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수컷을 매우 쳐라 / 이정록
어물전이며 싸전, 골목골목 좌판을 펼쳐놓고있는 사람들, 십중팔구 여자다. 여자라고 부르기에 뭐한 여자다. 서로 여자라는 것을 알려주려는 듯, 심심찮게 이 여편네 저 여편네 악다구니를 끼얹는, 세 바퀴 반을 돌린 털목도리들이다. 생선 비늘 덕지덕지한 스폰지 파카들이다. 좌판이 키워왔는지 궁둥이를 중심으로 온몸이 뭉쳐져 있다
저 자리들을 모두 수컷들로 바꿔놓고 싶다. 마늘전 김봉길 씨와 옹기전 심정구 씨만 빼고, 썬그라스와 방수 시계를 파는 서부사나이만 놔두고, 종일 내기 윷 노는 담뱃진들과 주정이 천직인 저 가래덩이들을 검정 비닐봉지에 한 열흘 집어넣었다가 좌판에 꿇어앉히고 싶다. 나오자마자 파주옥이나 당진집으로 달려갈 저 수컷들을 한 장 토막이라도 돼지쓸개처럼 묶어 말리고 싶다. 선거 철에만 막걸리 거품처럼 부풀어오르는 저 수컷도 아닌 수컷들을 외양간 천장이나 헛간 추녀에 매달아 놓고 싶다
궁둥이들의 가슴을 보아라. 밥이란 밥 다 퍼주고, 이제 구멍이 나서 불길까지 솟구치는 솥 단지가 있다. (이 땅의 여인들에게선 불내가 난다. 수컷들에게서도 설익은 불내가 나지만, 그것은 오래 쓰다듬어주기만 한 여인들에게서 옮겨 간 것이다.) 깔고 앉았던 박스를 접고 천 원짜리 몇을 다듬고 있는 갈퀴 손 으로 저 잡 것들의 버리장머리부터 쳐라. 그리하여 다리몽둥이 절룩거리는 파장이 되게 하라. 돌아가 저녁상을 차리고, 밤새 또 술 주정을 받아내야 하는 솥단지들이여. 삼밭 장작불처럼, 이 수컷을 매우 쳐라
- 이정록 시집 < 제비꽃 여인숙 >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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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淸韻詩堂, 시인을 찾아서 원문보기 글쓴이: 동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