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1010 (화) 강서구청장 사전투표 22.64%…“보수결집” vs “정권심판”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사전투표율이 22.64%로 역대 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를 통틀어 가장 높은 것을 두고 여야는 각자 “우리에게 유리한 결과”라며 아전인수식 해석을 내놨다. 국민의힘은 “보수 지지층이 결집한 효과”라고 했고, 더불어민주당은 “정권 심판론에 무게가 실린 것”이라고 했다. 여야는 10월 11일 본투표 당일 최대한 많은 지지자들을 투표장으로 끌어내기 위해 주말 동안 지도부가 나서 현장 지원 유세를 이어갔다.
● 與 “보수 지지층 결집한 결과”
10월 8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10월 6, 7일 치러진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사전투표에는 선거인 50만603명 중 11만3313명(22.64%)이 투표했다. 이전까지 역대 지방선거 중 가장 높았던 지난해 6·1지방선거 사전투표율(20.62%)과 역대 재·보궐선거 중 가장 높았던 2021년 4·7재·보선(20.54%)보다 높은 수치다. 국민의힘은 예상보다 높게 나온 사전투표율에 대해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구속영장 기각,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 등을 거치면서 야권에 반발한 여권 지지층이 일제히 사전 투표소로 나온 것”이라고 해석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8일 서울 강서구 지원 유세 도중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에 대한 심판 의지가 확고하게 드러나고 있는 것으로 본다”고 했다.
다만 당내에서는 높은 사전 투표율이 꼭 여당에 유리하다고만 해석하긴 어렵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투표율이 높고 낮음에 따라 여야 중 누가 더 유리하다는 도식은 깨진 지 오래”라며 “여야 지도부가 조직을 총동원하다 보니 사전투표율이 높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당 관계자는 “투표에 적극적인 유권자들은 이미 투표를 한 것”이라며 “사전투표율에 고무되지 말고, 아직 투표소에 나오지 않은 우리 지지층을 결집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투표장에 아직 나오지 않은 지지층은 물론 중도층과 강서구민 다수를 차지하는 충청 지역 출신 유권자들을 중심으로 유세를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휴일인 이날도 강서구에서 선거운동을 이어 나갔다. 김기현 대표와 함께 윤재옥 원내대표, 이철규 사무총장은 교회와 전통시장 등에서 현장 유세를 펼쳤다.
● 野 “최종 투표율 40% 넘을 것”
민주당은 내부적으로 높은 사전투표율에 고무된 분위기다. 당내에서 승리를 점쳐볼 수 있는 투표율 ‘매직넘버’로 40%를 꼽는 가운데 “이 기세대로라면 최종 투표율 40%를 가뿐히 넘길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반영된 것. 특히 강서구가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세가 높은 지역인 만큼 유권자 중 40%가 투표에 나선다면 유리할 것이란 계산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물론 사전투표율이 높다고 우리에게 유리하다고 장담하긴 어렵다”면서도 “아무래도 투표율이 높다는 건 그만큼 윤석열 정부에 대한 불만이 크게 작용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정권 심판론의 영향으로 봐야 한다는 것. 진교훈 후보 캠프 관계자는 “본투표일이 평일인데도 최종 투표율이 40%를 넘어선다면 민주당 입장에선 의미 있는 선거가 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역시 남은 이틀 동안 집중 유세를 통해 마지막까지 지지층의 투표율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진교훈 후보는 이날 ‘강서 방방곡곡 유세’를 펼치며 표를 호소했고, 홍익표 원내대표는 휴일인 10월 7일 모든 공개 일정을 진교훈 후보 지원 유세로 소화했다. 이재명 대표는 10월 7일 지원 유세를 펼친다고 공지했다가 건강상의 문제로 2시간 전 취소했지만 본투표 전 현장에 나설 가능성은 열려 있다.
하태경 ‘서울 출마’ 선언… 당내 '도미노 효과' 부를까
부산 해운대구갑을 지역구로 둔 3선의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내년 총선에서 서울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당내 ‘도미노 효과’가 나타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하태경 의원의 서울 출마를 당이 제안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총선을 6개월 앞두고 현역 의원들의 긴장감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하태경 의원은 10월 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내년 총선에서 고향인 해운대를 떠나 서울에서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하태경 의원은 부산에서도 보수 성향이 강한 해운대갑에서 지난 19대 때부터 내리 3선 고지에 올랐다. 그는 “서울 출마는 정치 소신”이라면서도 당에서도 관련 요청을 했다고 밝혔다. 당 지도부는 지난 8월 말 그에게 서울 출마를 권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태경 의원은 총선 서울 출마를 두고 ‘정치 소신’에 따른 결단이라는 점을 강조했지만, 이는 당내 비주류로서의 입지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같은 당 영남 지역 한 의원은 “내년 총선에서 3선의 하태경 의원이 해운대갑에서 다시 공천받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당내에 퍼졌던 만큼, 그가 공천을 못 받을 바엔 선제적으로 서울에 출마해보자는 생각을 한 게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해운대갑은 대통령실 출신인 박성훈 해양수산부 차관과 윤석열 대통령의 40년 지기인 석동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 등의 출마가 꾸준히 거론돼왔다.
