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나리 강
길 가엔 개나리 몇 포기
꽃 펴 있고
마른 입술엔
철 지난 소망 하나
옮아 다니고 있었어요.
고운 몸엔 나들이옷 적셔 입은 채
당신은
잠이 들었죠.
기적 없던 그 시간
힘 다한 팔다리로
나비를 구하던,
당신이 바로
그 사람이라 하더군요.
기다림에 지친 개나리는
바다로 갔어요.
억장은 무너져 하늘 샛노랗게.
남햇가,
보이지 않는 낙원에선
언제까지나, 뒷모습으로 보낸 얼굴들이
웃고 있을 거라고 꺾인 목소리로
그들은 점점이 말하였죠
지갑 사진 속에 든 누군가의
무표정
도심 속 천막촌에선 보고 왔어요
탯줄이 묻힌 가슴을 찢으며
온종일
화살을 퍼부었지요.
길 가엔 개나리 몇 포기
꽃 펴 있고
출렁이는 사선 아래
눈에 고운 애인 수 백
서늘히 잠들어 있었어요
한 많은 순례길, 귀부인
떠나자
조준된 폭격 훅 쏟아지더군요.
그리움에 지친 개나리는
대궐로 갔어요.
억장은 무너
하늘 샛노랗게.
두 눈은 멀어
생사 비틀어 지도록.
구원 없던 그 시간
사력 다한 싸움 속에
희망을 구하던,
당신이 우리와
같은 말씨의 사람이라 하더군요.
수면 위가 그대의 염원으로 숨 벅차게
당신은 몸부림,
뿌리치고 있었어요.
ㅡ 신동엽의 시 '진달래 산천'을 개작
이 시는 어찌보면 너무나 불경스러운 것일 수 있다......
세상은 절박하고도 속절없게 느껴지고 그 속에 있는 나의 모든 것이 그저 불경스럽게만 느껴진다.
첫댓글 깊은 감성이 느껴 집니다.
시를 쓰기 위해 역사적 비극을 소재화하는 그런 시는 아니려 노력했는데 깊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제겐 여전히 허전한 느낌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