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열두시가 다 되었는데도 경미씨네 별장 명경당이 떠들썩 하다.
먹고 먹히고~ 잡고 잡히고~
느물거리고~ 안타까워 하고 ~
흥하기도 하고~ 망하기도 하고~
윳놀이는 우리 인생과도 닮았다.
하기야 가져다 부치려면 뭐든 맞지 않을까만.......
어제 주일
상주의 단지님 댁에서 자고 일찍 나서 올라와 집에 가 옷 갈아 입고
연탄 갈고 교회에 갔더니 시간이 딱 맞았다.
예배 끝나고 집에 오면서 남편이 아이스박스에 든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햇사레님이 잘 쓰지 않는 여름이불을 작게 소포장으로 해서
가져다 주시고 아이스박스에 어름들과 함께 문어 두마리를 넣어 주셨다.
재작년 여름에 무심님의 외가가 있는 사량도에 갔을적에
먹여 주셧던 피문어를 일부러 어제 모임에 가져 오시고
우리것은 따로 두마리 챙겨 주신 것이다.
그것이 문어 인것을 알게 된 남편은 그때부터 누구랑 그것을 나눠 먹을까
궁리를 한다.
일단 경미씨네가 대전에서 운학으로 왔는지 물어 보랜다.
띠리리~
전화 너머에서 경미씨의 밝은 목소리가 들린다.
<우리집으로 와요 >
<다른 사람 같이 가도 되냐고 물어 봐>
<예 같이 오세요~>
남편은 신이 났다.
강선생님, 옙분님, 희망님, 친구경애네 나눔의기쁨......
혼자 잘 못 챙겨 먹을 것이라고 군포에 산목련님까지 전화를 넣어 보랜다.
문어는 두마리 뿐인데 사람은 열명이 넘었다.
남편은 언제나 말만하면 뚝딱 하고 생기는 줄 아는 모양이다.
어째든 나도 같은 맘이었으니 뭐라 할 일도 아니다.
문어 두마리로는 아무래도 어림도 없어서 경미씨에게 뭐 먹을게 있는지 물었더니
그렇게 마땅하지는 않단다.
마침 남자들이 만두타령을 하던 참이라 경미씨네 지하실에 있는 고추지를 꺼내다가
만두를 만들기로 했다.
국물에 넣어 먹으려고 집에 남겨 두었던 송이도 너덧개 가져다가 다져 넣고.....
두부가 없어서 기쁨님네 얻으러 갔더니 기쁨님 아들 수호가
직접 만든 팔찌를 내게 채워 준다.
이 팔찌를 만들면서 엄마 생각이 얼마나 많이 났을지......
아무튼지 그 댁 식구들은 다들 재주도 가지가지이다.
고추지를 다지고 송이도 다져 넣고, 두부는 으깨서 꼭 짜고
고기도 다져서 볶고.....
잘 엉기라고 달걀 노른자 두개 넣었다.
제일 멀리 사시는 산목련님이 제일 먼저 오셔서 함께 만두빚기~
국물에 능이며 송이까지 들어간 이런 만두를 어디서 맛보려고~
이런 겨울날에 옹기종기 모여서 먹는 만두맛이 기가 막힌다.
원래 주인공이었던 문어는 만두가 나오기전에 국물까지 개눈 감추듯이 다 없어졌다.
햇사레님에게 문어 삶는 방법을 배웠는데
먼저 문어를 손질하고 물을 끓인다.
아주 소량의 물에 문어를 넣고 뚜껑을 닫고 중불에 약간 시간을 두고 삶으면
문어에서 물이 나온다.
이 문어는 피문어라고 하여 삶으면 빨갛게 되고 국물도 피처럼 빨갛다.
이것도 약으로 그냥 다 마시면 되니 남고 자시고 할 것도 없다.
그렇게 졸지에들 모여서 저녁을 먹고 기쁨님이 가져 오신 보이차도 몇잔씩 마셨다.
남자들은 산책을 간다고 개 백도를 데리고 동네 한바퀴 돌러 나가고
여자들은 과일과 차를 마시며 수다를 떨었다.
내 친구 경애는 지난 목요일에 만났을 때만 해도 다 죽어가는 듯
초췌하고 다크써클이 눈밑에 잔뜩 내려 왔더니 나흘만에 뭔 수를 부렸는지
마치 30대 같이 되었다.
