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향기나는 샘물 원문보기 글쓴이: 에스더
얼마 전, 한 신문에 ‘기억력을 되살려주는 식품 5가지’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었는데 맨 앞에 콩이 소개되었다. “콩에 많은 ‘포스파티딜 세린(Phosphatidyl Serine:PS)’은 뇌세포의 막을 강화시켜줘 세포가 파괴되는 것을 막아준다. 실제로 미국 신경학자들이 평균 60.5세의 치매환자 50명에게 매일 300㎎의 PS를 2년간 투여한 결과 평균적으로 기억력은 13.9년, 학습 능력은 11.6년, 전날 본 사람의 인지능력은 7.4년, 10자리 숫자 암기 능력은 3.9년 젊어졌다. 미국에서는 이미 10년전 부터 PS가 치매 치료제 성분으로 쓰이고 있다.”고 하였다.
사람의 뇌 속에는 무려 30%의 레시틴(수분 제외)이 있다고 하는데 콩이 ‘두뇌식’이 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콩의 레시틴 때문이 아닐까한다. 어떤 이는 이제 ‘비타민의 시대’는 가고 ‘레시틴의 시대’가 왔다고 할 정도로 요즘 들어 레시틴의 중요성이 많이 언급되고 있다. 레시틴(lecithin)이란 이름은 계란 노른자(lekitos)에서 왔다고 하는데, 보다 저렴한 콩에서도 쉽게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로는 보통 '레시틴'이라고 하면 ‘대두 레시틴’을 말하게 되었다. 뇌 속의 지질에 포함된 레시틴은 뇌의 활동과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레시틴은 세포막의 구성 성분이기도 하면서 생체 정보 물질의 재료도 되고, 또 세포 밖의 정보를 세포 안으로 전달하는 역할도 한다는 것이다. 동양 사람들은 콩 음식을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레시틴을 섭취하지만, 서양 사람들 특히 미국 사람들은 레시틴 분말을 비싸게 구입하여 먹기도 한다. 위에 언급된 ‘포스파티딜 세린’은 레시틴 성분 중 하나이고, 레시틴은 콩이 가진 여러 기능물질 중 하나라는 점에서 콩의 위대함을 거론할 수 있을 것이다.
어린이들의 머리를 좋게 하기 위해서도, 또 중년 여성들의 건망증과 노인들의 치매 예방을 위해서도 평소에 레시틴을, 아니 콩을 많이 먹어야 한다. 물론 레시틴은 콩에만 들어 있는 것이 아니라 고기나 생선, 계란에도 많이 들어 있다. 하지만 콩의 레시틴은 육류나 계란의 3~4배가 된다. ‘레시틴 효과’만 놓고 봐도, 비싼 육류 대신 콩을 먹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이다. 두뇌발달에 효과가 좋은 이 ‘레시틴’에 대해서 재미있게 여겨지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시험 날을 즈음하여 엿을 주고받는 우리 전통에 대해서다. 레시틴이 가장 많이 들어 있는 식품은 놀랍게도 맥아, 즉 엿기름이다. 엿기름은 보리에 싹을 틔워 말린 것으로 엿기름, 쌀, 물을 함께 넣어 졸이면 엿이 된다. 엿은 바로 레시틴 덩어리인 것이다. 그러니 시험 전에 엿을 먹는다는 것은 상당히 과학적인 전통이 아닐 수 없는데, 엿 중의 엿이라면 당연히 콩엿이 될 것이다. 하지만 엿 대신 사탕이나 초코렛으로 대신한다면, ‘레시틴 효과’를 오롯이 기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레시틴이 듬뿍 들어 있는 콩은 가장 서민적인 식품이면서도 동시에 고급음식, 아니 두뇌활동을 촉진시키는 치료제이기도 하다. 우리에게 콩은 어쩌다 생각나면 먹어야 되는 음식이 아니라 매일매일 먹어야 하는 일용할 양식이다.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게 두부, 콩나물, 콩조림, 콩밥, 된장, 간장, 청국장, 고추장이란 이름으로 콩은 존재한다.
유미경/<우리 콩 세계로 나아가다>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