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남(雩南)은 대한민국의 건국 대통령, 초대 대통령 이승만의 호이다. 『독립정신』은 그가 20대의 청년 시절 독립협회가 주도한 급진적 개혁운동에 참여한 대가로 한성 감옥에 수감되어(1899~1904) 있을 때 저술한 책이다. 그가 『독립정신』에서 말한 ‘독립’은 ‘정신의 독립’을 의미했다.
당시 조선 사회에는 만국공법의 세계관이 널리 확산하여 있었고, 조선 지식인들의 만국공법에 대한 인식은 긍정론과 부정론 사이에서 큰 진폭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우남은 긍정론을 지지하는 반열에 속한다. 우남이 배재학당에서 기독교를 접하면서 배운 자유 정신과 민권 의식을 조선의 정치개혁에 활용하고자 했었다.
“나의 종이 된 자들이나 남의 하인배들이나 혹 하천(下賤)하게 여기는 부녀자들과 내 자식이나 남의 자식이나 어린아이들을 다 한층 올려 생각하여, 전날에는 다 사람 수효에 차지도 않고 다만 사람에게 속한 물건쯤으로 알던 모든 악습(惡習)을 버리고, 국법(國法)과 경위(涇渭, 經緯 : 올바른 사리나 도리) 중에서는 모두가 다 나와 동등한 사람으로 대접하여, 그들도 ‘따로 서서’(獨立) 한 가지 직업을 일삼는 국민이 되게 해야 할 것이다.” - 『독립정신』 (대한민국 사랑회, 2017. 430쪽)
이것이 인간의 자유와 민권 의식에 관한 청년 이승만의 생각이었다. 그는 배재학당에서 미국 선교사들에게서 영어를 배우고 서양의 근대정신과 정치제도, 법제, 문화와 생활양식을 배웠다. 이러한 생각이 『독립정신』에 녹아 있으며, 자유의 정신으로 잉태하고 만민이 평등하게 태어났다는 명제를 구현하는 정치제도를 그리워하고 있었다고 본다.
우남은 조선조 후기 왕정의 부패와 무능으로 인간의 자유와 권리가 무참하게 짓밟히는 것에 대한 거룩한 분노를 지니고 있었다. 반상의 구별, 남존여비, 문존무비(文尊武卑), 왕도(王道)와 패도(霸道)의 형식논리에 빠진 왕정 기득권자들에 대한 분노였다. 인간의 자유와 권리는 “네 죄를 네가 알렸다!”라는 말 한마디에 모두 물거품이 되고, 동물적인 생존을 운명이라고 믿고 살았던 불쌍한 백성에 대한 뜨거운 연민의 역설적 표현이 분노였다.
친명사대의 명분론자 양반의 표리부동한 도덕 군자론을 꾸짖는 허균의 『호질(虎叱)』을 우남은 다시 외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왕정 폐지 시민운동과 언론에 글 올리기, 강연 등으로 결국 우남 이승만은 역모죄로 한성감옥살이를 하였지만, 그의 애민, 애족은 아직도 그의 저서 『독립정신』에 살아 숨 쉬고 있다. 새로운 나라를 꿈꿨던 혁명가 이승만의 분노를 배워야 한다.
“물의 근원을 먼저 맑게 하고, 나무는 뿌리를 먼저 북돋워 줘야 하듯이, 우리는 마땅히 남의 나라의 지극히 정교하고 지극히 아름다운 정치제도와 법제, 인애하고 자비한 도덕 교화(敎化)의 근본을 연구하여 인민의 마음속에 있는 악한 뿌리를 뽑아내고 선량한 천성(天性)을 회복하여야만 인간사 천만 가지가 다 바로잡힐 것이다.” - 『독립정신』 (대한민국 사랑회, 2017. 431쪽)
1905년 우남 이승만이 고종의 밀사로 미국에 갔을 때 그는 보았다.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관람대에서 내려다본 미국의 풍요롭고 평화로운 시민의 자유를 본 것이다. 막스 베버(Max Weber, 1864-1920,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프랑스의 사회주의 신봉자 토크빌(Tocqueville, 1805-1859, 『미국의 민주주의』)이 본 것, 그리고 1940년대 프랑크푸르트학파의 마르크스주의자 마르쿠제(Herbert Marcuse, 1898-1979)가 미국에 와서 본 것은 모두 복음주의와 청교도 정신으로 살아가는 겸손한 사람들의 자유분방한 삶이었다.
우남의 공과(功過)에 대한 시비가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오늘날, 그가 이 땅에 구현코자 했던 개개인의 ‘독립정신’과 삶의 방식을 되돌아보며 이를 성숙의 불씨로 삼고자 한다.
‘성숙한사회가꾸기모임’ <성숙의 불씨> 원고(2023. 05. 23)
첫댓글 독립 정신이 결여된 사람은 다른 사람의 생각에 부화뇌동하거나 쉽게 선동 당한다. 주체적인 생각이 없는 사람의 생각은 죽은 바나 다름없다. 마치 살아 있는 새는 아무리 작아도 개미를 잡아먹지만 죽은 새는 아무리 몸집이 크더라도 개미에게 파 먹히는 것처럼. 그리고 살아있는 작은 물고기는 흐르는 강물의 물줄기를 거슬러 올라가지만, 죽은 물고기는 모두 강물에 밀려 떠내려가는 것처럼 독립 정신이 결여된 사람은 여론과 선동의 흐름에 떠내려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