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신문 ♤ 시가 있는 공간] 철수세미 / 오강현
심상숙 추천
철수세미
오강현
바닥이 탔다
아주 검게 타버렸다
쇠처럼 단단한 마음이 탔다
물로 씻기지 않는 마음이
개수대에 방치되어 있다
아무도 손대지 못하고 있다
숯이 된 쇳덩이를
광나게 닦을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철수세미
닦고 닦아 다시
들끓는 사랑을 하고 싶다
새하얀 밥을 하고
구수한 국도 끓여
맛나게
뜨겁게
광나게
단단하게 살고 싶다
( 김포문학 40호, 219쪽, 사색의 정원, 2023)
[작가소개]
(오강현, 연세대학교 교육대학원졸업, 동국대대학원 현대문학 석사과정 수료, 시집 『오늘 같은 오늘은 가라』 2001, 2021년 《창작산맥》 신인문학상으로 등단, 김포시의회 7, 8대 의원,
[시향]
오강현 시인은 현재 문학과는 다른 일에 매진하고 있습니다만 그의 내면에는 문학이 깊이 뿌리내려 있습니다. 그런데 본문과 같이 쇠처럼 단단한 마음의 바닥이 아주 검게 타 버렸다고 합니다. 물로 씻기지도 않는 마음이 개수대에 방치되어 아무도 손대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숯이 된 쇳덩이를 광나게 닦을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철 수세미라는데요. 물로는 씻기지 않는 바닥조차 검게 타버려 숯이 된 쇳덩이, 그 마음을 광나게 닦고 닦아서 다시 뜨겁게 끓는 사랑을 하고 싶다고 합니다. 밥도 짓고 국도 끓여서, 맛나게 뜨겁게 광나게, 그리고 단단하게 살고 싶다고 합니다.
이 시를 읽다 보면 단 위에 세워진 연사의 웅변 한 대목을 듣고 있는 듯 잦던 기운이 불끈 솟습니다. 철수세미를 구하러 벌떡 일어서야 할 듯합니다.
꾸밈없는 직설 속에 쇄신과 다짐으로 삶의 철학을 담금질해 나갑니다. 오늘 같은 오늘은 가고, 사는 듯이 살아보겠다는 시인의 발설이 남다른 패기와 패(牌)로 번득입니다.
글: 심상숙(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