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학, 의학과 만나다
도래하는 4차
산업혁명, 유전자를 정보화하다
공대상상 예비 2018 Autumn Vol. 25
글: 김호현, 재료공학부
2 / 편집: 신동욱, 화학생물공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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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학과 공학의 세계에 관심이 많은 독자라면, 최근 뉴스나 영상 매체로부터 ‘4차 산업혁명’이라는 표현을 수없이 접해 보셨을 겁니다. 정보 기술●과 결합하여 비약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현대 산업을 표현하기 위해 ‘정보화 혁명’이라고도 부르는데요. 이는 지금껏 인간사에서 가장 중요한 관심사였던 의료산업에서도 탁월한 성취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공학, 의학과 만나다’ 코너의 이번 호 주제는 의공학●● 분야에서도 IT와의 시너지 효과를 눈에 띄게 보여주고 있는 유전체의학 기술입니다!
과거로부터 인간은 개개인의 신체 구조에 알맞은 치료법을 제시하고자 노력해왔습니다. 우리나라 역사에서 이제마의 ‘사상체질의학’●●● 이 이러한 시도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지요. 현대 과학의 발전과 함께 인간은 ‘맞춤 치료법’ 개발에 한발 다가가게 됩니다. 20세기 그리피스, 에이버리 등 수많은 과학자의 연구 덕분에 개개인의 표현형을 결정하는 유전 물질이 DNA임이 밝혀졌고 2003년 인간 게놈 프로젝트●●●●가 완성되면서 인간의 DNA 염기 서열이 완전히 밝혀졌습니다. 그 후 유전체를 의료 목적으로 이용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며 유전체 의학 분야는 비약적인 성장을 이루었습니다.
● IT(Intelligence Technology)라고도 부른다.
●● 의학과 공학의 결합. 보건 진료의 용도를 위해 의료와 생물학의 설계 개념, 공학 원리를 융합시킨 새로운 응용 분야이다.
●●● 태양인, 소양인, 태음인, 소음인의 네 가지 체질(사상)을 설정하여 각기 체질에 따라 성격, 심리 상태, 내장의 기능과 이에 따른 병리, 생리 등을 분류하는 의학이다.
●●●● Human Genome project. 6개국의 공동 연구로 인간의 약 30억개의 뉴클레오타이드 염기쌍의 서열을 밝히는 것을 목표로 진행한 프로젝트이다.
2005년 엘리우 아브라함스(E. Abrahams)와 그의 동료들은 유전체 의학 분야의 성장을 바탕으로 맞춤 진료를 위해 현대 의학이 가져야 할 방향성에 대해 언급하였습니다. 그들은 현대 의학이 보건학적 통계에 근거한 표준화된 치료법을 제시하는 것이 아닌 개인의 특성 — 특히 특정 유전병을 발현시키는 위험 인자●나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전자형●● — 을 고려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요. 이에 더해 혹자는 미래 의학이 맞춤 진료 의학(Personalized medicine)을 포함하여 예방의학(Preventive
medicine) 및 예측의학(Predictive medicine), 정밀의학(Precision medicine), 참여의학(Participatory medicine)의 ‘5P 의학시대’를 내다보고 발전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 이러한 ‘5P 의학시대’가 현실로 다가온다면, 미리 유전자 서열을 해독하여 아이가 앓게 될 질병 및 질환을 예측하는 영화<Gattaca>의 장면도 더 이상 터무니없는 상상이 아닐 것입니다. 그렇다면 다가오는 5P 의학시대를 위해 의료계 및 유전체학계의 최전선에서는 어떠한 연구와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죠!
먼저 맞춤 진료의학(Personalized medicine)을 가능하게 하는 것들의 예시로는 DNA의 변이(variant)를 들 수 있습니다. 인간의 DNA는 약 30억 쌍의 염기로 구성되어 있고, 서로 다른 인간의 경우에도 유전자의 99.7%가 동일합니다. 결국 그 수많은 유전적 다양성을 만들어 내는 것은 0.3%의 나머지 유전자로서 그 나머지를 나타내는 염기 서열에서는 평균적으로 대부분 인류가 동등하게 가지는 규칙적 변이와 특정 유전병을 발현시키는 불규칙적 변이가 존재합니다.
규칙적 변이는 평균 염기 서열 300개당 1개의 꼴로 발생하며, 흔히 단일 염기 다형성(Single Nucleotide Polymorphism, SNP)이라 부릅니다. 이러한 변이 하나가 단백질 번역 과정●●●●에서 항상 변화를 일으키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SNP는 생물학적 다양성으로, 혹은 특정 유전병의 위험요소를 나타내는 지표로도 간주할 수 있기 때문에 염기 서열을 읽어내어 SNP를 찾아내는 것이 맞춤 진료 의학의 핵심 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SNP의 형성
(출처: https://www.tubascan.eu/tubascan/snp/)
영화 <GATTACA>의 포스터와 장면
● Risk factor. 흔히 가족력이라 불리우는 유전병을 발현시키는 유전자.
●● 겉으로 드러나는 표현형과 달리
부모 개체로부터 어떤 대립 유전자를 물려받았는지 나타낸다.
●●● 의사를 위한 알기 쉬운 유전체의학 지상 특강, 김경철 박사(medigatnews.com/news/313986571).
