 거기 머물러 있는 것이다. 이제 그 자리에 인간이 들어앉아 마치 신처럼 모든 것을 지배하게 되기에 이른 것이다. 서양 철학에서는 존재 안으로 들어오지 않는 것들은 모두 제거해버렸는데 그것이 바로 "무"이다. 즉 존재 속에 없는 것은 '무'라는 것이다. 나중에는 이성적으로 설명될 수 없는 모든 것들이 다 이 무 속으로 편입되기에 이른다
따라서 서양의 역사는 존재 중심의 역사이며 그것은 무 제거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이 없다고 모두 제거해버린 것이 사실은 없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현대는 어떻게 보면 그렇게 서양이 없는 것으로 제거해버린 무가 반란을 일으키고 있는 시대이기도 하다. 이를테면 그것이 생태 파괴와같은 현상으로 우리에게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존재(있음)를 동사적으로 보면. 그것은 변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있는 것이 아니라 시간 속에 있는 것이다. 존재(있음)를 동사적으로 생각하면 이는 곧 '시간 속에 있음'이다. '시간 속에 있음' 은 '없음'을 전제로 한 있음으로, 없음에서 나와서 잠시 있음에 머물다가 다시 없음' 속으로 들어 가는 있음이다. 따라서 시간 속에 있음'에는 항상 없음 과 있음'이 함께 이어져 있다. 그리하여 그것은 없이 있기도 하고 '있이 없기'도 하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시간 속에 있지만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것 을 본질(wesen)이라 하는데, 하이데거는 그 본질도 동사적으로 볼 것을 요청한다. 동사적으로 보면 본질(Wesen)은 없이 있는 것으로, 있기는 있되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게 있으면서 그것(본질)은 끊임없이 존재(있음)를 떠받치고 있다. 존재(Sein)는 시간 속에 드러나 있는 것인데, 존재가 있기 위해서는 없이 있는' 본질(wesen)이 그 존재(있음)를 뒤에서 떠받치고 있어야 한다. 따라서 '없이 있음'은 있는 것'을 있게끔 하고 자신은 숨는 것이다. 하이데거는 이를 '존재 자체'라고 말한다.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모두 존재자인데 존재자를 존재자로서 보기 위해서는 존재가 존재자를 그 앞에 내세우고 자기 자신은 숨기고 있음이 전 제됨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유비적으로 자연과 자연 사물을 들수 있다. 자연은 자연 사물이 아니다. 그러나 자연 사물이 있기 위해서는 자연이 있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존재하는 것 (있는 것)이 있기 위해서는 바로 그 존재(있음)가 있어야 한다. 드러난 것들이 드러난 것들로 있기 위해서는 드러난 것을 드러나게 하고 자기 자신은 숨기는 존재(있음)가 있다.
이것이 하이데거가 존재(있음)를 동사적으로 생각하라고 요청하는 요지이다. 동사적으로 존재함(있음)은 시간 속에 있음이며, 그것은 자기 자신을 전부 내보일 수 없다. 그것은 항상 숨겨져 있다. 하이데거는 역사는 존재가 자기를 내주는 '존재[보냄]의 역사' 라고 말한다. 존재가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내주는 것이 존재의 역사이지만, 거기에는 주는 것보다 숨기는 것이 더 많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예술의 세계에서는 예술가들이 바로 이 '숨김'을 보는 것 이다. 있는 것을 드러내고, 강조하고, 설명하는 과학의 세계에 반해 예술의 세계에서는 오히려 있는 것에 가려져서 없는 것으로 간주되고 있는, 그리하여 우리의 시각이 그리로 향하지 않는 것을 부각시킨다. 따라서 예술의 세계에서는 '차이' 와 '무 그리고 '성스러움'이 강조된다. '무' 제거의 역사에서 가장 먼저 사라진 것은 바로 '신' 이었다. '신'은 없는 것 중에서도 가장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신'은 없이 있다. 예술의 세계에서 강조하는 차이, 무, 성스러움은 이성적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성의 눈으로는 거기에 도달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