예전에는 미모에 대해서는 감히 견줄 생각도 못했는데
나는 늙어가는 나 자신을 사진을 통해 접하고 약간은 절망하고
친숙해 지려고 애쓰고 있건만 이 무슨일인지 절망 절망이다.
아유 질투난다 내 친구~
오늘 괜시리 맛있는 것까지 불러서 먹였나 보다.
질투나서 기쁨님이 내 얼굴에 카메라를 들여 대는데
고개를 돌려 버렸다.
산책에서 돌아 온 남자들이 부부대항 윳놀이를 하자고 제안했다.
할 수 없이 기쁨님과 산목련님이 한편이 되고
그래서 더 많이 웃고 ........
난 이런 윳놀이는 처음 해 보았다.
다섯팀이 한꺼번에 견제하면서 놀이를 하는 것
너무나 재미있고 많이 웃어서 나는 아침까지 담이 걸렸다.
웃어서 담이 걸렸다는 이야기를 언젠가 들어 보았는데
정말로 웃어서 담이 걸리는 것은 생전 처음이다.
이 웃음 이야기는 도저히 말로는 설명을 할 수가 없다.
혹시 참새님이라면 모를까 내 글솜씨로는 표현 할 수가 없다.
아무튼지 윳놀이가 이렇게 재미 있는 것을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얼마나 웃었던지 잔뜩 먹은 저녁이 다 내려가고
밤 열두시가 넘어서 암반에 국수를 밀어 밤참까지 먹었다.
비싼 능이 반
국수 반~
밤이 늦어 다른 이들은 다 자고 가기로 하고
친구 경애네만 집으로 돌아 갔다.
뜨끈한 황토방에 푹 자고 아침을 맞았다.
명경당 마당가에 서리꽃이 만발했다.
요 며칠 날씨가 봄날 같다.
밤에는 영하로 내려 가지만 적응이 되어 어지간해서는
추운줄도 모르겠다.
간단히 먹자던 아침도 진수성찬이 되었다.
기쁨님이 가져 온 비지로 장을 지지고
김을 들기름에 발라 굽고
고추지를 다져서 육수를 넣고 졸여 밑반찬을 만들었다.
감자와 북어를 졸이고
능이와 표고를 불려 볶기도 하고
달래 장아찌도 나왔다.
모두들 일을 보러 헤어지기전
경미씨가 비싼 산초기름을 세 병으로 나눠 주었다.
경미씨는 지난 가을 산초를 따서 기름으로 짰는데
요즘 귀해진 산초로 두부를 부쳐 먹는 것은 시골에서도
귀한 음식에 속하게 되었다.
갑자기 몰려 와 귀찮게 한 것도 미안한데 귀한 선물까지 받아서 돌아 오는 길
남편은 장인어른이 산초두부를 좋아 하시니 두부 몇모 사 가지고
가서 얼른 구어 드리고 가라고 한다.
산초 두부를 보더니 아버지는 작은 아버지께 전화를 건다.
차로 10분 거리에 사시는 작은 아버지는 금방 달려 오셧다.
오실 때 그냥 오시지 않고 아버지 드시라고 금방 방아 찧은
쌀을 한 자루 가져 오셨다.
산초두부냄새가 진동을 한다.
가까이 사는 고모가 생각나 전화 드렸더니 고모는
만두를 빚던 중이었다고 만두를 가져 오시고~
친정집 근처 밭에 크다 만 배추가 아직도 얼지 않고 있어
뽑아다 무쳤더니 모두들 고기 보다 더 맛있게 드셧다.
엄마는 작은 아버지께서 가져 오신
쌀을 나눠서 싸 주시고 강냉이 튀긴 것을 싸 주신다.
저녁 단양에 하오님이 저녁초대를 해서 갔더니
역시 친구가 보내 주신 것이라며
만두 넣은 떡국과 함께 고흥산 꼬막을 삶아 주셧다.
이래저래 나누어 먹어서 조금 먹어도 배가 부르다.
우리 모두 배 부르고 마음 부른 어제와 오늘
이 부른 마음은 문어 두마리로 부터 시작되었다.
첫댓글 울집도 지인들과 모이면
웇놀이밖에 할게 없으니까
울집 모습 같어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