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마〉는 매주 조교사 인터뷰(마방탐방), 기수인터뷰, 경주후기, 작전공개 등
경마정보를 위해 상당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못해도 말 100마리에 대한 직접적인 취재정보가 수록된다.
본지만 그런 것은 아니다.
주중 조교사협회와 기수협회를 담당하는 20여명의 취재기자들도 각자의 지면에 유사한 내용을 싣고 있다.
매체의 수와 정보의 양이 결코 적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이 정보를 온전히 수용하는 독자는 많지 않다.
왜 그럴까.
어디가 어떻게 왜 좋아졌는지 구체적인 내용이 부족하고, 결정적으로는 나쁜 소리가 없다.
대부분 최상의 상태이고 최선을 다 하겠다고만 한다.
특히 금주 출전예정마에 관련한 정보는 다양성을 거의 상실해버렸다.
분명히 전 달보다 몸 상태가 떨어지고 컨디션이 저하된 말도 있을 법한데 그런 얘긴 찾아보기가 어렵다.
그건 또 왜 그럴까.
말 한 마리에 여러 관계자가 엮여있어서다.
훈련을 담당했던 이가 말의 상태가 좋지 않다고 한다.
그 내용을 고스란히 내보내면 해당마의 마주는 소유마의 부실한 관리상태를 마방에 추궁한다.
또 고객들은 기대치를 밑도는 결과가 나왔을 때 조교사 마주 등 관계자의 출전강행을 비난하기도 한다.
그러면 당사자들은 구설과 비난 앞에 ‘괜한 짓 했다’는 후회만 안고 다음부터는 취재 자체를 피해버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관계’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판단되는 내용은 최대한 완곡하게 표현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여타 경마시행국들에 비해 부정사건이 잦다.
특정인에게 정보를 제공해 면허가 취소된 조교사와 기수를 직접 본 것만 50여 명에 달한다.
부경과 제주로 확대하고 계층을 관리사로까지 넓히면 그 수는 엄청나겠다.
왜 유독 우리에게만 부정경마 사건이 잦을까.
국민성에 심각한 결함이라도 있는 건가.
아니다. 문제는 경마정보의 질과 유통에 있다.
정보에 대한 수요는 큰데 이를 적절히 해소해주지 못하기 때문에 대중의 관심이 창출계층에게로 향하고
이때 부적절한 대응이 이뤄지면서 부정으로 발전되는 것이다.
매주 기수인터뷰를 한명씩 하고 있는데 그 시간의 상당 부분을 말에 대한 이야기로 메우는 편이다.
특출한 말이 아니고서는 개인적인 호기심이 개입되는 때가 별로 없지만
의도적으로 신변잡기보다는 말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려 한다.
이런 형식의 인터뷰에서 기수들은 비교적 자유롭게 말에 대한 생각을 털어놓는다.
좋은 얘기, 나쁜 얘기, 기대 혹은 우려,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던 숨은 얘기들까지 흥미롭게 풀어낸다.
그러면 나는 에둘러 표현하기보다 최대한 분위기를 살려 그대로 게재하는데 포커스를 맞춘다.
나쁘다고 했는데 우승한다거나 좋다는데도 부진할 때가 물론 잦다.
하지만 서너번의 경주를 반복적으로 관찰하다 보면 결국 그들이 했던 이야기들,
이를테면 경주마의 버릇과 단점, 내재한 능력 등 전체적인 평가는 대부분 맞아떨어진다.
경마정보는 이번 경주에서 우승을 할지 2등을 할지, 그것을 직접 판단해주지 않는다.
경주마 각 개체별 장점과 단점, 현재의 상태와 경주를 위한 준비현황 등 정보의 편린만 보여줄 뿐이다.
헌데 두서 없이 난립한 것처럼 보이는 이 정보들에 사실은 연속성이 있고 인과관계가 있다.
그 스토리를 면밀하게 꿰고 있지 않다면 아무리 많은 정보가 쥐어진들 제대로 활용할 수 없다.
퍼즐처럼 흐트러진 정보의 조각들을 잘 맞춰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고객 스스로의 몫이다.
따라서 정보를 접했을 때 종합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우승을 할지 못할지, 실은 조교사와 기수도 확신하지 못한다.
내 말만 좋아지고 나빠지는 게 아니라 상대도 변화하는데 거기까지 살피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혹여 어쩌다 맞아떨어진다 해도 그 확률은 점점 더 떨어지게 돼 있다.
경마정보의 왜곡과 제한적인 유통은 공정경마 시행을 위협하는 요소다.
마번은 예상이지만 정보는 팩트다.
훨씬 더 포괄적이고 세밀하게 다뤄져야 한다.
굴절되지 않은 팩트 그 자체가 제공된다면 부정이 개입할 소지는 한결 줄어들 수 있다.
부정경마척결과 공정경마시행은 경마정보의 질적 개선에서 출발해야 한다.