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을 묵상하면서 예전에 유럽의 어느 성당에 들렀을 때 보았던 제대 그림이 떠올랐습니다. 그 내용이 매우 인상적이었는데, 하늘 높은 곳에 하느님의 어린양이 계시고 그 어린양의 몸에서 물줄기 하나가 흘러나와 두 갈래로 갈라지고 다시 네 갈래로 여덟 갈래로 갈라지면서 맨 아래 온 세상을 적시는 그런 모습이었습니다. ‘아, 은총은 저렇게 하느님에게서 나와 사람과 사람 사이로 흐르면서 온 세상을 적셔야 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대단히 감동을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오늘 탈렌트의 비유 말씀도 그와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복음에서 한 탈렌트를 받은 종이 주인에게 혼이 납니다. 왜 그럴까요? 한 푼도 벌지 못해서일까요? 아닙니다. 그 돈이 누군가에게로 흘러갔더라면 그 누군가에게 피가 되고 살이 되었을 텐데… 양식이 되고 치료비가 되고 학자금이 되었을 텐데 그러지 않았음에 혼나고 있는 것입니다.
은총은 흘러 흘러서 고달픈 이들은 달래주고 허기진 이들은 채워주고 쓰러진 이들은 일으켜 세우고 죽어가는 이들은 살려줘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땅속에 묻혀 썩고 있었음에 혼나고 있는 것입니다. 그저 돈을 더 벌어들이지 못해서 혼나는 것이 아닙니다. 다섯 탈렌트로 다섯 탈렌트를 더 벌고 두 탈렌트로 두 탈렌트를 더 벌었다는 것은 경제적 개념이 아니라 은총의 개념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주님께서 주신 은총이 모두 다른 이들에게 잘 흘러갔다는 뜻이지요. 주님은 우리가 은총의 장사꾼이 되기를 바라시는 것이 아니라 당신 구원의 도구, 당신 은총의 통로가 되기를 바라십니다.
첫댓글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