당내에서는 하태경 의원의 서울 출마 선언을 신호탄으로 일부 다선 의원들의 수도권 출마 선언이 이어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국민의힘 소속 의원은 111명인데 부산·울산·경남과 대구·경북 등 영남 지역 의원들이 절반(56명)에 이른다. 부산의 경우 주진우 대통령실 법률비서관,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이 등이 총선 출마 채비를 하고 있어 현역과 경쟁이 불가피해 보인다. 티케이(TK)의 경우에도 지금까지 현역 물갈이 비율이 높았다. 21대 국회에서 대구는 12명 현역 중 7명이 초선, 경상북도는 현역 13명 중 7명이 초선이다. 당 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수도권으로 지역구를 옮기거나, 불출마를 선언하는 다선 의원들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때 대선주자급으로 분류되던 김태호 의원(3선)의 수도권 출마 가능성도 거론된다.
예비후보 등록 전엔 명함도 못돌려… "신인만 모래주머니"
‘기득권 선거법’에 발목이 잡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뛰고 있는 정치 신인의 생각은 어떨까. 중앙일보는 6개월 앞으로 다가온 2024년 4·10 총선 출마를 노리는 여야 정치 신인 4명의 목소리를 들었다. 대통령실 행정관이나 정당 대변인단, 국회의원 보좌관 등 중앙 정치 무대에서 일했던 이들조차도 지역구 현실 정치는 “커다른 벽과 같았다”고 입을 모았다.
상대적으로 젊은 이들은 당장 돈 문제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현재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현역으로 있는 서울 서대문갑에 민주당 공천을 받아 출마하려는 권지웅(35) 전 민주당 청년대변인은 “누가 저를 ‘후원하고 싶다’고 해도 예비후보 등록 전까진 후원금을 받을 수 없다”며 아쉬워했다. 정치자금법은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자와 예비후보자에게 후원회를 허용하는데, 공직선거법은 선거일 전 120일이 지나야 예비후보자로 등록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쉽게 말해 누가 정치 신인을 후원하고 싶어도 올해 12월 12일 지나야 가능하다는 얘기다.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의 지역구인 충북 충주에 도전하려는 국민의힘 소속 이동석(38) 전 대통령실 행정관은 “모을 수 있는 정치 자금의 규모도 문제”라며 “현역 의원은 매년 1억5000만원을 모금할 수 있고, 거기에 선거가 있는 해에는 3억원까지 모금하지만 신인은 절반인 1억5000만원까지밖에 모금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정치 행보를 하려면 돈이 들 수밖에 없는데, 신인에게는 정치 자금이 굉장히 큰 부담”이라고 했다.
당장 얼굴을 알리는 것도 신인에는 큰 숙제다. 대구 중·남구에서 임병헌 국민의힘 의원에게 도전장을 내미려는 강사빈(22)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은 “원외 신인은 당원 명부를 열람할 수 없어 지역 주민과 연락할 기회가 없다. 시작부터 ‘맨땅에 헤딩’”이라며 “당직 업무를 하면서 틈틈이 대구 지역 방송에 출연해 얼굴과 이름을 알리고 있다”고 말했다.
애초 현역에 비해 인지도를 높일 기회가 막혀 있는 것도 이들에겐 커다른 장애물이다. 언제든 유권자와 만나 정치적 발언을 할 수 있는 현역과 달리 신인은 예비후보자 등록 전까지는 선거운동에 상당한 제한을 받는다. 이동석 전 행정관은 “그나마 SNS에선 ‘충주에 ○○을 유치하겠다’ 정도 쓰는 건 가능해 페이스북·인스타그램·유튜브·스레드 등 다양한 플랫폼을 적극 활용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며 “현역과 비교하면 신인은 모래주머니를 차고 뛰는 기분”이라고 토로했다.
신인답게 현역 의원과 경쟁하겠다는 의지가 충만한 이들이지만 막상 공천을 받기 위해 당내 경선을 치를 생각을 하면 막막하다. 경기 고양병에서 홍정민 민주당 의원을 제치고 민주당 공천을 받고 싶은 정진경(44) 전 김태년 민주당 의원 보좌관은 “당내 경선부터가 매우 불공평하다”며 “경선 후보끼리 토론회를 하든 하는 방식이 도입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 보좌진과 청와대 행정관으로 11년 근무한 그조차 막상 직접 선수가 되려 하자 여러 장벽을 느끼고 있다. 그는 “미국은 지역 정치인 경선도 대학 강당을 빌려 토론회를 연다”며 “하지만 한국은 여야 할 것 없이 당원과 국민을 대상으로 여론조사 경선을 진행해 인지도가 높은 인물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고 지적했다. 정 전 보좌관은 “실제 국민 입장에서 필요한 정책적 역량과 비전을 보여줄 공간을 여는 게 우선 할 일”이라며 “당내에서도 신인에 기회를 주는 게 공정 선거 개혁의 출발”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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