●●●● Translation. DNA 서열로부터 전사(Transcription)된 mRNA가 세포질로 이동한 뒤 리보솜이 부착되어 RNA 서열을 단백질로 읽어내는 과정이다.
예방의학 및 예측의학(Preventive & Predictive medicine)의 실현을 위해서는 이러한 변이를 직접 알아내기 위한 ‘플랫폼’을 설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SNP를 관찰하기 위해서는 특별히 제한절편길이 다형성(Restriction Fragment
Length Polymorphism, RFLP)이라는 기술을 사용합니다. RFLP의 보편적인 방법은 태그맨(TaqMan)이라 불리는데, 이 기술은 수천 개의 구멍이 나 있는 얇은 판에 해당하는 부위의 염기 절편을 각각 담고 특정 염기서열에 대응하는 프로브●를 형광처리해서 반응시킵니다. 이는 수십 명이 가진 수십 개의 DNA를 한꺼번에 검사할 수 있는 효율적인 방법으로 질병 예측 검사 서비스의 상용화 및 최적화에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반도체 기술의 발달로 유전체의학은 조금 더 빨라지고, 정밀해졌습니다. 그 덕을 가장 많이 보았다고 할 수 있는 NGS(Next-Generation Sequencing)는 정밀의학(Precision medicine)의 발전과 궤를 같이하는 첨단기술입니다.
RFLP
(출처: https://www.thermofisher.com/kr/ko/home/life-science/sequencing/fragment-analysis/restriction-fragment-lengthpolymorphism-rflp-analysis.html)
수십 년 동안 DNA 염기의 서열화●●는 노벨상 수상자인 프레드릭 생어(F. Sanger)가 제시한, 전기 영동●●● 후 형광 물질을 레이저로 반응시키는 방법을 사용했는데요. 현재는 듬성듬성 찢어낸 DNA의 염기 서열을 각각 해석하고 중복되는 부분을 통해 DNA 전체 서열을 읽어내는 기법을 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방법은 기존의 생어시퀀싱(Sanger Sequencing)과 달리 데이터의 병렬 처리가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주목을 받았습니다. 병렬 연산은 컴퓨터의 연산 속도를 가장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무어 법칙●●●●으로 대변되는 컴퓨터의 발전 속도와 더불어 DNA 시퀀싱 기술은 매년 유전체 분석법을 바꾸게 할 정도로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최근에는 DNA 분자가 막에 존재하는 나노 크기의 구멍을 통과할 때,
● Probe. 특정 염기 서열에 대응하는 짝 염기서열로 이루어져 있는 핵산을 사용한다.
●● 순서를 매기는 것. 시퀀싱(Sequencing)이라고도 부른다.
●●● DNA 절편이 전하를 띠게 만들어 전기장이 걸린 젤 상에서 이동 속도의 차이로 분리되게 하는 방법.
●●●● Moore’s Law. 반도체 집적회로의 성능이 24개월마다 2배씩 증가한다는 이론으로, 반도체 기술이 얼마나 압도적인 성능 향상 양상을 띠고 있는지 나타내는 상징적인 법칙이다.
구멍의 이온 흐름 변화를 pH 변화에 따른 전기 신호로 읽어내 불과 15분만에 DNA 서열을 완전히 읽어내는 방법●도 등장했답니다!
5P 의학시대의 의의는 무엇보다도 피진료자와 진료자의 구분이 모호해지는, 참여의학 (Participatory medicine) 기술이 상용화된다는 것입니다. 기존의 의료 시스템은 전문성을 독점한 의사에게 환자가 찾아가 비용을 부담하고 데이터를 측정해 제공받는 형태로 이루어졌습니다. 하지만 IT와의 결합으로 이제는 환자들도 의료 데이터를 스스로 생산할 수 있는 시대가 찾아올 것입니다. 임상시험, 의료기기 제작 및 테스트와 같이 의료 데이터를 생산하는 과정의 주체는 더 이상 의사만이 아닙니다. 환자들은 자신의 유전자 데이터를 주체적으로 수집하여 타인과 공유하면서 빅데이터를 만들고, 동시에 그 빅데이터를 이용하여 자가 진단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이미 미국에서는 페이션트라이크미(PatientsLikeMe)라는 플랫폼을 활용해 이러한 의료 체계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
다가오는 5P 의학시대에 살게 될 우리는 병원에 찾아가 표준화된 진료를 받는 대신 집에서 키트를 이용해 자가 진단을 하고, 개인의 유전자 지도를 이용해 맞춤형 진단을 받는 세상을 맞이할지도 모릅니다. 정보가 홍수처럼 쏟아지는 정보화 시대에, 세상을 한 차원 변화시키는 것은 수많은 정보와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하고 가치 있게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입니다. 따라서 단순히 새로운 편의를 만끽하는 것이 아니라, 쏟아지는 생체정보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분석하고 사용할 것인지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입니다.
(좌) NGS 방식의 개요(출처: https://www.quora.com/How-has-sequencingtechnology-advanced-since-the-development-of-the-process-by-Fred-Sanger)
(우) n anopore 방식의 개요(출처: http://blogs.nature.com/naturejobs/2017/10/16/techblog-the-nanopore-toolbox/)
수많은 환자들의 의료 데이터가 공유되는 ‘PatientsLikeMe’사이트 화면
● https://nanoporetech.com/how-it-works
●● http://www.yoonsupchoi.com/2016/06/04/participatory-medic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